"빨리 가고 싶다면 혼자, 멀리 가고 싶다면 함께 가자", 서툰 한국어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풀어놓는 일본 청년의 첫마디. 니시카와 료(30세)는 일본의 '커뮤니티 디자인' 활동가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저출산과 고령화 비율이 높은 일본, 오사카의 한 마을에서 마을농장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이 젊은 친구의 발랄한 이야기 속에는 사람과 감동이 살아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불고 있는 '커뮤니티 디자인'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공동체사업이나 마을 만들기 사업과 비슷해 보이지만, 단순한 시설구축이나 조직을 기반으로 하는 그것과 다르다. 일상생활 공간의 장소성 회복과 공동체의 자발적인 문화 활동을 독려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같은 맥락이나 그것에 디자인을 도구로 활용함으로써 그들만의 가치를 생산하거나 높이는 것이 커뮤니티 디자인에서는 주요하다.
지난 11월 20일 전주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협동조합 살림과 전주코디네이터 청년기획자 이가원 씨가 준비한 커뮤니티 디자인 포럼이 열렸다. 지난해 일본의 커뮤니티 디자인 전문가 야마자키 료 강연에 이은 두 번 째 자리로 청년들이 나선 일본 커뮤니티 사례를 통해 지역과 청년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는 자리로 진행됐다.
이날 포럼 발제자로 참여한 코스게 류타, 니시카와 료, 나카무라 류스케 등 세 청년은 모두 일본에서 디자인을 통한 지역운동을 하는 활동가들. 이들은 지역 활동의 주요한 수단으로 디자인과 소통의 중요성을 확인시킨 사례들을 소개했다.
주차장 역할 밖에 하지 못하는 마을의 공터를 활용한 농장은 마을의 먹거리를 만들고, 레스토랑을 만들어냈다. 농사를 짓는 연장통을 디자인하고, 생산된 농산물을 홍보하는 포스터가 디만들어졌다. 마을 사람들은 이 과정 속에서 새로운 직업을 찾기도 하고, 잊혀진 가족을 만나기도 한다. 마을을 '떠도는' 외국인들이 발견한 마을 속 숨겨진 모습과 장소로 디자인 된 여행지도 '오타쿠(외톨이) 마을지도'로 흥미를 자아내고, 외국인들은 더 이상 마을의 '오타쿠'가 아닌 주민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은 청년과 디자인의 새로운 힘이었다. 커뮤니티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담론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아나가는 하나의 과정을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진행하며 그것은 다양한 디자인으로 발현된 것들이다.
마을에서 처음 커뮤니티디자인을 진행하면서 그들이 겪었던 불안과 갈등을 넘어 마을이 활성화되고 매력적인 풍경을 가지게 된 지금, 그들도 우리도 그 당시 그들의 모습을 어리석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일군 작지만 큰 변화, 공동체와 재생의 키워드 속에 갇힌 지금의 우리에게 주는 질문들은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