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남구 구동에 위치한 빛고을아트스페이스 1층 주변에서는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 간판'들을 만날 수 있다. 빛고을아트스페이스는 광주문화재단이 지난 2012년부터 지역 미디어아트 활성화와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위해 6개의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미디어아트 특화 레지던스 공간이다.
올해 5년차를 맞은 이 레지던스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이이남, 진시영, 정운학 등 광주 대표 미디어아트 작가들이 거쳐 갔고 광주광역시가 2014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미디어아트 분야에 선정되는 데도 크게 일조했다. 권승찬, 김유석, 박상화, 성유진. 손승민, 이조흠, 정선휘, 비빔밥팀 역시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통해 미디어아트 시티 광주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우리동네 작고 빛나는 '간판'
광주문화재단 미디어아트 레지던스의 자랑이자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구동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지역사회연계 프로그램-작고 빛나는 미디어간판'이다. 구동 지역 상인을 포함한 주민들과 작가들이 정기적인 워크숍을 개최하고, 이를 통해 작가의 개성을 발휘한 미디어아트 간판을 설치하는 작업이 큰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빛고을시민문화관 주변 가로등, 국밥집, 분식집, 마트, 식당, 신문사 등의 간판이 작가의 창작품으로 바뀌었다. 레지던스 공간에 나란히 자리 잡고 있는 나주국밥집에는 '50'이란 숫자를 활용한 돌출간판이 달려 있다. 권승찬 작가는 많은 요식업체들이 오랜 전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100년, 50년, 30년 등의 숫자 즉, 시간성을 직간접적으로 노출하여 업체를 상징화하는 점을 착안하여 50년 된 나주식당의 시간성을 작품에 반영했다.
광주매일신문사 한쪽 건물 벽을 장식하고 있는 '종이비행기-날다'는 일상을 기록하는 매체로서 신문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종이비행기가 지닌 꿈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정운학 작가는 어렸을 적 종이비행기 접기 놀이는 형태를 만들면서 동시에 하늘을 나는 상징적 꿈을 담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 시대 정의를 위해 날아오를 종이비행기를 설치했다.
낡은 간판을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변신시키는 작업이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미디어아트라는 낯선 장르를 이해하지 못하고 참여를 꺼려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만나고 논의하기를 수십 번, 처음은 힘들었지만 연차를 거듭할수록 주위의 반응 또한 구동을 밝힌 미디어아트 불빛 이상으로 뜨거워졌다.
미디어 아트를 통한 소통과 네트워크의 확장
2015년부터는 이 간판 작업을 광주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빛고을시민문화관 실내로 옮겨왔다. 2층 공연장의 화장실과 매표소, 좌석배치도 등 다양한 표지판을 예술작품들로 형상화하여 공연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편의와 볼거리를 제공하고 '주민일체형' 미디어아트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대구가창창작스튜디오,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등 타 지역 레지던스 작가들과의 교류전시회 및 워크숍, 주민들이 직접 작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오픈스튜디오', 시민을 위한 '시민 미디어아트 아카데미' 등을 통해 소통과 네트워크를 넓혀가고 있다.
올해는 미디어아티스트 김자이, 박세희, 안유자, 이성웅, 임용현, 미디어엑스팀 등 6개 팀이 4월 1일자로 입주했다. 올해는 어떤 미디어아트 협업작품이 우리를 즐겁게 해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광주문화재단 미디어아트 레지던스가 앞으로도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의 버팀목이자 예술-주민-지역공간을 잇는 문화네트워크로 뿌리내리도록 많이 응원해 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