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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4 | 문화이슈 [문화이슈]
명분도 취지도 묻힌 도립미술관의 이상한 전시
전라북도미술협회 회원전
김하람(2020-04-10 12:14:06)


명분도 취지도 묻힌
도립미술관의 이상한 전시


선착순으로 전시 작품을 결정하는 전시회. 전북미술협회(회장 김영민)가 전북도립미술관(관장 김은영)에서 갖는 40회 회원전의 전시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도립미술관에서 8월에 열릴 전북미술협회의 회원전은 전북도립미술관과 전북미술협회가 함께 기획한 자리로 협회 회원 1,500여 명 중 3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전시다. 전북미술협회는 출품자 선정을 선착순으로 운영해온 것은 그동안 줄곧 진행해온 방식이었다고 밝혔으나, 도립미술관에서 갖는 전시의 기획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출품작 선정에 좀 더 객관적인 기준을 가졌어야 한다는 것이 미술인들의 의견이다. 특히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회원들 중 처음부터 아예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회원들이 적지 않아 전시의 격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전북을 대표하는 미술관인 도립미술관은 ‘도민의 문화예술 휴식공간’이다.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명실상부한 미술문화의 산실로서 그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 도립미술관에 아무런 기준도 없이 단지 미술협회 회원 자격과 그것도 선착순 출품에 의한 전시로 진행된다면 전북 미술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취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이번 전시가 열리게 된 과정과 배경이다. 전북미협 김영민 회장은 도립미술관에서 전시를 진행하게 된 배경을 “원로작가들이 돌아가시고 있는 상황에서 원로작가들과 회원들이 도립미술관 전시를 기대해 왔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도립미술관의 역할과 기능으로 본다면 이것만으로는 초대전의 취지가 모호해진다.


판화가 유대수 씨는 SNS상에서 이번 전시가 진행된 과정을 들여다보니 “일부 사람 또는 집단의 청탁에 따라 전시 기획이 흔들리는 ‘민원성 청탁전시’로, 미술관에서 해서는 안 되는 전시”라고 규정했다. 특히 그는 “미술관의 존재 근거로서 ‘미술’과 미술협회의 존재 근거로서 ‘미술인’에 대해 거듭 곱씹게 된다”며 “미술관 본연의 모습을 찾으라”고 일침을 가했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도립미술관의 초대전 형식임에도 도록 제작은 전북미술협회가 맡으면서 대관 전시를 못하게 되어있는 조례(도립미술관 운영•관리 조례 제25조)를 회피하기 위해 ‘초대전’을 내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북미술협회는 현재 작가 모집은 완료 됐고, 8월 11일부터 30일까지 예정대로 전시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북미술협회 회원들은 도립미술관 전시회 강행이 가져올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미술인 A씨는 “이번 전시는 도립미술관의 선례가 되어 다른 미술협회에서도 같은 조건으로 전시를 요청할 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럴 경우 어떤 명분으로 요청을 거절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대관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설 갤러리들과의 차별성도 없어지고  결국은 전북을 대표하는 도립미술관의 위상과 성격도 모호해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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