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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 | 연재 [장영란 김광화의 밥꽃 마중]
개암나무
(2018-02-07 16:04:15)





겨울에는 뭐하나? 산골살이는 겨울에도 할 일이 많다. 우리는 밭둑이 넓어 이 곳에서 자라는 찔레나무야 싸리나무 같이 밑동에서 잔가지가 많이 올라오는 떨기나무들이 자라기 때문이다. 그냥 놔두면 그 위에 칡넝쿨이 타고, 환삼덩굴이 뒤덮고 거기에 벌이 집을 짓고.... 어느 순간 사람 손을 벗어나고 만다. 겨우내 틈나는 대로 낫이나 톱으로 잘라주어야 한다.
그래도 겨울에는 쉬는 날이 더 많다. 너무 춥거나 바람이 찬 날은 할 수가 없다. 며칠 만에 연장을 챙겨들고 일하러 나선다. 덩굴을 걷어내고 그걸 떠받치고 있던 잡목을 한참 베다 가만 보니 아뿔싸 개암나무더라. 개암나무는 양지바른 산비탈에서 자라는데 열매가 옛이야기 도깨비방망이에 나오는 깨금이다. 깨금은 호두와 달리 겉껍질이 단단하지 않아 이빨로 깨물면 딱 벌어지며 고소한 속살이 나온다. 나무꾼이 얼마나 좋아했을까! 하지만 지금은 나무꾼과 함께 사라져가는 신세다. 
한데 이 개암나무가 요즘 인기다. 서양개암나무 헤이즐넛이 들어와서다. 우리도 몇 그루 심었는데, 수분수로 토종개암나무가 좋단다. 그 소리에 토종개암나무를 찾아다녔는데, 절로 잘 자라고 있는 걸 열심히 베어버렸으니..... 
뿌리에서 새가지가 많이 올라오니 줄기도 가늘고 키도 작다. 이 개암나무가 다른 나무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부지런해야한다. 3월 아직 매화가 피기도 전 누구보다 빨리 꽃을 피운다. 한 나무에서 암꽃과 수꽃이 나눠 피는데, 수꽃은 지난 가을부터 꼬리모양으로 뭉쳐 달려 겨울을 나면서 겨울눈에서 암꽃이 피어나기를 기다린다. 암꽃은 하도 작아 사람 눈에는 안 띄지만 자세히 보면 붉은 말미잘 모양으로 여러 송이가 꽃턱잎에 모여 있다. 암꽃이 피면 수꽃은 노란 꽃밥을 바람에 날려 보내고 아래로 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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