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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 | 연재 [장영란 김광화의 밥꽃 마중]
사과꽃
(2018-03-15 10:02:10)



사과 한 알에 씨방 5개. 씨방 하나마다 씨 2알씩 모두 들면 10개다. 하지만 그렇게 옹글게 열리기는 쉽지 않고, 씨방 하나에 씨가 하나씩은 들어야 제대로 생긴 사과가 달린다. 그러려면 꽃잎 5장이 모두 끝까지 남아있어야 하는데, 꽃잎 하나하나가 씨방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만일 꽃잎 5개 중 어느 하나가 일찍 떨어지면 그 자리에 씨가 안 맺힐 뿐 아니라 자라지 않아 사과 모양이 어그러진다.
사과농사 짓는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다. 꽃이 만발한 사과밭을 본 적이 있나? 연분홍 꽃이 봄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하지만 사과농부에게 이건 다 일이다. 꽃봉오리가 뽈깃뽈깃할 때 그 봉오리를 따 실한 꽃만 남겨야 하기에. 단지 맛있다고 먹는 사과. 그 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사과나무의 '사'는 모래. 모래땅 그러니까 물 빠짐이 좋고 약간 서늘한 땅에서 잘 자란다. 사과는 고향인 톈산산맥을 떠나 전 세계로 펴지면서 사람들 입맛을 사로잡았고, 그 덕에 상업적 과수재배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1901년 미국에서 사과 묘목을 들여와, 원산 부근에 과수원을 만든 때란다. 이렇게 상업 재배를 하다 보니 전문 손길이 없으면 기르기 힘든 과일나무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 땅에서 오래도록 기르던 능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능금은 토종 사과가 아니라 다른 종이란다. 능금은 사과와 달리 꽃받침의 밑 부분이 혹처럼 부푼다. 사과에 밀려 능금은 사라져 지금은 묘목을 구할 길이 없다. 대신 꽃사과나 산사과같은 원예종이 흔하다. 유전자원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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