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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4 | 연재 [여행유감]
백두산 자락에서 백두혈통을 생각하다
목수 강주영의 만주 여행
강주영(2018-05-03 11:14:03)
2017년 11월 17일백두산근처이도백하(二道白河, 편의상지명을우리발음으로적는다.)에왔다. 독립군의자취를찾아만주평원을헤메었다. 소설가이광재와함께였다. 하늘아래첫동네조선인마을'아리랑촌'과독립군들의산악군영인'백두산밀영'을다녀오는길이었다. 험한노애령고갯길에앞을가늠할수없는눈들이내렸다. 청산리에서노애령고개를지나멀리백두산을두고동쪽으로눈길을제쳤다. 한참가니독립군근거지인백두산밀영과아리랑촌이보인다. 일찍해가졌다. 서둘러길을되짚어나오느라촌로들을만나지못했다. 아리랑촌은눈발에희미하게묻혔다. 밀영에는뼈에스미는겨울바람이눈을날렸다. 군사에는문외한인일행이보기에도밀영은독립군을넉넉히기를만했다. 안내표지목에는'백두산밀영'이라고만적혀있을뿐어느부대인지는밝히지않았다.
이십여일동안만주일만육천리를차로돌았다. 차의거리계는 6,000km를가리켰다. 북쪽으로는흑룡강(아무르강), 동쪽으로는연해주와경계지대인방천과동령까지갔다. 서쪽으로는하얼빈과장춘을거쳐연길에왔다. 답사마지막 3일전이었다. 답사초기에살펴본청산리를다시살펴보고, 내친김에백두산자락의아리랑촌을찾은길이었다.



숙소가있는이도백하로가는길을눈과어둠속에서독립군의후손들인조선인안내원은용케도길을찾아내었다. 그날천하에눈이가득했다. 아무것도보이지않고읽히지않았다. 오늘에서야아주작게나마눈이열렸다. 관광하지않고견문하려했다. '장소의혼'으로만읽고볼수있었다.
북만주를답사하면서우수리강이발원하는흥개호에서도, 흑룡강에서도, 만주대평원에서도우리는반도인이아니라북방인이라는생각을했다. 만리장성이북의역사는북방족들의역사이지중원족인한족의역사가아니다. 오늘날대청제국이확보한동북삼성(東北三省흑룡강성, 길림성, 요녕성)이비록신중국의실효적지배를받는다고는하나, 북방은엄연히한족이말하는오랑캐의역사이다. 몽골에는지금도'오랑카이족'이살고있다. 북방사를중국사로하려는동북공정은가당치도않은일이다.
북방에서어떤족속이어디서일어섰는가는중요하지않다. 제국으로일어선족속의이름들이상징으로남았을뿐이다. 제국들이바람같이일어섰다가는바람같이사라졌다. 나관중의삼국연의첫머리에이리적혀있다.


"무릇천하의대세란갈라진지오래면합쳐지기마련이고합쳐진지오래면다시갈라지는것이세상이치라할까?"


흥안령에이르기까지만주는아득하게멀고넓어서끝이없었다. 얕은산들이있었으나산인지들인지구분되지않는비산비야(非山非野)였다. 이십여일동안일만육천리를돌았다. 그래도기대고의지할곳은백두산말고는없었다. 막상백두산은가지않았다. 걸어서휴전선을넘어가고싶었을따름이었다. 그까닭을전주지역시인인고박배엽의시로대신밝힌다.


(전략) 돈으로갈수있다면 / 돈으로라도통일된내나라내땅딛고 / 갈수만있다면 / 대동강맑은물에목을적시며 / 개마고원영마루를넘을수만있다면 / 전세금을몽땅빼서라도 / 일숫돈을빌려서라도지금당장떠나겠지만 / 남의나라땅을딛고구경삼아서는 / 나는절대백두산안갑니다 / 이백만원을도로준대도백두산안갑니다 // 철조망지뢰밭이앞을막아도 / 내나라내땅질러가는길이라면 / 통일을기약하며가는길이라면 / 온몸이찢겨지고발목이잘려서도 / 백번이고천번이고기꺼이가겠지만 / 남과북이하나되어가는길이아니라면 / 투쟁과승리로서얻은길이아니라면 / 나는백두산안갑니다 / 절대백두산안갑니다
-박배엽「백두산안갑니다」《문화저널》1991년 1월호


백두산은만주의시원이다.


"높이 200리에둘레 1000리, 산꼭대기에는둘레 80리호수가있었다. 하늘을닮은, 하늘을담은천지(天池)이다. 천지에서발원하여만주를흐르는강이알루(압록강)와아이후(두만강)와훈퉁(송화강)이다. "
-이병한유라시아견문록


여러족속들이백두산으로집을삼고알루, 아이후, 훈퉁강물로목을축였다. 그러니모두가백두혈통이다. 여진, 오랑카이, 거란, 동이, 말갈, 흉노그구분을어찌하겠는가? 만리장성이북의족속은혼족(混族)이고모두백두혈통이다. 과연동북일가(東北一家)이다. 일어섬이반도로갔느냐. 대륙으로갔느냐일뿐이다. 크고넓은부국강병이부러워하는말이아니다. 교류와협력, 포용과융합의문명이었다. 그래서칼을든몽골이나여진도제국을경영할수있었다. 말등에서제국을세울수는있으나경영할수는없다. 천하를공유하는제국의원리와그정신을사모할따름이다.


전주인역시까마득한그옛날고구려백두혈통의후예로분가하였으니동북일가의한적자이다. 고구려인들은백두혈통이었다. 대동강이남의신라를지나선조들은백두혈통을잊지않고고려를세웠다.
조선태조이성계가백두혈통이다. 태조이성계의 4대조이안사공이전주인이니어쩌니하는것은중요치않다. 4대에이르는동안쌍성총관부의몽골과여진과뒤섞여살았다. 동북에서도광양회(韜光養晦), 어둠에서빛을길렀다. 때가되어조선을세웠다. 아뿔싸! 여진에서나서자랐고동북에서일어섰건만여진을품어너르고크게자라지못했다. 소중화사상에빠져동북의족속들을오랑캐취급하였다. 


"삭풍(朔風)은나무끝에불고명월(明月)은눈속에찬데 / 만리변성(萬里邊城)에일장검짚고서니 / 긴파람큰한소리에거칠것이없어라"


김종서의기개만큼은대륙에울렸으리라. 원통하다. 어찌하여태조가나고어울렸던탯자리에사군육진의경계를두어백두혈통을반도혈통으로좁혔던가? 홀로이조선문명에자족하여동북일가를잊고대륙을잊었던고.


신라인들이대동강이남에주저앉았을때발해인(동이, 말갈, 흉노, 여진)들이발해를세워연해주, 흑룡강시베리아, 북만주, 남만주등장성이북을경영했다. 동북여러족속들의연합정권이다. 시운이몽골을일으키니솔롱고스(몽골은한국을이렇게부른다.) 고려는동북일가로원제국과더불어살았다.
천세만세어진군주세종이어찌한글을동북의문자로하지않고압록강과두만강이남의반도문자로삼았던고? 어찌사군육진을세워북방과경계를두었는가? 아세종이시여...


누가제국을세운들어떠랴. 1583년굴기한누르하치역시백두혈통인것을, 여진은만주족으로개칭했다. 개칭했으나옛을잊지않고발해와고구려를잇는대청제국이라했다. 누르하치의 '만주실록'은장백을뿌리로삼았다. 민족의강대함을말하고자허황되게끌어들이는말이아니다. 헛되이고토회복운운이아니다. 아시아의공공재'천하'를더불어여며보는것이다. 


대청은
"만주와몽골과조선을중원문명과는또다른동북일가(東北一家)로여긴것이다. 저멀리고구려와발해를잇는요하의적통임을과시했다"
-이병한유라시아견문


북방인이건만반도에갇힌소중화사상으로중원을사모하는조선이못내아쉬웠다. 홍타이지태종이남한산성에까지왔다. 김훈은소설남한산성에서안개같이말하였다. 아름다운글이빛났다. 과연미문(美文)이었다. 그러나 "장소의혼"은탁주마냥탁했다. 김훈이본남한산성의혼은북방인이아니고반도인이었다. 친명이냐친청이냐중요하지않다. 주전파, 주화파도중요하지않다.
허울에빠진선비들말고북방을기억하는선비인들어찌없었으리오. 이미광해가북방과어울리자했고, 강홍립이있었던것을. 후금의선두로조선에왔으나인조반정공신들에의해역신으로몰렸다. 대륙과반도를잇는북방인이었다. 시세를냉정히읽었다. 백두혈통동북일가를잊지않았다.


오늘날에백두혈통을주장하는이들이있다. 백두혈통이아쉽다. 어찌좁은반도의북쪽에서전북방인의공공재백두혈통을일문의가보로좁힌것인가? 살아남기에다급한형세를모르지않는다. 백두혈통은대륙인이고북방인이다. 비록러시아와신중국에북방을내주었다한들…뭉치면반드시갈라지고, 갈라지면반드시합하는것임을…넓게보고길게봐야한다. 한가문이독점할수는없는일이다. 


시베리아벌목노동자나이슬람건설노동자로형제자매를내보낼일이아니다. 고려인과동북삼성의 200만조선인과더불어갈일이다. 남도북도백두혈통북방을잊었다. 남북모두북방의조선인, 고려인과더불어갈길을찾아야한다. 네트워크제국유기적천하체계를만들어야한다. 국가와국가가일직선으로만나는폐쇄적국민국가에갇힌사고를버려야한다. 남한산성의최명길도김상헌도아니다. 역신강홍립을생각할일이다. 국경없는네트워크천하를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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