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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6 | 연재 [안봉주의 생태사진]
팔색조
도휘정(2018-07-13 11:41:41)



사람들은 다방면에 재능이 많거나 매력이 많은 사람을 '팔색조'라고 부른다.
군산 출신으로, 기아 타이거즈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계현은 '원조 팔색조'다. 화려한 투구폼으로 다양한 구종을 자유자재로 던져 '팔색조'란 별명을 갖게 됐다. 이른바 '팔색 변화구'였던 것이다. 그밖에도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들 앞에 붙는 단골 수식어가 '팔색조'이다.


팔색조는 여러 가지 색깔의 화려한 깃털을 가진 여름새이다.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귀해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제204호로 지정돼 있다. 세계에 딱 1만 여 마리만 살고 있다고.
그러나 팔색조의 깃털 색깔에 대해서는 일곱 가지라는 둥, 여덟 가지라는 둥, 의견이 분분하다. 비교적 최근 자료인 2017년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팔색조는 밤색, 검은색, 노란색, 녹색, 청록색, 붉은색, 황갈색, 흰색 등 여덟 가지 빛깔의 깃털을 가지고 있다.
(조류학자가 아닌 이상,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이 새들도 조금씩 다르겠지, 하고는 슬쩍 넘어가 본다.)


팔색조는 주위 모든 것을 말 그대로 '배경'으로 만들어 버리는 재주가 있다. 짙은 초록 위에서도, 갈색 낙엽 위에서도, 단번에 주인공의 자리를 꿰찬다. 특히 팔색조가 빠르게 날갯짓을 하면 여러 가지 색이 눈앞에서 회오리를 그리며 한 데 섞이는 데, 오묘한 매력이 있다.
팔색조는 새끼를 키우는 데도 지극정성이다. 항상 입에 지렁이를 잔뜩 물고 다니는 사진이 자주 목격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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