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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9 | 기획 [청소년 연극을 보다]
연극을 왜 하냐고요? 즐겁고 재미있어서죠
우수상 수상한 전주여고 연극반 'SINCE 1996'
이동혁(2018-09-17 10:41:28)



우리나라 공교육 현장에서, 특히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연극제 준비를 한다고 하면, '너 연극 전공하려고?' 소리를 듣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전주여자고등학교 연극반에서 연극을 전공하려는 학생은 단 한 명뿐이다. 수상 경력이 대학 진학에 보탬이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교육부 지침 때문에 수상 경력도 특기 사항에 입력하지 못한다. 연극을 전공할 것도 아니고, 대학 진학에 보탬이 되는 것도 아닌데, 진학을 눈앞에 둔 학생들이 연극에 몰두하는 이유가 뭘까?
"연극이 너무 재미있다." 그저 즐겁고 재미있어서란다.
한결같은 마음이 심사위원들에게도 전해졌는지 18개 학교가 경합을 벌인 이번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전주여자고등학교는 우수상(한국연극협회이사장상)의 영예를 안았다. 다른 학교 연극반에 비해 훨씬 적은 숫자로 치룬 연극제여서 그런지 그 수상 소식이 더욱 값지다.

전주여자고등학교 연극반 'SINCE 1996'은 24년이라는 역사와 전통, 수많은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이번 연극제에서도 우수상을 수상해 그 명성이 겉치레가 아님을 증명했다. 하지만 수상에 이르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연극반 지도를 맡고 있는 조영희 교사는 "주로 1, 2학년이 연극제에 참가하는데, 올해에는 연극반에 들어온 1학년 학생의 숫자가 적어서 무척 힘들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수험을 위해 빠진 3학년 학생들의 빈자리에, 1학년 학생 모집까지 난항을 겪으면서 사실상 연극제에 참가할 수 있을지조차 불안했다고 한다. 조 교사는 "현재 연극반 총 인원이 6명이다. 그 인원으로 연기를 하고, 연출에 음향, 조명, 의상, 소품까지 담당을 해야 했으니 학생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늠이 안 된다. 연극제 때는 여섯 명의 학생이 배역을 두세 개씩 맡고 무대에 올랐다. 그나마 3학년 학생이 조명을 맡아 주기로 해서 겨우겨우 연극제를 치룰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연극제에서 선보인 창작극 <플레이>의 줄거리 역시 전주여자고등학교 연극반의 위기를 다루고 있다. 졸업생과 재학생들의 꾸준한 활동으로 매년 청소년연극제에서 수상을 하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신입생들이 줄어들어 위기가 찾아왔고, 그런 상황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연극반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창작극 <플레이>의 내용이다. 조 교사는 "대회에 참가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무심코 '우리 인원으로 할 수 있을까?' 라는 말을 했었는데, 아이들이 그 말을 기억하고 극 속에 넣었더라. 객석에서 그 대사를 듣는 순간 눈물이 왈칵했다"며, "자신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몰입해서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족한 연습 시간과 연습 공간 확보도 연극제 준비의 어려움 중 하나였다. 방과 후 활동이나 자율학습 등 학업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은 일반계 고등학교에선 연습 시간을 확보하는 일도 녹록치 않았다. 조 교사는 "비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연습을 한다.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 같은 토막 시간을 이용해 거의 매일 연습을 하고, 대회가 가까울 때는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양해를 구해 연습을 한다"며, "그마저도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는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끔 외부 공간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공간이 없어서 애를 먹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갖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극제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한 전주여자고등학교의 강점은 무엇일까? 조 교사는 "선후배 간의 끈끈한 정"이라고 말했다. "수험 준비로 바쁠 텐데도 틈틈이 시간을 내 연기 지도를 해 주는 3학년들을 보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 배우로 활동하면서 연극반의 연기 지도까지 맡고 있는 이준선 선생 역시 우리 학교 연극반 출신이다. 매년 연극제 기간마다 후배들을 위해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선후배 간의 두터운 교류를 설명했다.
"지역 예선(전북청소년연극제)에서 우승했을 때 아이들이 무척 감격스러워 했다. 적은 인원으로 어렵게 준비한 무대였으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도 뜻밖에 우수상을 수상하게 돼 감개가 무량하다. 아이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상의 기쁨도 함께 전했다.

올해 전북청소년연극제는 전국청소년연극제 진행을 위해 예년보다 2~3주 정도 앞당겨 진행됐다. 매년 열 개교 정도가 참가했지만, 올해에는 시기가 앞당겨진 탓에 일곱 학교만이 지역 예선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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