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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3 | 기획 [낭독의 힘, 낭독의 재발견]
온몸으로 읽고 마음에 아로새기다
이동혁(2019-03-22 16:32:21)

책 속에 가지런히 몸을 뉘이고 있던 활자들이 하나둘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기 시작한다. 차분하게 활자들을 훑는 목소리가 꾹꾹 눌러쓴 손 글씨마냥 가슴에 와 박힌다. 눈으로 읽고 입으로 말하며 가슴으로 받는 것, 낭독의 진수는 이렇게 깊고 그윽하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독서법은 본래 '묵독'이 아니라 '낭독'이었다. 하지만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개인의 독서가 중요해지면서 점차 낭독은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은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보는 것이라고 배웠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묵독이 당연한 매너처럼 여겨지게 됐다.
낭독은 단순히 책을 소리 내어 읽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성리학을 집대성하여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회암 주희는 '독서삼도'를 강조했다. 독서삼도란 독서를 할 때 자신의 세 가지가 그 글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생각과 정신을 분산시키지 않고 그 글에 집중해야 한다는 '심도', 두 번째는 글을 허투루 보지 말고 문맥과 문장의 이치를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안도', 세 번째는 글이 입에 익숙해질 정도로 많이 읽어야 한다는 '구도'다. 낭독은 이 삼도를 한꺼번에 아우르는 훌륭한 독서법이다.
하지만 낭독이 무엇보다 좋은 이유는 그것이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좋은 글귀를 소리 내어 읽으며 자신에게 선물을 전해 보자. 마음이 방긋 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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