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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7 | 기획 [버려진 물건 위에 핀 새활용의 꽃]
우리의 삶에 새 숨을 불어넣다
우리 지역의 업사이클링
이동혁(2019-07-17 10:27:35)

누군가는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또 다른 누군가는 예향의 도시 전주를 더욱 살갑게 알리고 싶어서, 그중에는 거리 미관을 해치는 쓰레기를 보다 못해 직접 두 팔 걷어붙이고 골목으로 나선 이도 있었다. 다들 시작점은 달랐지만, 목표로 향하는 길 위에서 그들은 한 가지 착한 가치로 교집합을 이뤘다. 바로 환경을 생각하는 업사이클링.


아직이라고만 생각했던 우리 지역에서도 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업사이클링의 가치와 의미를 나누고 있었다. "어? 내가 하는 게 업사이클링이었어?"라며 도리어 반문하는 자각 없는 실천이 반가웠다. 그들에게 새활용은 이미 하는 것이 당연한 생활 속 습관이었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업사이클링을 이뤄 가고 있는 그들의 삶에서 다가올 미래를 엿본다. 나와 후대는 물론, 우리를 둘러싼 자연까지도 함께 상생하길 바라는 마음, 업사이클링이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마녀의 재봉틀] 엄마이기에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선택
"업사이클링이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마음이 잘 맞는 언니, 동생으로 의기투합해 청바지와 현수막 업사이클링을 시작한 지 올해로 2년차, '마녀의 재봉틀' 송애경 대표(53)와 총무 송인숙 씨(44)는 업사이클링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 말처럼 송 대표가 업사이클링을 시작하게 된 이유도 사실은 아주 일상적인 고민 때문이었다.


집집마다 꼭 한 벌씩은 가지고 있는 안 입게 된 청바지,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치수가 맞지 않게 됐다는 이유로 장롱 한편에서 세월아 네월아 잠자고 있던 것들이다. 그냥 두자니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것 같고, 버리자니 뜯어지거나 해진 곳 하나 없는 청바지가 아깝다.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그런 고민 속에서 "그럼 이 청바지로 무언가 다른 걸 만들어 볼까?"라며 도전했던 것이 바로 청바지 업사이클링이었다.


"처음엔 어떨까 싶었는데, 막상 가방이나 파우치, 브로치로 만들어 보니까 굉장히 예쁘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이걸 사업으로 진행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마녀의 재봉틀을 꾸리게 됐어요."


현재 다섯 명의 엄마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는 마녀의 재봉틀은 제품 제작뿐 아니라 낭비되는 자원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인식 개선 체험 행사도 펼치고 있다. 체험 행사에서 청바지의 놀라운 변신을 보고 "이런 게 있는 줄 알았으면 나도 버리지 않고 모아 둘 걸"하며 감탄을 표하는 엄마들을 볼 때마다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고. 더불어 버려진 광목을 활용한 아이들 체험 행사를 진행하며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우리 꿈나무들에게도 자원의 소중함을 알리고 있는 중이다.


"자원을 아낀다는 점도 좋지만, 자신이 직접 만든다는 사실에 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냥 사서 쓰는 물건보다 더 애착도 갖게 되고요."


그런 나름의 방식들을 통해 업사이클링의 가치를 전하고 있는 마녀의 재봉틀. 그들에게 업사이클링이란 과연 무슨 의미일까? 송 씨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계획서"라고 말한다.


"요즘 환경 문제가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있는데, 엄마로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평소 관심 있던 재봉을 활용해 청바지 업사이클링을 시작하게 됐어요. 대단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현재의 내가 고민 끝에 찾아낸 일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지속해 나가려고 해요."



[전주 뚱이 스토리] 내 손으로 만드는 추억 소환 여행
전주하면 떠오르는 많은 이미지, 그중에서도 한옥마을이나 한복은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이미지일 것이다. 당장 SNS만 살펴봐도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들이 수두룩하게 검색된다. 그런 전주를 대표하는 한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업사이클링을 시작한 곳이 있다. 바로 '전주 뚱이 스토리'다. 뚱이 스토리는 편백나무 방향제가 들어 있는 뚱이라는 인형에 한복 자투리 천으로 제작한 옷을 입혀 버려지는 원단을 새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모든 제품이 그렇지만, 특히 업사이클링 제품은 고급화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뚱이 스토리 김나리 대표(42)는 업사이클링에 담긴 가치와 의미만으로는 제품이 지속성을 가질 수 없다고 단언한다. 즉, 값어치가 있어야 버려지지 않는다는 것. 그 목표처럼 그는 인형 옷 디자인에만 꼬박 1년을 매달렸을 정도로 고급화에 큰 무게를 두었다. 한 땀 한 땀 색과 형태를 고민하며 탄생한 인형 한복은 보기에도 화사해 선물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김 대표는 주력인 한복 인형 이외에도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해 업사이클링의 폭을 넓히고 있다. 개중에는 턱시도를 입힌 인형도 있는데, 엉덩이나 소매가 해져 입지 않게 된 아빠들의 양복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조금만 주변으로 눈을 돌려 보면 무엇이든 업사이클링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런 김 대표에게도 최근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공단(두껍고 윤기가 도는 고급 비단)보다 깨끼(속이 비치는 얇은 원단)로 만들어지는 한복들이 많아 재료 수급이 어려워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집에 고이 모셔 둔 한복들을 활용해 '감성 업사이클링'을 진행해 보기로 했어요."


일상에서 전혀 입을 일이 없는 한복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내버리기에는 한복에 어린 추억들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과거 결혼식의 추억이, 우리 아이 돌 잔치 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 한복들을 실제 생활에서 사용되는 쿠션이나 핀, 브로치, 테이블보, 티받침 등으로 업사이클링하면 그 물건들을 볼 때마다 기억도 더욱 새로워지지 않을까? 단순히 환경만을 위하는 업사이클링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추억과 기억까지도 함께 아우른다는 점에서 또 다른 신선함을 던져 준다.


"본인 물건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는 것도 장점이에요. 이번 감성 업사이클링은 오는 8월부터 엄마들과 제품 제작을 시작해 11월 진행되는 마켓에서 선보일 계획이에요. 그러면서 오신 분들에게는 업사이클링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려고요."


전주의 이미지를 녹여 낸 한복 인형부터 추억을 되새기는 감성 업사이클링까지, 김 대표에게 업사이클링이란 자신의 손으로 만드는 추억 소환 여행이다.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한복에 대한 기억, 업사이클링을 통해 또 다른 추억으로 남겨 보는 것은 어떨까.



[업싸이클링] 아름다운 거리, 누군가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할 때 만들어진다
그동안 분리 수거에 대해 소홀했던, 특히 배달 음식을 자주 이용했던 사람들은 지금부터 '업싸이클링' 김현옥 대표(42)가 하는 말을 잘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가 거리로 뛰쳐나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거리 미관을 해치는 골목골목의 쓰레기들, 그중에서도 충분히 분리 수거가 가능한 플라스틱 용기를 남은 음식째 버리는 몰상식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그는 두 팔 걷어붙이고 거리로 뛰어들었다. 평소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김 대표였기에 그는 기꺼이 환경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자청했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은 뒤 별도의 세척 과정도 거치지 않고 음식물과 섞어 버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렇게 버려진 쓰레기들은 보기에도 지저분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재활용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지난해부터는 원룸 대표들의 연락처를 전부 받아서 그분들을 먼저 개도하기 시작했어요. 실제로 사는 분들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고쳐지지가 않거든요."


중화산2동에 살고 있는 주부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고 있는 업싸이클링은 처음부터 환경 개선을 위한 방법을 새활용만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아직도 각 가정과 교육 현장에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재활용 교육 역시 그들에게는 중요한 화두였다. 결국 어느 것이든 환경을 위한 선택이었기 때문에 김 대표는 재활용과 새활용을 함께 실천하며 환경 개선에 대한 고민을 풀어 나갔다.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을 펼치는 동안 우연히 버려진 화분을 발견하게 됐어요. 키우던 식물이 죽어도 보통 화분은 멀쩡하잖아요. 충분히 다시 쓸 수 있는데, 그냥 버려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김 대표는 쓰레기장으로 향하는 화분들을 수거해 그것들을 다시 재판매하는 사업을 당장 올해부터 시작했다. 낭비되는 자원을 절약할 뿐만 아니라 재판매하는 과정에서 수익도 창출돼 추후에는 보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볼 계획이라고 한다. 그와 더불어 버려지는 페트병과 유리병, 화장품 병을 활용한 화분 만들기 새활용도 업싸이클링의 주요한 활동 중 하나다. 문화센터나 학교, 아동센터, 요양원 등을 방문해 무료 체험 행사를 펼치며 낭비되는 자원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 기여를 하고 있다.


"작은 힘이나마 환경 개선을 위해 쭉 힘을 보태고 싶어요. 저희 활동을 통해 다 쓴 물건을 어떻게 버려야 될지, 또 쓰레기라고만 생각했던 물건이 어떻게 탈바꿈되는지 배우면서 우리 사회를 보다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데 동참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행복제작소] 눈 닿는 모든 곳에 새활용이 있었다
마치 마술사 같다. 물건을 보호하거나 단열 용도 외에는 쓸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스티로폼이 '행복제작소' 장윤정 대표(47)의 손과 만나는 순간 전혀 새로운 물건으로 탈바꿈됐다. 형태는 물론 질감도 자유자재, 목재 선반인 줄 알고 만져 본 그것 역시 사실은 스티로폼이었다.
장 대표가 버려진 물건에 새 옷을 입히기 시작한 것은 2001년 경기도에서 '행복배달'이라는 상호로 활동하면서부터다. 아직 업사이클링이란 말조차 국내에 존재하지 않던 때였다. 그가 만들어진 기성품보다 버려지는 것들에 더 큰 관심을 보였던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고 싶다는 개성 넘치는 성격 덕분이기도 했다.


"정답이 없는 것에서 정답을 찾는 느낌이 좋았고, 버려진 물건이 전혀 새로운 물건으로 탈바꿈되었을 때 보이는 사람들의 감탄스러운 반응도 제게는 좋은 자극이 됐어요."


햇반 그릇부터 빈 통조림 깡통까지, 그에게 업사이클링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신세계였다. 버려진 옷장 문을 뜯어 파티션을 만들었는 때는 주변의 반응이 너무 좋아 같은 제품을 만들어 달라며 주문이 폭주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런 작업들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쓰레기인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이렇게 멋지게 변신할 수도 있구나. 그렇게 업사이클링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날 때마다 세상도 더 아름다워질 거라고 생각해요."


교육을 위해 학교를 방문할 때도 장 대표가 오는 날이면 아이들의 반응부터가 다르다고 한다. 정형화된 패키지 프로그램 대신 그만의 업사이클링 패키지를 만들어 수업하기 때문, 그의 수업에선 불필요하다 생각했던 일상의 모든 쓰레기가 작품이 된다. 해가 바뀐 스프링 달력은 멋진 독서대가 되고, 다 쓴 화장지 심도 해맑은 웃음이 담긴 연필꽂이가 된다.


"아이들에게는 상상의 폭을 넓혀 주는 새로운 경험이고, 어른들에게는 쓰레기를 다시 순환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는 통로인 거죠."


그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업사이클링이 우리 모두의 삶 속에서 생활화되는 것이다. 누구나 함께 그 가치를 공유하고, 인정하며, 같이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것. 그런 미래를 장 대표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것이 바로 업사이클링의 매력이죠. 그래서 제게 업사이클링은 무인도에서 새롭게 찾은 개척 공간 같은 느낌이에요. 또 어떤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매일매일이 신선해요."



[협동조합 온리] 뚝심 있는 고집, 장인의 숨결을 담다
언뜻 평범한 그림엽서처럼 보이지만, '협동조합 온리'에서 만든 엽서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그 안에 새로운 생명의 씨앗을 품고 있는 것.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엽서를 물에 적셔 두면 그 안에서 싹이 자라난다. 김명진 대표(46)가 폐종이를 활용해 만든 수제 씨앗엽서 '종이정원'이다.


종이정원의 주 재료는 재활용이 어려운 파쇄 종이다. 우리나라의 종이 재활용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안타깝게도 파쇄 종이만은 예외다. 이물질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고, 부피가 큰 탓에 운반 및 보관, 적재가 어려워서 극히 일부만 재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활용 시장에서도 찬밥 취급을 받는 파쇄 종이지만, 김 대표만은 뚝심 있게 가공이 어려운 파쇄지를 고집한다. 그것이 진정한 업사이클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버려진 물건에 새로운 디자인을 입혔다고 해서 그걸 모두 업사이클링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전제 조건이 있는데, 재사용이나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다른 제품으로 재탄생시켜야 제대로 된 업사이클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협동조합 온리의 종이정원은 생산 공정도 무척이나 독특하다. 전주를 대표하는 한지에서 착안하여 나무틀로 종이를 한 장, 한 장 뜨는 전통 제작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기계를 사용하여 대량으로 찍어 내는 것이 제조비 절감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었겠지만, 그는 부러 그러지 않았다. 우리의 한지가 그러하듯 제품에 장인 정신이 깃들려면, 100% 수작업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종이를 떠내 씨앗을 심고 말리는 전 과정에 총 3주라는 기간이 걸린다. 많은 시간과 품이 드는 일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종이정원에는 다른 엽서 제품에선 느낄 수 없는 장인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다.


지역 사회에 대한 공헌도 김 대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항 중 하나다. 특히, 누구나 약간의 교육만 받으면 바로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이 타 분야보다 훨씬 수월하다. 이미 어르신, 결혼이민자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 2014년에는 서울관광기념품, 2015년 사회적기업 스타상품에 연속으로 선정되는 등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온리라는 이름은 전주의 옛 이름인 '온고을'과 다시 디자인한다는 뜻의 '리디자인'을 합친 말이에요. 그리고 동시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이라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눔과 배려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 기업으로서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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