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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7 | 연재 [수요포럼]
자원 순환의 새로운 패러다임, 새활용이 바꾸는 세상
광명업사이클링아트센터 강진숙 센터장
이동혁(2019-07-17 10:37:42)

인간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지구에 폐를 끼치는 생물이다. 듣기에 불편할 수도 있으나 그게 진실이다. 우리는 숨을 쉴 때도 이산화탄소를 내뱉고, 어떤 행동을 하면 항상 쓰레기가 배출된다. 인간이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도움은 이화작용인 배설뿐이다.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시작된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 우리는 무분별한 벌목과 개발, 토지와 공기 오염 속에서 지구의 목을 조르고 있다. 스스로를 지성체라 부르며 우월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그 실상은 기생충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성인으로서 언제까지 그러한 오명을 그대로 둘 것인가. 스스로 인간의 존엄성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제 변해야 할 때다.


인간인 이상 지구에 폐를 끼치는 것은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타고난 숙명이겠지만,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그 폐를 조금 ‘덜’ 끼칠 수도 있다. 지구와 상생을 꿈꾸는 업사이클링, 광명업사이클링아트센터 강진숙 센터장에게 새활용의 진정한 의미와 그 미래에 대해 들어 보았다.



자본주의의 딜레마, 업사이클링이 대두되다
“업사이클링이 굉장히 거대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삶에 항상 존재해 왔던 거예요. 유행이 지난 물건을 다시 고쳐 쓰는 리폼도 업사이클링의 좋은 예입니다. 단지 업사이클링이라는 용어와 개념을 체계적으로 알지 못했을 뿐이에요.”


강 센터장은 세상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업사이클링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우리가 배경지식을 가지고 영화를 볼 때와 모르고 볼 때의 느낌이 전혀 다르듯이, 업사이클링도 마찬가지다. 아는 사람이 보는 세상과 모르는 사람이 보는 세상은 그 풍경부터가 완전히 다르다. 카페에서 플라스틱 컵을 받아 들 때조차 아는 사람은 이미 태도부터 조심스럽다. 이것이 환경을 위한 선택이 아님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량생산이 체계를 갖추고 이뤄지기 시작한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불과 수십 년만에 우리는 한국 국토의 열다섯 배 정도되는 크기의 쓰레기 섬을 태평양에 만들게 됐죠.”


거기서 발생되는 미세 플라스틱은 이미 해양 생물들에게 커다란 재앙이다.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먹은 해양 생물들은 성장과 번식에 장애를 겪거나, 장폐색, 섭식 장애 등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물고기의 몸 속에 축적되어 있던 미세 플라스틱은 인간의 체내로 옮겨가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나일론 같은 유해 물질에 고스란히 노출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물자의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자연히 버리는 것도 해외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어요. 자국에서 전부 처리할 수 없으니까 외국에 처리를 맡기는 건데, 이런 상황이 또 다른 쓰레기 문제를 유발시키게 되죠.”


올해 초 불거진 한국 기업의 쓰레기 불법 수출이 그 예다. 필리핀 현지에 끼친 막대한 피해와 국제 사회의 비난 속에서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쓰레기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고 안이했는지 자각시킨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사실 안 쓰는 거예요.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생산이 이뤄져야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고, 또 계속 생산이 이뤄지려면 소비가 되어야죠. 이렇게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사이클 안에 갖히게 된 겁니다.”


강 센터장의 말처럼 문명의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 한 우리들은 끊임없이 만들고 소비해야 한다. 그리고 이 어쩔 수 없는 딜레마 속에서 우리는 지구에 폐를 덜 끼치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등장한 것이 바로 ‘업사이클링’이었다.


잘못된 업사이클링은 독이 될 수 있다
“지난해에 자원순환기본법이 제정되면서 폐자원 가공에 대한 제재가 많이 완화됐어요.”


폐자원의 경우 가공 과정에서 화학적인 독소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은 자격증을 가진 생산 공장에서만 변형이 이뤄질 수 있었다. 폐자원을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이들이 간혹 매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지만, 사실 지난해 이전까진 전부 불법이었던 것. 하지만 이 자원순환기본법의 제정과 함께 이젠 개인도 폐자원을 활용한 업사이클링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자원 절약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요즘, 업사이클링에 훈풍이 불어온 셈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업사이클링에 도전하면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폐자원을 해체, 분리, 세척하는 과정에서 더 큰 오염이 발생한다면, 본말전도가 아니겠는가. 게다가 모든 일에 양면성이 있듯이 업사이클링이 반드시 옳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재활용이 100이라면 업사이클링은 10 정도밖에 자원을 순환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탁의 가방을 보면 디자인이 굉장히 세련되고 감각적이죠. 그런데 이렇게 예쁜 가방이 나오려면 원재료를 취사선택할 필요가 있어요. 디자인에 필요한 모양과 원하는 색을 잡아내기 위해 필요한 부분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버려지는 거예요. 참 아이러니하죠.”


그래서 프라이탁은 트럭 회사의 덮개를 직접 디자인해 제공했다. 그렇게 제공된 덮개를 5년 뒤에 돌려받아 다시 가방으로 만드는 것. 이런 계약을 해야 했을 정도로 그동안 낭비되는 부분이 많았다는 뜻이다.


“업사이클링의 뒷면을 보면, 굉장히 어렵고, 오히려 업사이클링이 아닌 부분도 있어요. 환경적이지 않은 부분도 솔직히 있고요. 그런 부분을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천지 차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렇다면 업사이클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강 센터장은 ‘디자인’과 ‘아이디어’라고 설명한다. 그 말처럼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70여 개의 업사이클링 기업이 있고, 그중 대부분을 디자이너가 운영하고 있다. 100% 디자인과 100%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업계라는 말은 빈 말이 아닌 것이다.


업사이클링이 디자인과 아이디어에 목을 매는 이유는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뜻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라도 사람들은 동정심에서 물건을 구입하지 않는다. 더욱이 업사이클링 제품의 원재료는 버려졌던 물건들,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당연히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매력을 주어야 해요. 그게 바로 디자인이고, 아이디어죠.”


쓰레기를 보는 시각만 바뀌어도 반은 성공한 것
업사이클링은 만능이 아니다. 앞서 강 센터장이 설명한 것처럼 업사이클링에도 뒷면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 좋은 취지와 의미까지 한데 깎아 내릴 수는 없는 일, 업사이클링을 보다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그는 업사이클링 단체들 간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국에 13개 업사이클링 센터가 있지만, 각자를 대표하는 업사이클링은 없어요. 다들 한다고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똑같은 프로그램 일색이죠. 서로 어떤 세부 가치를 쫓을지, 또 큰 테두리 안에서는 어떤 가치를 공유할지, 그런 방향을 설정할 네트워크가 필요해요.”


동시에 각 지역이 추구하는 업사이클링의 목표를 제대로 설정해 두지 않으면, 결국 속 빈 강정, 업사이클링 센터라는 건물만 남게 될 위험이 있다. 그에 대한 섬세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 센터장은 설명한다.


그가 운영하는 광명업사이클링아트센터에서는 현재 에코건축학교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에코건축학교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의 전문적인 에코 건축 디자인 과정과 실물을 제작해 보는 체험 중심의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이 환경이라는 말조차 안 들어 보고 살았을 수도 있고, 환경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을 수도 있지만, 진로와 연계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느낀다면 조금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에서 4년째 에코건축학교를 운영해 왔어요.”


이렇게 좋아하는 것과 환경 문제를 접목해 보니 아이들이 업사이클링을 보다 더 쉽고 유연하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한다. 설령 그 아이들이 환경을 지키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더라도 업사이클링을 모르는 아이들보다는 환경 문제에 대해서 보다 더 진지해질 터다.


“쓰레기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기만 해도 업사이클링은 반 이상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쓰레기이기에 가능한 일이 사실은 아주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서울대에서 나온 이면지를 활용해 만든 메모지가 수험생들 사이에서 대박 상품으로 거듭난 것도 쓰레기이기에 가능했던 전략이다.


기억과 추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업사이클링의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남이 보기엔 그냥 쓰레기일지 몰라도, 거기에 어린 추억과 기억을 생각하면 하나를 버리는 데도 망설임이 든다. 또한, 버리는 사람,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듯이 자신이 먼저 아티스트가 되면, 업사이클링과의 거리도 단번에 줄일 수 있다. 우리 모두 실천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미래 산업과의 결합도 중요한 화두하고 생각해요.”


환경 문제도 결국엔 미래 기술과 융합할 수밖에 없다. 강 센터장은 “3D프린터라든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IT기술 등과 접목하면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며, 업사이클링이 지속성을 가지려면 하나의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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