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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8 | 칼럼·시평 [문화시평]
새로운 브랜드 작품에 대한 기대, 깊은 고민과 담금질이 더해진다면?
전주한옥마을 상설공연
홍현종(2019-08-14 15:34:11)

전주의 대표적인 전통문화자원인 '한옥'과 '판소리'를 활용해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전주 야경과 여행의 재미를 주고자 제작된 한옥마을 상설공연 "진짜 진짜 옹고집"과 "별주부가 떴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전주마당창극 여덟 번째 작품인 "진짜 진짜 옹고집(연출 오진욱, 극본 오은희)"은 기존 판소리 다섯 바탕의 틀을 확장해 판소리 열두 마당 중에서 '옹고집'이라는 소재를 선택하였다. 심술궂은 옹고집을 혼내주기 위하여 허수아비로 만든 가짜 옹고집이 깨달음을 주게 된다는 고전소설의 내용을 시대에 맞게 변형하였다.
우선 이 작품은 흥부가, 춘향가 등 한옥마을 마당창극에서 공연되었던 익숙한 판소리 소재에서 벗어났기에 신선하다. 반면 누구나 알만한 소재인 옹고집을 이야기함으로써 작품의 내용이 낯설지 않다. 더욱이 복잡하지 않은 소재를 선택함으로써, 가벼운 마음으로 고전의 향기와 전주의 정취를 느끼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여덟 번째를 맞이한 전주마당창극 제작진의 선택으로써는 나쁘지 않은 결과이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떨어지는 갈등구조와 결말 부분의 애매한 구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춘향가의 어사출도, 흥보가의 박타는 대목과 같은 결정적 한방이 부족했다. 열연을 펼친 주연배우는 물론 연출자의 능력을 알고 있기에 제작진의 잠재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대목이 필요해 보인다.
판소리를 차용하였기에 판소리 특유의 사설들이 적지 않게 등장하는데, 이 작품을 접하는 관객은 평소에 판소리와 창극을 꾸준히 접해온 경우이기보다는 전주를 찾은 타지의 관광객일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고려해볼 때, 이러한 판소리 사설이 일반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와 내용들일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한자어 대신 쉬운 단어를 사용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기대와 배우들의 발음이 좀 더 정확했더라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 예상해본다.
고즈넉한 한옥에서 펼쳐지는 공연이 나름의 풍취를 느껴볼 수도, 전주의 특색을 잘 표현하는 구조적 장치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보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단조롭기만 무대에 변화를 시도해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한옥의 구조적인 배경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면, 조명과 영상 등을 활용해 보다 다양한 무대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새로운 마당놀이다.
판소리의 기본 선율에 밴드의 음악을 접목시킨 점은 일반 관객들이 접하기에 용이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며, 보다 풍성한 사운드를 전달해준다. 그러나 건반과 드럼 등 밴드의 강렬한 소리가 정말 이 작품과 잘 어우러지고 있는 것인지, 과한 부분은 없는 것인지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한옥마을 평일 상설공연인 "별주부가 떴다!(연출, 극본 김소라)"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수궁가'에 '심청가'는 물론 환경문제까지 접목시켰다. 수궁가 속 용왕의 병이 바닷속까지 밀려드는 쓰레기 때문이라는 새로운 시각은 충분히 칭찬받을만하다. 고전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현재의 우리들 모습을 적절히 반영한 시도는 이해하기도 쉬울 뿐 아니라 작품의 생명력을 북돋아 주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특히 버나놀이 등 다양한 연희는 물론 셀카봉을 활용한 실시간 인터넷 중계를 펼치는 토끼의 모습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연결되면서 80분이라는 공연 시간이 지루할 틈도 없이 진행된다.
이 작품은 두 명의 악사가 무대 옆에서 실시간으로 반주를 진행하는데, 사전 제작된 반주에 실시간 연주가 어우러지면서 보다 풍성한 음악적 재미를 전달해준다. 더욱이 뮤지컬과 창극의 특성을 활용해 새로운 '마당창극'을 만들고자 하였다는 제작진의 의도는 작품 속에 잘 표현되었다. 연극배우는 물론 판소리 전공 소리꾼, 뮤지컬 배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자신만의 장점을 가지고 작품 안에서 하나가 되었으며, 마당창극에 함께 녹여진 '판소리'와 '뮤지컬 넘버'는 이질적인 느낌을 전하지 않고, 극의 음악적 전개를 위해 적절히 활용되고 있다.
물론 다듬어지지 않은 노래 실력과 조연급 연기자들의 아쉬운 연기는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었으며, 빈약한 무대는 못내 아쉽다.


두 작품 모두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전주에서 볼 수 있는 전통 마당창극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전주를 찾은 관광객에게 고즈넉한 한옥에서 평소에 접해보지 못했던 전통 국악 콘텐츠를 직접 접해본다는 것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독창적인 경험일 수 있을 것이다.
전주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판소리 다섯 바탕이 시대를 이겨내고 살아남았듯이, 전주의 새로운 브랜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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