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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9 | 기획 [녹시율을 아십니까]
무더위의 끝, 걷기 좋은 숲길
이동혁, 김하람(2019-09-17 11:13:08)



익산 함라산 둘레길
익산 함라산 일원에 산과 강을 끼고 이어지는 도보 여행길인 '익산 함라산 둘레길'이 있다. 둘레길의 총 길이는 12km로, '양반길', '명상길', '병풍길', '역사길', '건강길' 등 다섯 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양반길은 함라면 소재지부터 함라산 탐방로까지 2km 정도 이어지며, 김안균, 조해영, 이배원 등 함라 삼부자의 전통가옥 돌담길을 옛 양반처럼 느리게 걸을 수 있는 길로 조성돼 있다. 명상길은 칠목재 임도부터 자생녹차 군락지까지 이어지는 4.5km 길로, 푸른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명상과 산림욕을 즐기기에 딱 알맞다. 길 곳곳에 걸린 좋은 글귀와 명시가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청명한 새소리와 잔잔하게 흐르는 명상 음악이 사색의 깊이를 더한다.
자생녹차 군락지부터 함라산 전망대까지 연결되는 병풍길에선 금강과 웅포의 수려한 자연 경관을 함께 감상할 수 있으며, 다시 함라산 전망대에서 숭림사까지 이어지는 건강길은 사찰과 아름다운 숲을 맨발로 다닐 수 있도록 조성돼 있어 걷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질 수 있다.



무주 금강변 마실길
'예향천리 금강변 마실길'로 불리는 무주의 옛길은 금강의 속살을 제대로 보여 주는 시골길이다. 고요하게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우리네 산촌 풍광을 온전히 품고 있다. 이즈음 더욱 무르익은 녹음을 벗 삼아 길을 나서면 어느샌가 잊고 있던 옛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부남면에서 서면마을까지 이어지며 총 길이는 19km에 달한다. 그중 금강변을 따라가는 '벼룻길'과 '잠두길'은 유독 풍광이 뛰어나 많은 이들이 찾는다.
벼룻길은 부남면 대소리에서 율소마을로 이어지는 길이다. 일제강점기 마을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물을 끌어오던 수로가 있던 옛길로, 2km 남짓한 짧은 길이지만, 원시림에 둘러싸인 듯 나무 터널이 이어져 한여름 땡볕에도 그늘이 짙다. 연둣빛 물그림자가 비쳐 보이는 금강도 큰 볼거리로, 숲의 녹음과 함께 초록빛 항연에 생기를 더해 준다.
벼룻길에서 마실길을 따라 이어진 잠두길은 잠두마을 강 건너편에 뚫린 숲길이다. 반딧불이가 서식할 만큼 깨끗한 지역으로, 벼룻길과 달리 폭이 넓고 평탄해 산책하듯 길을 나서기 좋다.



지리산 둘레길 1구간
남원 주천면 장안리 외평마을과 운봉읍 서천리를 잇는 14.7km의 둘레길이다. 이 구간은 지리산 서북 능선을 조망하면서 해발 500m 운봉고원의 너른 들과 여섯 개의 마을을 잇는 옛길, 제방길로 구성돼 있다. 특히, 화덕에서 남원으로 가는 남원장 길, 노치에서 운봉으로 가는 운봉장 길 등 옛 남원부와 운봉현을 잇던 옛길이 지금도 잘 남아 있다.
'지리산 둘레길 1구간'은 자연과 인간이 서로 공유하고 소통하는 길이란 점에서도 꼭 한 번쯤 걸어 봐야 할 길이다. 인간의 삶과 생활이 가장 잘 묻어나는 마을과 길, 숲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3구간 다음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기도 하다.
지리산 자락의 고리봉, 세걸산, 바래봉, 덕두산 등 지리산 서북 능선을 두루 살피며 걸을 수 있다는 것도 이 구간의 매력이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구룡치를 넘고 나서부터는 더 이상 지리산의 너른 산자락을 감상할 수 없단 점일까. 그러나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듯 가끔은 충족되지 않은 아쉬움이 긴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1구간의 옛길 중 구룡치와 솔정지를 잇는 회덕-내송 옛길은 경사가 완만할 뿐만 아니라 길의 폭도 넉넉하고 노면도 잘 정비돼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솔숲을 즐기며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완주 고종시 마실길
고종 임금이 이곳의 곶감을 즐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완주 고종시. 이곳에도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숲길이 조성돼 있다. 소양면 위봉산성에서 동상면 거인마을로 이어지는 총 18km 길이의 '고종시 마실길'은 완산 8경 가운데 하나인 위봉폭포의 수려한 경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동상면의 특산품인 고종시 곶감의 생산 과정도 체험해 볼 수 있어 초중학생들 체험 현장으로 적격인 곳이다. 특히, 마실길 코스인 동상면은 전국 8대 오지로 불릴 만큼 산이 높고 골짜기가 깊어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마다 꼭 한 번씩은 함성을 지르고 갈 정도다.
고종시 마실길은 1코스와 2코스로 나뉜다. 11.5km 구간인 1코스는 위봉산성에서 학동마을까지 이어지고, 6.5km인 2코스는 학동마을에서 거인마을까지 걷는 코스다.
단지 숲길을 걷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되돌아보고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고종시 마실길의 의미를 더한다. 위봉폭포를 시작으로 곳곳에 장소에 걸맞는 멋진 시조가 걸려 있어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마실길 시향정에는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써서 다자미마을에 설치된 우체통에 편지를 넣을 수 있는 특별한 추억 만들기도 마련돼 있다. 그 절경과 더불어 짙푸른 녹음이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곳이다.



장수 방화동 생태길
물이 길게 흐르는 지역이라 하여 '長水'라 이름 붙여진 장수, 수장산고(水長山高)의 지역으로 무주, 진안과 함께 전라북도의 허파 역할을 하는 곳이다. 특히, 금강의 발원지인 뜬봉샘이 있어 고장의 이름을 더욱 공고히 해 준다.
산과 계곡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태 힐링 공간인 방화동 생태길은 장수군의 청정 환경과 산세의 그윽함을 보여주는 길이다. 홀로 감상하기엔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숲길은 오히려 여름의 막바지인 지금이 가장 걷기 좋다. 무르익은 초록과 한결 선선해진 날씨가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한다.
방화동 생태길의 여정은 장안산 군립공원 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빠 용과 엄마 용, 어린 용의 전설이 남아 있는 윗용소와 아랫용소를 지나 우리나라 최초로 건립된 가족단위 휴양지 방화동가족휴양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지로 회귀하는 10km 남짓한 생태길은 한 발, 한 발 걸음이 더해질 때마다 자연이 더욱 가까워짐을 느끼는 길이다.
맑은 계곡물을 따라 걷는 길, 천혜의 환경을 가진 장안산 군립공원의 청아함 속에서 진정한 치유의 효과를 경험한다.



고창 운곡 생태습지길
군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을 만큼 때 묻지 않은 자연을 자랑하는 고창, 그중에서도 운곡 습지는 산지형 저층습지로서 생물종이 다양하고, 자연 환경이 놀랍도록 깨끗해 우수 보존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1981년 영광에 원자력 발전소가 세워질 때 냉각수 공급을 위한 저수지가 이곳에 조성됐고, 이후 30여 년간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자연스럽게 원시 습지로 복원됐다.
운곡 생태습지길은 네 개의 코스로 이뤄져 있다. 습지의 모습을 더욱 자세히 관찰하고 싶다면, 1코스를 둘러보는 것이 좋다. 습지를 가로질러 걷는 1코스는 탐방 안내소를 시작으로 생태연못, 조류관찰대, 생태공원으로 이어진다. 코스 길이도 3.6km 정도로 짧아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그 밖에도 운곡저수지를 따라 걷는 2코스, 회암봉·화시봉 등을 지나는 능선을 타며 등산하는 3코스, 굴치농원과 전망대를 지나는 능선을 타고 등산하는 4코스 등 취향에 따라 걸을 수 있을 길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다른 곳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동물들과 만날 수 있단 점도 운곡 생태습지길의 장점이다.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남방노랑나비를 시작으로, 운이 좋다면 다람쥐나 생태계 보호종인 수달, 삵과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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