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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 | 기획 [기획]
현장전문가들이 말하는 도시재생_2
현장의 고민을 나누다
이동혁, 문명수(2020-01-15 09:46:24)

현장의 고민을 나누다
도시는 계속 흐르면서 변화하는 유기체다. 때문에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포괄하는 거시적 시점이 필요하다. 전체를 아우르며 모자란 것과 넘치는 것을 파악하고 적절히 배분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이를 실현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도시재생 역시 하나의 ‘사업’인 이상 지역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 끼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영식 _도시 계획과 성장 구조를 전체의 망 안에서 봐야 하는데, 현장에서 혼란스러운 건 주민들이 사업의 구역만 본다는 겁니다. 내 걸로만 보시니까 갈등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 거죠. 전주라는 프레임 안에서 부분에 대해서만 협의하고 내 것을 어떻게 취득할 것인지, 그런 부분에만 집중을 합니다. 하지만 자기 것을 취득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물론 재산 가치는 찾아야 합니다. 자산 가치를 높이는 것이 도시의 기본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생산적 갈등이 아니라 착각과 오해의 갈등이 굉장히 많습니다. 갈등이 생산적이라면 해법이라도 있을 텐데... 이 오해 푸는 데만도 몇 년은 걸릴 겁니다.


조준배 _제가 봤을 때 그런 문제는 뭐가 빠져서 그러냐면, 뉴딜 지역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협의가 없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건 지금 상황에서 뉴딜 지역은 일단 이대로 진행이 될 것이고, 나중에 만들어져서 어떻게 협업할 거냐, 하는 것은 논의가 될 문제지,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이렇게 가자,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이제 막 행정협의회 끝났고, 그 다음에 민간 쪽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논의돼야 할 상황이어서... 이제 시작해야 되는 수준이니까 아직 그렇게까지 응용할 상황도 못 되고 있습니다.


이경진 _주민들이 오해하는 부분은 사실 현장지원센터에서 적극적으로 구분을 해 줘야 됩니다. 저는 처음부터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기 들어가는 사업비는 우리 마을 것이 아니라 사실은 전주시 전체 시민들을 위한 겁니다. 그래서 공동체 분과 사업할 때 대상지 바로 옆에 있는 대명까치맨션 주민분들도 참여하시게 했습니다. 물론 처음엔 반대하시는 분들도 계셨죠. 그래도 참여하시게 해야 한다, 더 먼 데서 와도 참여시켜야 한다, 설득해서 지금은 협의회에도 몇 분 가입하기로 하셨습니다. 결국 이런 문제는 현장센터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 다음 어려운 점이 관과 소통이 잘 안 된다는 겁니다. 각 부서별로 어떤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지는 대강 알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케어 선도 사업에 선정됐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그쪽 부서에서 저희 협의회를 찾아온 게 한 번인가? 잠깐 얼굴만 비추고 그 뒤로는 소식 한 번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그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또 우리 사업과는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지 고민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다 어느 날 또 갑자기 이러이러한 사업인데, 같이 해 주면 좋겠다 하고 찾아올 겁니다. 아마 또 그렇게 될 것 같은데, 사실은 이런 게 다 지원센터의 업무 과중으로 다가옵니다. 그래도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니까 결국엔 하게 되겠죠. 물론 협의회 단위에서 논의하고 주민들 주체로 사업을 진행하겠지만, 이런 것도 최대한 가르마를 탄다 하더라도 현장지원센터가 있어야 일이 됩니다. 더욱이 우리 마을 같은 경우는 센터를 통하지 않으면 중간 지원 조직이 와서 뭘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소영식 _그래서 현장지원센터 같은 플랫폼이 어느 정도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정책이 서로 장벽을 깰 것 같진 않습니다. 이렇게 50년 왔는데, 저는 이게 깨지지 않고 사업들이 계속 따로따로 갈 것 같은데, 오히려 효율적으로 간다고 하면 현장(플랫폼)을 더 강화시키는 것이 낫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준배 _현장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현장에서 독립적으로 성공하겠다는 취지라면 반대합니다. 왜 그러냐면, 혼자서 성공하는 비율이 너무 낮고, 너무 고생을 합니다. 그것을 현장 지원 강화라고 하면 거기에 사람을 많이 집어넣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제가 볼 때는 전체 틀에서 활동가들이 많이 배출이 되고 현장에서 일을 많이 하는 것이 현장 강화라고 생각하지, 현장에 많은 사람이 있다고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그런 구조가 만들어져서 일을 할 수 있는 분들이 이쪽으로 와서 교육을 받고 일을 할 수 있으면 되는 건데, 그것을 처음부터 각 재생 지역에 집수리할 사람들을 모아서 교육시키고 실습해 가면서 나중에 집수리 사업단 만들고, 협동조합까지 만든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영식 _기존에 있던 조직을 유도하는 것이 낫죠.


조준배 _네. 차라리 유도를 하거나 아니면 외부에 맡기고 키워서 우리 동네 일을 시키는 게 낫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큰 틀을 만들어 주고 현장에 내보낼 사람을 많이 만들어 내는 구조가 중요한 거고, 그들이 일할 장소가 현장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현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는 저도 찬성인데, 그 강화 방식이 집수리에서는 뭐냐는 겁니다. 우리 동네 살리기나 주거 정비 지원형에서 그거 하나 바라보고 지금 이런 교육을 시켜서 뚝딱뚝딱 만든다?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현재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러 정책과 지원 사업들에 대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정보 플랫폼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이뤄졌다.



소영식 _현장센터가 정보를 투명하게 선별할 수 있어야지 제대로 된 논의도 가능한 겁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활동하는 주체들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 지원 사업들이 각 부처마다 따로따로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정보를 제대로 선별해서 투명하게 공급해 줄 수 있는 인프라가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주민협의회와 같은 주체들이 그 정보를 선택적으로 수용해서 지역 자생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실제로는 이쪽 통장님 정보하고 저쪽 통장님 정보가 다 다릅니다. 이렇다 보니 그 정보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는 거죠.


이경진 _그래서 현장지원센터가 허브 역할을 해야 합니다. 다양한 사업들이 사실은 알아서 오는 게 아닙니다. 찾거나 연락하거나 또는 오는 것을 수용하고 연결해서 풀어야 하는 겁니다. 이런 커넥터 역할을 하고 있는데, 문제는 우리가 3년밖에 못한다는 겁니다. 그럼 우리가 나갔을 때 커넥터 역할을 관리 조직이나 주민 조직이 할 수 있냐, 하면 못 한다는 거죠. 그래서 현장 지원 조직 역할을 하는, 현장지원센터 이름이든 뭐든 이게 계속적으로 유지가 돼야 한다는 겁니다. 상근 인력이 많을 필요는 없습니다. 관리 협동조합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져서 한 명 인건비를 마련할 수 있으면 성공한 거라고 봅니다. 센터에서 일했던 누군가가 남는 것이 가장 좋을 텐데, 어쨌든 한 명 인건비라도 지속적으로 행정에서 지원을 해 줘서 커넥터 역할을 계속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영식 _도시는 솔직히 사람이나 기술이 부족한 게 아니라 정보가 제대로 흐르지 못해서 자생할 수 있는 조건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죠.


이경진 _쇠퇴된 주거지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그 정보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누군가가 전달을 해 줘야 합니다.


소영식 _정보를 합치면 일을 상상할 수 있죠. 그런데 지금은 정보가 단절돼 있어서 서로 일을 못 만드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면 재원도 가성비가 떨어지죠. 권력화시키자는 게 아니라 정보를 합쳐서 플랫폼을 구상하자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행정에서는 이런 역할을 하지 않죠.


조준배 _그것을 바랄 수는 없고,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몇몇 주제에 대해서는 협의체를 꾸려서 그것을 민간 플랫폼에 넘기는 시스템은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행정협의회와 민간 플랫폼이 합쳐져야 되는 거고,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저입니다. 행정에서의 역할을 민간으로 넘겨 주는 거죠.


소영식 _그것도 이상적이긴 한데, 솔직히 현장에서 움직이는 전문가들도 정보를 다 취합하긴 합니다. 행정에 정보를 주고 일을 하기 위해서죠. 가령 정 박사가 SOC 관련 연구 작업을 하는데, 대상지가 저희 재생 지역입니다. 그렇게 서로 교류를 하면서 정보를 취합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현장 단위에 있는 전문가나 민간 활동가들이 정보를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연대가 있고, 그 다음 행정을 끌어당기는 순서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러한 정보 플랫폼을 만들어서 현장 단위의 전략을 세우고, 다시 이 전략을 통해 행정을 끌어당겨야지 자생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재진 _탑다운 방식에서 바텀업 방식으로 간다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아직도 주민 참여, 주민 주도에 대해서 강의하거나 할 때 뭐라고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탑다운 방식이 너무 안 좋다고 해서 바텀업 방식으로 바꿨는데, 그게 과연 잘 작동하느냐는 거죠. 그래서 최근에는 미들업 이야기도 많이 나눠지는 것 같습니다.


조준배 _개인적으로 주민 참여는 사업 기간 내에, 주민 주도는 사업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 다음 미들업은 중간에서 만나야 하는데, 그 지점을 찾는 것이 지금 현장의 상황인 것 같습니다. 주민 역량에 따라서 높으면 높이 올라가고, 낮으면 탑다운이 많이 이뤄지는 거죠. 그 지점을 잘 찾는 것이 중요한 거지, 바텀업이 무조건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안에 따라 현장에서 얼마만큼 잘 조정할 거냐, 이 문제가 중요한 거지, 탑다운이 나쁘고, 바텀업이 좋다, 이런 식의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영식 _관념적으로 바텀업을 수용하는 게 나쁜 방식인 것 같습니다. 솔직히 버스 교통 체계 구축 같은 것은 전문가들이 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반대로 우리 동네 안전길 만들기 같은 사업은 주민들이 해야 하는 것이 맞겠죠.


한승헌 _주민들의 의견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전문가의 역할이 더 중요한 거죠.


실제 주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도시재생이기에 관념적으로 바텀업 방식을 취해야 한다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주민 역량과 사업의 성격에 따라 하향과 상향의 비중을 달리 해야 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현장의 의견도 무척 흥미롭다.


조준배 _부안 이야기를 한 번 더 짚고 넘어갔으면 합니다. 지금 모든 계획에서 다 빠져 있는 부분인데,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한 대응을 안 하고 있습니다. 축소 도시에 대한 대응을 해야 하는데, 개발 도시 방향으로만 계속하고 있죠. 재생 방식이라고 하지만, 잘 뜯어보면 규모만 작아졌다 뿐이지 다 개발 방식으로 대응 방안을 내고 있어서 사실은 많은 보완이 필요합니다. 이런 식으로 흐르면 결국 나중엔 전략의 판을 다 다시 짜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굉장히 소모적이죠.


한승헌 _기존의 재생 사업이라 하면, 보통 인스타 핫플레이스를 만든다거나 관광객을 유치한다거나 하는 유형의 사업들이 많이 들어갑니다. 브랜드 프리미엄 이런 쪽으로 접근을 하는데, 부안 도시재생센터나 부안 도시공업과 같은 경우는 시각이 약간 다릅니다. 평범함이야말로 지역 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 보고 있고, 그것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부안 같은 경우 인구 특징이 20대보다는 10대 인구 유출이 더 많습니다. 더 빠른 속도로 10대 인구 유출이 이뤄지고 있고, 20대는 오히려 농장을 물려받기 위해 내려오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올라가는 연령대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했던 생각이 뭐냐면, 오히려 유소년을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어릴 때 살던 도시에 좋은 추억이 없다면 다시 오기 어렵죠. 그 사람들을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소위 완전 소멸을 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억이라도 심어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아예 청년 정책이 아니라 청소년 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주민 정책 같은 경우도 청소년 위주로 준비에 들어간 것이 있습니다. 청소년 서포터즈라는 정책이 있고, 그중에 직접 소규모 재생 사업계획서를 보내 준 아이들 팀이 있어서 이번에 공개 선정이 됐습니다.



장재진 _소멸 도시 관련해서 그 방안을 전략 계획에 담으라고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대부분의 도시에 이게 없거든요. 군 단위에서 전략 계획을 세우는데 이런 이야기를 안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주 원도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이동규 팀장의 질문도 이어졌다. 그는 사업 이후 이뤄질 주민 주도가 정말 가능한 것인지 현실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동규(방청객:전주 원도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_결국 주민분들이 세를 키워서 재생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끔 해 주고 나가자는 것이 센터의 목표죠.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의지를 가지고 들어온 사람들도 힘들다고 이야기하는데, 실질적으로 주민 주도가 현실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내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돕기 위해서 돈을 버는 거고, 이게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꾸준히 진행돼야 하는 건데, 과연 유지될 수 있을까... 실무적으로 일을 하다 보면 위에서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 주시는데, 어떨 때 보면 굉장히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들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본인들의 이득이 아니라 남을 도우라고 설득할 수 있을 만한 지점이 없는데... 우리도 힘들어서 사람을 더 뽑아 달라고 이야기하는 지점인데, 이런 것들을 주민들한테 말하는 것이 과연 현실성 있을까, 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습니다.


조준배 _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그걸 좁은 공간 안에서 다 찾으려고 하면 어려우니까 서로 어깨동무를 하자는 겁니다. 혼자 독립적으로 하지 말고 범위를 넓혀서 개인에게 가는 부담을 줄이자, 혼자서 그 지역 안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예수님 같은 생각은 하지 말자는 이야기입니다. 일상생활화돼야 하는 거고, 직업이 돼야 합니다. 직업이 되려면 비전이 있어야 하고, 생계 역시 보장돼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제 그 구조를 조금 더 넓게 가져 보자는 취지로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집담회를 통해 들여다본 도시재생의 현황과 고민들. 이권을 둘러싼 주민과 현장의 갈등, 도시재생 사업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정보 플랫폼의 필요성, 소멸 도시에 대한 전략 부재, 사업 이후 주민 주도의 현실성 등 다양한 논의들이 오갔다. 이들의 고민을 들여다보며 그 고민의 지점이 바로 우리의 고민과 맞닿아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노력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고민들이다. 아쉽게도 그에 대한 해답을 단 한 차례의 집담회만으론 제시하기 어려웠지만, 다양한 현장의 고민을 함께 공유하고 나눌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한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이런 논의를 통해 더욱 발전적인 의견 수렴이 이뤄질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_정리 이동혁 기자•문명수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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