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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 | 특집 [SNS 속 세상]
그들에게는 너무 혹독한 말 한마디
사이버 불링
오민정(2020-01-15 10:23:43)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악플(악성 댓글)’이 다시 떠올랐다. 얼마 전 연예인 설리와 구하라의 안타까운 죽음, 법무부장관 임명과 사퇴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지난 10월 이래 계속 이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악성 루머로 인한 사건사고는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 SNS 등 매체의 발전에 힘입어 이로 인한 역기능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추세다. 얼마 전 한 종편 방송에서는 연예인들이 자신에 대한 악성 댓글에 대해 이야기하며 댓글 매너 및 문화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으나, 연예인들이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심리적 고통을 반복하고 이를 상품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이를 진행하던 연예인의 죽음으로 인해 올해 10월 11일을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을 종영하기도 했다.



SNS 시대의 폭력상
몹시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 이제 너무 익숙한 풍경이 됐다. 이에 이러한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바로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다. 이는 과거의 집단 따돌림 현상과는 달리 사이버 공간, 그리고 디지털 서비스를 활용하여 악성 댓글이나 굴욕스러운 사진을 올리는 등 특정인에 대한 괴롭힘 현상을 일컫는다. 크게 악성 댓글과 같은 플레이밍(flaming), 사이버 명예훼손, 인물 사칭, 동영상 유포, 사이버 따돌림 등 여러 유형의 괴롭힘이 포함된다. 이러한 ‘사이버 불링’은 익명성,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의해 시공간을 초월한 접근성을 가지며 빠르게 확산된다는 점에서 심각성과 피해가 크다. 또한 실제로 폭력의 연장선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인지하기 어렵기도 하고, 가해자 파악이 힘들어 처벌이 상대적으로 어렵기도 하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악성 댓글을 차단한다
이러한 ‘사이버 불링’, 특히 악성 댓글에 대해 SNS, 플랫폼과 포털사이트들이 일제히 칼을 빼들었다. 인스타그램은 이미 올해 7월, 한국을 포함한 세계 전역에서 ‘댓글 취소’와 ‘제한하기’ 등 안전기능을 도입했다. ‘댓글 취소’ 기능은 인공지능(AI)를 이용해 이용자에게 본인이 작성한 댓글 내용을 검토할 수 있는 알림을 보내 댓글을 취소하거나 순화된 표현을 사용하도록 제안하며, ‘제한하기’ 기능은 이용자가 다른 계정을 구독(팔로우)하는 상태에서도 원하지 않는 소통을 제한해 사이버 공간 내 괴롭힘에 대응하도록 지원한다. 특히 ‘제한하기’ 기능은 본인뿐 아니라 다른 친구나 구독자가 볼 수 없도록 자동으로 댓글을 숨기기도 한다. 이는 지난해 10월 인공지능을 활용해 비방용 게시물을 자동으로 신고하는 기능을 출시한 이래, 이용자들의 행태 분석을 통해 만들어졌다. 특히, 인스타그램의 주 이용계층인 청소년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어떻게 괴롭힘을 일삼는지 연구하여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포털 사이트와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Naver)’의 경우, 지난달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필터링 기능인 ‘클린 봇’ 기술을 뉴스에 도입했다. 네이버는 그동안 댓글 중 욕설 부분을 ‘ㅇㅇㅇ’과 같은 특수문자로 치환해 주는 기능을 도입한 바 있으나, 이 기능은 문장의 맥락을 통해 모욕적인 뜻을 유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에 올해 4월부터 웹툰, 쥬니버(쥬니어 네이버) 등 서비스마다 순차적으로 악성 댓글을 필터링하는 클린 봇을 시스템에 적용해 왔으며 11월부터는 뉴스에까지 확대, 적용한 것이다.
포털사이트 ‘다음(Daum)’과 메신저(카카오톡), SNS 플랫폼을 운영하는 ‘카카오’ 역시 지난달 이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안을 내놓았다. 카카오의 경우 연예뉴스 댓글과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급검)의 폐지를 통해 악성 댓글을 원천봉쇄하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또한 연예 인물 키워드에 한해 연관 검색어를 중단하며,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까지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포털, SNS뿐 아니라 전체적인 플랫폼 운영 방향에 개인의 사생활과 명예에 대한 보호를 반영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첨단 기술을 이용한 방지보다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
SNS, 플랫폼, 포털사이트 등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해 사이버 불링에 대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서비스 상의 안전조치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물론 이러한 대책들이 어느 정도 실효는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은 이러한 ‘사이버 불링’의 폭력성에 대한 인식과 방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되어 끊임없이 반복되고 진화해 온 ‘사이버 불링’은 이제 더 이상 한낱 ‘장난’이거나 가해자의 ‘표현의 자유’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SNS시대, 혁신적으로 발전하는 기술과 인터넷 문화 발전에 걸맞은 디지털 시대의 문화 윤리가 다시금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_오민정 완주문화재단 정책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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