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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 | 기획 [기획]
다시, 동네책방 ⓵전주
사람과 사람을 묶다_3
이동혁, 김하람(2020-02-10 15:45:06)





조지오웰의 혜안

전주시 완산구 서학로 25

금요일~일요일 09:00~20:00

063.288.8545


인문의 가치를 전하는 호남 최초의 동네책방


청소년들이 작가 조지 오웰의 통찰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지었다는 ‘조지오웰의 혜안’. 호남 최초로 문을 연 이 동네책방은 그 이름에 걸맞게 인문학 전문서점이란 간판을 내걸고 정신적 유산으로서의 책방을 지향하고 있다. 유럽의 오래된 서점들처럼 사람을 생각하는 인문의 철학이 지역에 뿌리내리길 바라는 조정란 대표(45)의 마음이 책방 곳곳에 어려 있다.


어떻게 책방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아이 교육을 위해 파리에서 생활하면서 유럽 동네서점들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어요. ‘노 팅힐 북샵’이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와 같 은 오래된 서점들은 물론 그렇게 유명한 서점이 아니어도 블록마다 당당히 한편을 차지하며 선전하고 있다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당시 한국에선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들이 시장을 전부 점령하고 있는 상태였죠. 동네책방 들은 거의 다 사장된 상태였고,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면 이런 동네책방을 시작해서 그 명맥을 살려 봐야겠다, 동네의 기운을 북돋을 수 있는 문화적인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2014년 2월 책방 문을 열게 됐어요.



고향인 광주가 아니라 전주에서 책방을 여셨어요.

파리에서 돌아온 뒤 먼저 광주에서 책방 열 곳 을 찾아봤는데, 어딜 봐도 책방으로는 수지가 안 맞더라고요. 그러다 전주 한옥마을에 여행을 오게 됐어요. 당시 주차를 했던 곳이 이곳 서학동이었는데, 파리 뒷골목 같은 동네 분위 기가 너무 고즈넉하고 예쁜 거예요. 광주에 돌 아가서도 며칠간 여기 생각이 떠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일주일 후에 다시 와 봤는데, 지금 책방 자리에 임대가 나 있더라고요. 그날 바로 계약을 해 버렸어요. 그렇게 ‘조지오웰의 혜안’ 을 열게 됐는데, 당시엔 이런 형태의 동네책방 이 부산의 ‘인디고서원’하고 서울 몇 군데 외에는 없었어요. 호남 최초였죠. 동네 분들조차도 ‘여기가 뭐 하는 데냐’고 그러셨어요. 아마 지금은 조지 오웰이란 작가에 대해서 아는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동네일 거예요(웃음).


조지오웰의 혜안만의 매력이 궁금합니다.
주관적일 수 있는데, 제가 느끼기에 우리 책방 만의 매력으로는 서가를 꼽고 싶어요. 대부분 책방들이 책에 비중을 두고 서가에는 별로 관심을 안 갖는 것 같더라고요. 마치 정신만 강조하고 신체 쪽엔 무관심하달까요? 물론 책은 책방에서 공기와 같은 존재니까 중요한 건 당 연하죠. 그런데 저는 우리의 정신을 감싼 육체 가 중요한 것처럼 책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서가가 책을 더 빛나게 해 주고 보호해 주는 거죠. 원목에 칠을 더해서 장미목 느낌을 살린 게 저희 책방 서가의 특징이에요.


오랫동안 운영해 온 만큼 손님들과의 관계도 두터울 것 같아요.

다양한 독서 토론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만나게 된 분들이 많아요. 지금은 서로가 서로를 응원해 주는 팬 같은 관계가 됐어요. 제가 어떤 시도를 할 때 항상 적극적인 신뢰와 도움을 주고, 저 역시도 그분들의 일을 응원하고 돕는, 그런 건강한 관계가 유지돼 오고 있어요. 공간이 사람을 만들잖아요. 저는 책방이라는 공간 덕분에 이러한 관계가 가능했다고 확신해요. 그리고 서학동예술마을이란 이름처럼 주변에 예술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용성만을 따지지 않는 그분들의 사고나 삶의 태도가 저희 책방과도 접목돼서 많은 가르침이 됐던 것 같아요. 또 감각이 있으셔서 책방 인테리어에 관한 조언도 많이 받았고요. 함께 호흡해 가면서 제가 몰랐던 부분들에 대해 배우고 익힌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도서출판 런더너 대표, 잡지 발 행인 등 점차 활동의 외연을 확장하고 계신데, 그런 대표님께 조지오웰의 혜안이 어떤 의미를 갖는 공간인지 궁금합니다.

모든 시도의 중심에 조지오웰의 혜안이 있었 다고 생각해요. 책방을 시작하면서 연재 글을 써 달라는 청탁을 받은 적이 있어요. 나중에는 그걸 엮어서 책을 냈는데, 그러면서 나도 책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출판사를 내게 됐고, 여러 사람의 책을 만들어 주면서 어렸을 때부터의 로망이 었던 잡지도 펴내게 됐어요. 덕분에 도서출판 런더너 대표, 잡지 의 발행인 등 다양한 이름을 갖게 됐지만, 어떤 이름을 갖더 라도 결국 저의 정체성은 이곳 조지오웰의 혜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잡지 PR을 할 때도 전주에 나의 작은 책방이 있는데, 그 책방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항상 같이 소개를 해요. 저의 정신적 유산이 된 거죠.


책방과 출판, 잡지 발행을 병행하고 계신데, 앞으로 조지오웰의 혜안을 어떻게 운영해 갈 계획이신가요?

잡지 발행에 무게를 두고 성장을 꾀하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부분의 희생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우리 책방의 철학이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분과 함께 책방을 열어가려고 해요. 아까 팬이라고 표현한 분 중에 저와 생각이 굉장히 잘 맞는 분이 계세요. 그분에게 바통을 넘기게 된다면 저는 잡지 발행을 하면 서 도와 주는 역할에 집중하려고 해요. 설령 그 렇게 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주말만큼은 책방 문을 여는 데 쓸 거예요. 조지오웰의 혜안이라는 이름과 책방으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고, 그 명맥이 끊기지 않도록 자리를 지켜 주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문을 여는 책방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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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토닥토닥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53, 남부시장 2층 청년몰

화요일~일요일 11:00~20:00

010.9028.3938


책으로 만드는 함께 사는 세상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안에 자리 잡은 ‘책방 토닥토닥’은 문주현(39), 김선경(37) 부부가 운영하는 책방이다. 3평 정도 되는 작은 공간에 없는 것이 없어 보물창고 같다. 처음 30권으로 시작해 책장 한 칸에 책을 한 권씩 꽂아 놓던 때에서 이제는 많은 책 속에서 자신만의 보물을 찾아내야 할 만큼 성장했다.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유일한 짝꿍 김선경 씨를 의지하며 3년 동안 자리를 지켜낸 문주현 대표. 그가 토닥토닥 건네는 위로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책방을 찾는다.


자리 잡은 위치가 조금 독특하군요. 어떻게 남부시장 청년몰에서 책방을 열게 되셨나요.

2017년 4월에 문을 열었어요. 남부시장 청년몰 입주 공고를 보고 책방이란 콘셉트로 지원 했지요. 당시 남부시장과 청년몰에 책방이 없었거든요. 청년들이 많이 오가는 이 공간 안 에 책방이 거점이 되어 같이 소통하며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전통시장이 갖는 이미지는 시끌벅적하고, 대형마트와 는 다르게 흥정이 이루어지고, 파는 사람의 정 을 느낄 수 있다는 것들이지요. 저는 책은 혼자 읽는 것보다 함께 읽고, 함께 나누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책과 장터의 이미지가 잘 맞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책방 토닥토닥만의 매력이 궁금합니다.

저희 책방의 콘셉트는 우주를 담은 책방이에요. 초반에 여러 조언 같은 훈수를 들으면서 우리 스타일로 가면 잘 안 될까봐 불안했어요. 그런 불안함을 떨치기 위해 자신감을 가지기로 했어요. 세평 정도 되는 작은 공간이어서 ‘이 공간에 뭐 얼마나 있겠어?’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작다고 무시하지 마라. 우리는 우주를 담았다’라고 말하고 있어요. 우주를 담은 책방인 만큼 세상의 모든 책이 다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책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화개 장터 노래 가사처럼 있을 것은 다 있고 없을 것은 없다는 자신감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방을 통해서 어떤 일들을 하고 싶은가요.

최대한 많이 활동하고, 소통하고, 인권적인 부분에서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어요. 쉽진 않지만 힘들 때 와서 책방 지기와 수다도 떨고 놀 수 있으면 좋겠고 그 안에서 책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책방이기를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공간에서 인권을 주제로 많은 소통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운동적인 구호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같이 공존하는 것에 대해 나누고 싶어요.

또, ’로컬‘을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저희가 생각하는 로컬은 전주의 색이나 전통만을 드러 내는 것이 아니라 전주의 사람을 드러내는 것이에요. 전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전주에서 살아가는 인권운동가, 노동자들이 드러나는 것이 저희 책방이 생각하는 제대로 된 로컬이에요. 그래서 이 사람들의 가치가 드러날 수 있는 활동들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습니까.

역시 경제적인 여건이겠죠. 기본적인 운영이나 기획사업에는 비용이라는 것이 드는데, 이를 책방의 수입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다행인데 그게 가능하지 않으니 어려움이 큽니다. 두 번째는 어느 책방이나, 장사하는 사람들의 같 은 고민이겠지만 어떻게 판매할 것이냐 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잘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유익하게 판매하는 것도 중요 하다고 생각해요. 책을 많이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책을 파느냐 하는 이 두 가지가 다 같이 맞물려서 가야 하니까요. 이것을 계속 고민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면서도 쉽지 않은 어려운 일이지요. 언젠가 저희 책방에 찾아 오신 분께서 저희 책방을 ‘생각과 가치를 파는 책방’이라고 이름 지어주셨어요. 그 의미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됩니다. 올해 특별한 계획이 있나요.

좋은 책을 많이 팔고 싶어요. 좋은 책을 많이 판다는 것은 우리도 좋은 책을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에요. 책을 더 많이 알고 싶고, 책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하고 싶어요. 지난 3년 동안 파는 행위에만 집중했다면, 올해에는 파는 행위에 우리의 내용이 필요하다 는 생각이 들었어요. 좀 더 책을 깊이 있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으면서 더 좋은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

올해 전국 동네 책방 네트워크에서 ‘바이 북+ 바이 로컬(Buy book Buy local) 캠페인이 열립니다. 전국 동네 책방 네트워크에는 전국의 78 개 동네 책방이 가입했는데, 전북에서는 저희랑 잘 익은 언어들, 카프카 이렇게 세 곳이 가입했어요. 이 캠페인은 ‘오래된 미래’의 저자인 헬레나 호지 선생님이 그 책에 담았던 내용으로, 실제로 미국에서 일어난 바이 로컬 캠페인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 캠페인은 처음에는 농산물로 시작했는데 거기에 책방이 결합하면서 확장이 됐어요. 지역 농산물을 사자는 것을 넘어 지역에서 소비될 수 있는 것들, 동네 책방을 중심으로 작은 골목, 작은 가게의 로컬 경제를 살리는 캠페인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걸음, 동네 책방 가는 길’이라는 표어로 올 1년 간 대대적으로 벌이게 될 이 행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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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평화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 4길 16-7, 3층

13:00~22:00 (매월 휴무일은 인스타로 공지)

010.9456.9340


불가능이란 없는 곳,평화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전라감영길의 한 골목. 눈에 띄는 간판도 없는 그곳에 들어서면 따뜻한 햇볕과 커피향, 그리고 정갈하게 진열된 책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책 한 권 한 권이 의미 있고 소중하다는 듯 책에 집중할 수 있게 한 권씩 진열된 책장, 편안히 책을 읽을 수 있는 넓은 책상, 그리고 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커피가 있는 이곳은 책방 ‘평화와 평화’다. 책방 대표 강평화 씨(30)는 본인의 이름이기도 한 ‘평화’라는 단어를 감정 명사가 아닌 장소명사로 사용하는 것에 매력을 느껴 책방 이름을 짓게 되었다고 한다. 문을 연지 채 일 년이 안 됐지만 힙(?)한 곳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평화와 평화를 들여다봤다.


공간의 분위기가 다른 책방들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책방을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갖 고 싶었어요. 작년 3월 21일 문을 열었죠. 어떻 게 공간을 꾸밀까 고민을 했는데, 서점이 매력 적으로 다가왔어요. 서점이라는 곳은 참 유연한 공간이어서 책을 볼 수도, 앉아서 쉴 수도, 커피를 마실 수도, 영화를 볼 수도 있거든요. 책이라는 것이 모든 분야의 것을 다 다루기 때 문에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고, 그만큼 책을 다루는 곳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이 공간에 대해 서점, 카페, 문화공간 등 다양하게 생각하지만, 저는 그래도 이곳을 서점이라고 주장하고 싶어요. 모든 기획의 중심에는 책이 있거든요.

이 공간에는 제가 전에 겪은 다양한 경험들이 다 녹아있어요. 사소하게는 게임을 하면서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나도 모르게 사용했던 디자인적 감각, 문화 기획자로서 활동한 경험, 레스토랑을 하면서 배운 요리와 그로 인해 관심을 가지게 된 커피 등. 어쩌면 연관 없어 보이는 것들을 다양하게 경험했는데, 이것들이 다 이 공간을 운영하는 데에 의미 있게 작용했어요.



어떤 책들을 만나볼 수 있나요.

저희 책장의 칸은 총 60칸이에요. 일 년이 56 주인데, 일주일에 한 권씩 일 년 간 읽자는 의미로 60칸 책장을 설계했어요. 다루는 책들은 주로 저희 팀원들이 추천하는 책이에요. 큐레이션을 전담하는 친구가 있는데, 주로 그 친구의 취향을 담고 있어요. 그래도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책을 다루려고 하고 있어요. 책을 적게 비치해서 한 권이 나가면 같은 책이 아닌 다른 책으로 채우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운영 하려고 해요.


책방 평화와 평화만의 특징이 있다면요.

저희 책방의 특징은 유연함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공간을 기획할 때부터 유연한 공간으로 운영하고 싶었던 만큼 책장도 책을 꽂아놓는 한 가지 역할 만이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제작했어요. 지금 꽂혀있는 책들을 다 빼고 어떤 주제나 작가, 출판사의 책을 소개하는 기획전으로 바꿀 수도 있고, 아니면 그림을 전시할 수도 있어요. 규모가 작은 만큼 원하는 대로 쉽게 바꿀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 고 생각해요.

또 커피를 내리는 곳 쪽에 작은 책장이 있어요. 그곳에서는 중고 책을 판매하고 있어요. 중고 책을 가져오면 커피 한 잔으로 바꿔줘요. 그리고 직접 책에 대한 큐레이션을 부탁해요. 그것을 적어서 두면 다시 다음 사람에게 그의 추억이 이어져요. 책이 팔리면 그 책을 가져온 사람에게 한 잔의 커피를 더 줘요. 책을 가져 와 팔리면 두 잔의 커피를 먹을 수 있는 거죠. 커피를 직접 내리는 저희 책방에서만 할 수 있 는 재미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해요.


공간을 어떻게 운영하고 계신가요.

사람을 만나 아낌없이 나누고 싶어요. 저는 그 동안 많은 선배님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 특히 창작자 분들이 지속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창작자들의 탕비실’을 마련했어요. 창작하는 분들 에게 커피와 공간을 후원해서 그들의 작업이 조금이라도 지속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지금 30명 정도가 후원을 받고 있어요.

새로운 시도를 겁내지 않고 하고 싶어요. 전에 영화에서 주인공이 보드에 붙은 밴드 모집 공고를 보고 그것을 뜯어가는 장면을 인상 깊게 봤어요.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오프라인 뉴스피드를 시도해봤어요. 누구든 와서 메모보드에 안내사항을 적어서 붙이면 여기에 방문한 사람들이 보게 되는 거죠. 또 작가들을 초청해서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피는 전시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그 전시 결과물들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창문에 붙이기로 했어요. 이런 시도들이 모여 평화와 평화만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지금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 오셨군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특별히 정해진 계획은 없어요. 다만 이 공간에서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지역에서 처음 하는 것들을 하고 싶어 요. 저는 주로 일을 벌이는 편이고요, 저희 팀 원들이 이를 구체화시켜주고 또 저를 절제시 켜 줘요.(웃음) 팀원들과 합이 잘 맞아서 앞으 로도 즐겁게 새로운 일들을 기획하고 시도해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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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커 디자인에보 러프엣지점

전주시 서신천변로 43

화, 목, 금, 토요일 14:00~19:00

070.4245.7196


책과 함께 소통하는 디자이너의 서재


디자이너 김현정 대표(41)가 운영하는 책방 ‘플리커 디자인에보 러프엣지점’은 주황 벽돌 건물 사이에서 눈에 띄는 하얀 건물에 Play House라는 빨간 간판을 단 곳이다. 책방 문을 밀고 들어서면 다양한 소품들이 감각적으로 배치되어 과연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물씬 풍긴다. 책방 이름에서 러프는 김 대표가 키우는 강아지 이름이다. 다른 강아지도 입양하면 엣지라고 지을 예정이라고. 밝은 에너지로 책방을 소개하는 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디자인 에보라는 이름으로 디자인 스튜디오, 레지던시, 전시문화공간을 운영하고 계신데, 책방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원래 이 공간은 저희 부부가 운영하는 디자인 에보의 사무실이었어요. 둘이 쓰다 보니까 공간이 너무 커서 낭비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공간에서 다른 것을 해볼까 해서 갤러리로도 운영했었어요. 두베 플리커 서점 사장님이 제 절친인데, 그 친구도 공간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었어요. 좋은 생각이 있으면 같이 하자고 해서 책방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책방인 이유는 제가 보유하고 있는 책도 많고, 책을 좋아하기도 해서 책방 하기 전부터 북클럽을 하고 있어서예요. 커뮤니티도 같이 하고, 편안하게 운영하는 데 큰 어려움도 없고, 저희 성향과도 맞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공간을 구성했어요. 17년도에 이 건물로 이사 왔고요, 책방은 18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날 오픈했습니다.


플리커 디자인에보 러프앳지점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저희 서점의 매력은 희소성이라고 생각해요. 책방 부제가 ‘디자이너의 서재’인데, 전주에는 디자인, 예술서적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책방이 없거든요. 게다가 디자인과 예술은 전문분야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때문에 아예 접근성이 엄청 떨어져요. 여기를 연 이유나 운영하 는 목적도 디자인과 예술에 사람들이 좀 더 친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자리를 마련 한거고, 책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매개체인 거죠. 여기 오시면 책 사라고 권유하기보다는 읽고 가셔도 된다고 말씀드려요. 가끔 20대 디자인학과분들이 오셔서 읽고 가시기도 해요. 이런 관점에서 책방 이름도 지었어요. 플리커 (flcker)라는 브랜드 이름이 직역하면 ‘깜박거리 다’는 뜻인데, 깜박거리는 불빛 하나하나가 모여서 큰 불빛을 만든다는 모토를 집어넣었어요. 저희가 하는 것들이 작은 일일지 몰라도 많은 사람에게 디자인과 예술을 알리는 큰 목표를 이루는 시작점이라는 뜻을 담아 지은 이 름이에요.



운영하시는 데 어려운 점은 없나요?

해보니까 생업은 안 되겠더라고요(웃음). 상대적으로 디자인이나 예술 관련 책들은 대부분 공급률이 더 세요. 일반 책 서점에 디자인 관련 책이 적은 데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팔아봤자 돈이 많이 안 남는 거예요. 근데 저는 팔려고 운영하는 게 아니라서 크게 욕심 안 내고 동네 분들이 이런 책에 좀 더 관심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책을 파는 것 외에 정기적으로 동물복지 포럼을 열어요.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주에 진행합니다. 홍보를 인스타그램으로만 진행하 고 있어서 팔로잉 하신 분만 알고 오시게 되더 라고요. 사람이 적어서 힘들기는 하지만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 오시기 때문에 내용은 더욱 알차게 진행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손님이 계신가요.

매번 오시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 그냥 한번 스쳐 가신 분들도 많아요. 한 번은 어떤 분이 너무 좋다고 메모를 붙여놓고 가셨는데, 사실 제가 이 분 얼굴을 못 봤어요. 제가 없을 때 오셨거든요. 제가 낮 시간 때에는 갑자기 외출할 일이 생기면 문을 잠그지 않고 갈 때가 있어 요. 그때 들리셨다가 이렇게 적어놓고 가신 것 같아요. 그래서 무척 궁금한 분이십니다. 가끔 저런 메모가 있었어요. 기억에 남는 분이라기 보다는 궁금한 분들이 계십니다(웃음).

자주 오시는 분들 중에 노년 부부가 계신데,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오시는 것 같아요. 혼자서 오시기도 하고 두 분이 같이 오시기도 해요. 굉장히 멋진 분들이신데, 저번에 여쭤보니 색소폰도 배우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연세도 있으신데 관심을 가져주시니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해요.


앞으로 서점을 어떻게 운영하고 싶으신가요?

 제가 디자인을 하고 브랜딩을 하다 보니까 큰 바람은 없고 이 플리커라는 브랜드가 오래갔으면 좋겠어요. 저희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플리커라는 서점이 남아있으면 좋겠다는 로망을 남편과 함께 나눴죠.(웃음) 여기에 사람들이 꾸준히 왔다 갔다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조금 더 상업적으로 욕심을 부리자면, 올해 여기서 ‘디자인 학당’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거예요. 유료도 있고 무료로도 운영할 생각입 니다. 2월부터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고 하는데, 같이 책을 읽고, 리뷰도 하고, 강연 듣는 것을 특화해서 두세 분이 오셔도 전문적인 소모임을 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계획했어요. 2월에는 패션과 로봇 관련 강연이 준비되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놀러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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