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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6 | 기획 [기획]
동네 소극장
관객들의 숨소리 하나까지도 공연의 일부가 되는 일체감의 묘미
이동혁, 김하람(2020-06-08 16:45:09)

기획 | 동네 소극장


관객들의 숨소리 하나까지도
              공연의 일부가 되는 일체감의 묘미



문화체육관광부가 ‘연극의 해’로 지정하고 공연 문화의 활성화를 꾀하려 한 올해. 그러나 그런 분위기와는 달리 연초부터 불어온 코로나19라는 칼바람 속에서 많은 소극장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개관 이후 처음으로 휴관 안내문을 붙여야 했던 ‘한옥마을아트홀’을 비롯해 극장 설립 30주년을 맞는 전주 지역의 대표 소극장 ‘창작소극장’까지 우리 지역 많은 소극장들에는 적막감만이 감돌았다. 비단 연극 분야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마술처럼 다른 장르에 기반한 소극장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매한가지였다.


이번 코로나 사태 때문이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개인이나 단체가 무대를 올릴 수 있는 공연장을 유지하고 운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익산 유일의 소극장으로 11년간 시민들과 만나 왔던 소극장 ‘아르케’도 결국 지난해 12월 운영상의 어려움을 견뎌내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피눈물 나는 심정으로 마지막 무대에 올랐을 이도현 아르케 대표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쉬 짐작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뜻을 이해해 주는 건물주의 후의로 공간 대관을 통해서 앞으로도 공연을 올릴 것이라는 것. 비록 아르케만의 온전한 공간으로 활용될 순 없겠지만, 민간 차원에서 운영되는 공연장이 곧 문을 열 거라는 데서 소박한 위안을 얻는다.


일반적으로 소극장은 대극장의 상업성을 지양하고 예술성을 추구하며 관객과 만나는 공간으로 정의된다. 300석 미만의 객석 규모를 가지며, 뚜렷한 이념을 가진 예술인들이 관객들을 상대로 실험적인 작품을 펼쳐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런 심심한 설명보다는 최균 극단 사람세상 대표의 한마디가 훨씬 살갑게 다가오기도 한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보다 가깝게 무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소통의 장이라는 것. 이러한 호흡은 큰 극장에서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지만 소극장에 비해서 섬세한 맛이 부족하고, 영화나 드라마는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서 그치기 때문에 관객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소극장에선 관객의 반응에 따라 무대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관객 역시 무대의 일원으로 함께하며, 이러한 일체감이야말로 소극장의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많은 소극장 운영자들이 전에 비할 바 없는 어려움들을 겪고 있다.


당장 예정된 상반기 공연들이 취소된 것을 비롯해 가뜩이나 어려워진 경제 사정으로 하반기 무대의 관객 관람률도 장담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홍성용 공연예술 용 대표의 말처럼 의식주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돈을 써도 문화예술의 경우에는 지출할 돈에서 우선순위가 밀리기 때문에 그들의 걱정도 십분 이해가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코로나 사태가 그런 인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든다.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찾아올 수 있게 할지 고민하고 대안을 찾는 것, 어쩌면 언젠가 맞딱뜨려야 했을지도 모를 소극장들의 숙제가 코로나로 인해 조금 더 빨리 찾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문화저널이 장기 연재 기획으로 준비한 전북문화생태지도 3탄은 공연 문화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 지역 소극장들이다. 그들이 밟아 온 역사와 정체성, 각 소극장의 특징들을 정갈한 선물처럼 모아 소개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우리 지역 소극장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길 바라며, 어려움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무대인들의 활동을 응원한다.


기획•취재 이동혁, 김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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