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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6 | 문화현장 [전주책방네트워크 발족]
“전주 책방 열 곳 뭉쳐 일 내봅니다”
연대의 힘으로 동네책방 살린다
이동혁(2020-06-08 18:01:20)

전주책방네트워크 발족 | 연대의 힘으로 동네책방 살린다


“전주 책방 열 곳 뭉쳐     
일 내봅니다”



올바른 독서문화 정착과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전주 동네책방들이 연대를 통해 동네책방 살리기에 나섰다.

전주 동네책방 열 곳은 지난 5월 1일 오전 11시 전주시청 앞 광장에서 연합체 ‘전주책방네트워크(회장 이지선)’ 발대식을 갖고 공식적인 첫 활동을 시작했다.


전주책방네트워크는 앞으로 △전주시서점인증제 및 전북지역서점조례안 활성화 △전주 책방 로컬 캠페인 홍보 △전국 책방 탐방 및 교류 프로그램 기획 △‘동네책방 문학상’ 제정 △정례회의 및 스터디 활동 등에 머리를 맞대고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전주책방네트워크에 참여한 책방은 △물결서사(서노송동) △살림책방(덕진동) △서점 카프카(중앙동) △서학동책방(서학동) △소소당(송천동) △에이커북스토어(중앙동) △잘 익은 언어들(송천동) △책방 같이[:가치](서학동) △책방놀지(금암동) △책방 토닥토닥(전동) 등.


임주아 물결서사 대표는 전주책방네트워크 열 곳의 책방 이름을 엮어 완성한 ‘전주책방네트워크의 말’을 통해 동네책방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동네책방이 멈춘 동네를 ‘살립’니다. 재생버튼이 됩니다. 지역의 변화를 이끄는 ‘물결’이 됩니다. 함께 가는 ‘같이의 가치’를 만듭니다. 독서 문화의 무한한 밭을 일구는 ‘에이커(acre)’가 됩니다. 도시 골목골목 가장 ‘잘 익은 언어들’이 됩니다.

“책은 우리 안에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는 작가 ‘카프카’의 말처럼, 동네책방은 우리 안에 경직된 마음과 딱딱한 말을 너그럽고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소소’하지만 가장 큰 세상을 열어줍니다. 아이들은 책을 직접 보고 만져보고 구매하는 경험을 통해 어디서든 책과 ‘놀’ 수 있게 됩니다. 책과 책방은 지치고 힘든 내면을 어루만지며 마음의 빈 공간을 ‘토닥토닥’ 두드려줍니다. 책은 ‘오래된 새 길’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힘이 필요하듯, 전주의 동네책방이 오래 가기 위해서는 온 시민의 힘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사는 전주와 전북의 힘이 필요합니다.”


연합체 발족을 통해 시민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며 다양한 문화 활동과 독서 운동을 만들어 갈 전주책방네트워크의 활동에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이지선 전주책방네트워크 회장
 (잘 익은 언어들 대표) 인터뷰



초대 회장을 맡게 되셨는데, 어깨가 무겁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없는 술자리에서 저를 회장으로 추대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추천을 받아 회장이 됐지만, 전주 동네책방들을 한데 묶을 연합체와 대표자의 필요성은 그전부터 함께 생각해 왔던 부분이에요. 일례로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도서관에서 동네책방들을 도와 주려는 노력들을 많이 했는데, 그렇게 협조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책방들의 정체성이나 우리들을 대표할 대표자의 존재가 꼭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도서관 선생님들이 동네책방 리플릿을 만들려고 하는데, 누구한테 연락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대표자가 없으니까.
그런데 사실 누군가가 나서서 모임의 장을 맡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왜냐하면 자기 책방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거든요. 그래도 총대를 멘(?) 이상 최선을 다해 보려고요."


스스로 총대를 멨다지만, 이 회장의 평소 활동을 보면 추대된 이유도 충분히 수긍이 간다. 동네책방 대표들이 책방에 쏟는 노력에 위아래가 있겠냐마는 이 회장은 그중에서도 특출나다. 열심히는 물론 책방 일을 즐긴다는 것이 한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즐기지 못할 거면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다”고 말하는 이 회장은 그러면서 또 기억에 남는 일화를 한 가지 소개한다.


"책방 토닥토닥 대표님이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책방을 운영하면서 내가 이걸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굉장히 우울했던 적이 있대요. 그때 제가 재밌게 하는 걸 보니까 힘도 나고 선의의 경쟁도 되면서 자기도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을 했대요. 그래서 고마웠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혼자서는 버티기 힘든 어려움도 함께 걷는 이들이 있기에 극복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또 한 번 되새기게 하는 이야기다.


전주책방네트워크가 적극 추진키로 한 내용 중에 전주시서점인증제와 전북지역서점조례안 활성화가 있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도서관이나 학교 같은 곳에서 책을 구입할 때 지역 서점을 이용하는데, 반드시 지역 서점에서 책을 구입해야 한다고 강제돼 있는 부분은 아니에요. 이왕이면 지역 서점에서 구입을 했으면 좋겠다고 권유를 하는 거죠. 그런데 그 지역 서점의 범주 안에 저희와 같은 동네책방은 배제됐다기보단 아예 염두에 없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 부분을 개선하고 싶고.

그리고 서점인증제는 실사를 통해서 서점을 둘러보고 지역 서점 인증을 해 줘야 하는 건데, 개중에는 서점이 아니라 총판인 곳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지역 서점 1호부터가 그런 총판이래요. 아파트 지하 창고에 학습지가 가득 쌓여 있고... 사람들이 가서 책을 보고 사는 곳이 아니라 그냥 책이 무더기로 쌓여 있고 배달을 해 주는 그런 곳인데, 거기가 지역 서점 1호로 돼 있다는 거예요. 그런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지역 서점이 90여 곳 되는데, 사업자만 내놓고 페이퍼 컴퍼니처럼 운영되는 곳들도 있어요. 1층부터 3층까지 같은 서점인데, 층별로 이름만 바꿔서 사업자를 또 낸 거예요. 그러면 비교 견적도 내기 쉬우니 책을 납품할 때 훨씬 유리한 거죠. 지역서점조례 기준을 더 분명하게 세우고, 인증받은 서점들도 제대로 운영되는 곳인지 다시 한 번 짚어 볼 필요가 있어요."


그밖에도 다양한 활동들을 계획하고 계신데요.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동네책방 문학상’을 제정해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신인 작가들을 발굴하는 활동들도 해 보려고 해요. 또, 별도의 지원을 받지 않더라도 동네책방들끼리 힘을 합쳐 북마켓을 열어 보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객리단길이나 한옥마을에서 동네책방 열 곳의 서로 다른 큐레이션을 보여 주면서 더욱 풍성한 책 문화를 확산해 보려고 해요."


앞으로 연합체로서 활동하실 텐데, 예상되는 어려움 등이 있습니까.
   "전북에 ‘서점연합회’라는 곳이 있는데, 저희가 갑자기 발대식을 하니까 왜 동네책방을 편애하냐, 이런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 모양이에요. 그분들 중에는 이런 동네책방을 서점이라고 보지 않는 분들도 계세요. 책도 적고, 공간도 작고, 밤 10시까지 문을 여는 그분들에 비해 저희는 오픈 시간도 그리 길지 않고요.
하지만 분명히 차이는 있어요. 저희는 찾아 주시는 손님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사랑방 같은 분위기가 조성돼 있고 책 한 권을 팔면서도 소통을 하지만, 일반 서점 같은 경우에는 우리 애기가 책을 안 읽는데 어떻게 해야 될까요, 물어보진 않잖아요.

물론 그분들이 경계하시는 것도 충분히 공감은 돼요. 손님은 한정돼 있는데, 경쟁 서점이 늘면 아무래도 걱정이 되시겠죠. 기회가 닿는다면 한 번 만나 보려고 해요. 만나서 다 같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봤으면 해요."


최근 ‘로컬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이 회장은 이것을 어떻게 동네책방에 적용할지 고민이 많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죄다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요즘 소비 실태. 심지어 배송까지 빠르다. 비단 동네책방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동네 모든 가게들의 생사가 걸린 문제다.


"‘로컬의 미래’를 읽으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어요. 사람들이 동네책방을 방문할 때 ‘아, 책 사러 가야겠다’, 이렇게 와야 하는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사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오거든요. 동네책방이 극복해야 할 것은 책을 읽고 싶을 때 알라딘이나 예스24를 뒤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동네책방을 가야지, 이런 마음이 들 수 있게 노력을 해야 된다는 거죠. 저는 이게 로컬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책뿐만 아니라 다른 물건을 살 때도 동네 가게들을 이용하자, 스스로에게, 또 주변 분들에게 이런 로컬 운동을 계속 강조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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