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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 | 문화현장 [수요포럼 | 주목경제 시대의 문화정치]
혐오와 도발에 얽매이지 않고 나아가는 길
김하람 기자(2021-11-09 15:47:31)


혐오와 도발에 얽매이지 않고 나아가는

정리 김하람 기자


프로보커터(provocateur), ‘도발(provoke)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덧붙이자면 말과 , 영상으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도발하여 조회수를 끌어올리고 그렇게 확보한 세간의 주목을 밑천 삼아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이른다. 관심과 주목이 돈이 되는주목경제시대의 문화정치와 나쁜 관종의 멘털리티를 날카롭게 분석한 <프로보커터> 저자는 자신의 책에서프로보커터들이 어떻게 대중을 선동하고 도발하는지, 그들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흥미롭게 이야기한다. 

지난 10 22 전주 한옥마을 공간 봄에서 열린 204 <마당포럼>에서는 저자 김내훈을 초청해 그가 주목한 우리 시대의프로보커터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북토크 형식으로 열린 이날 포럼은 도서출판 기억 윤지용 대표가 진행을 맡았다. 



관심, 돈이 되다

진중권 교수를 보면서 사람이 대체 저럴까하는 생각에서 책을 쓰기 시작했어요. 제가 그에 대해 이런 질문을 갖게 것은 그가 이전까지 설파해온 주장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진중권을 주목하게 계기는 한명숙 총리 재조사 관련한 발언이었다. 총리가 여성이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그의 발언은 민주당 지지자들을 기분 나쁘게 하는 효과밖에 없었다. 2020 jtbc 신년 토론 방송에서는 주장의 근거를 요구하는 질문에제가 아니까요라고 답한 모습도 여태껏 토론하며 보여줬던 지식인, 논객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그는 진중권을 보면서 마일로 이아노풀로스와 벤자민을 떠올렸다. 마일로 이아노풀로스는 페미니즘, 정체성, 정치 등과 관련해 비속어 섞인 발언을 현란하게 내뱉으며 유명세를 인물이다. 벤자민은 여성 혐오 발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페미니즘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봤다. 이들의 공통점은 본인의 반대 진영에 속해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기분 나쁘게 만들 있는 모욕적인 발언을 고민하고, 소음을 일으키고, 이목을 끈다는 점이다. 그렇게 모은 주목을 바탕으로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려고 하는 사람들. 영미권에서는 이들을 가리켜프로보커터 칭했다. 


사실 선동가라든지, 정치 운동가라는 이름을 붙여줄 법도 한데, 그들에게는 이런 단어도 과대평가라는 생각을 했나 봅니다. 제가 보기에는 프로보커터 2020년에 새로운 직업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프로보커터가 직업이 되고 생계가 되는 이유를 주목경제에서 찾았다. “정보는 무제한으로 복제할 있기 때문에 희소성이 없어서 가치가 없지만 정보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사람의 주목이다. 주목 자체가 경제가 되는 이라고 그는 말했다. 


소셜미디어인플루언서들은 다양한 협찬, 광고비를 받고 상품을 홍보한다. 유튜버들이 좋아요와 구독에 목을 매는 이유다. 그는 조회수를 높이는 방법을 가지로 설명했다. 하나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 다른 하나는 목불인견 수준의 혐오스러운 장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으로 이목을 끄는 것이다.


아무래도 번째 방법이 쉽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는 방법입니다. 최근에 코로나 바이러스 챌린지라고 틱톡에서 유행했던 챌린지가 있는데, 공중 화장실 좌변기 시트를 핥는 것입니다. 정말 이해할 없는 행동을 하는데,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조회수가 돈이 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게

무수한 정보 가운데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복잡해서는 된다. 흥미롭고 재미있어야 하며, 그것을 단순화한 다음 1 이내로 이해할 있도록 만드는 디지털큐레이션이 중요한 이유다. 


문제의 원인을 한두 가지로 과대 해석하는 것이 디지털큐레이션의 문제인데, 정치 유튜버들이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해요. 문제의 원인을 사람이나 집단으로 의인화해서 공격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외주화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점점 진영은 양극화되고, 프로보커터들은 이런 상황을 계속해서 이용하고 심각하게 만들어 갑니다.”


작가는 모든 것들을 심각하게 만드는 사회 조건으로초연결성 들었다. 전체 인구 가운데이상한 사람들 갑자기 급증한 것이라기보다는 세상 구석구석에 흩어져 있던 이들끼리의 연결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동네 구석구석에 숨어 지내던 소수의 바보들이 있는데, 친구들을 만날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이에요. 그런 사람들끼리 연결될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타인을 향해 매서운 혐오 발언을 퍼붓는 사람들이 스타급 팬덤을 확보하고, 정치적 영향력까지 행사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조회수와 구독자수로 콘텐츠의 가치가 결정되는 시대에 명의 상식을 벗어난 지지자와 명의 정상적인 사람의 목소리의 가치와 크기가 똑같다는 것을 그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뽑았다.


미국의 프로보커터 중에 알렉스 존스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항상 소리를 질러요. 클린턴 일가는 악마이고, 민주당은 악마 숭배자 집단이라는 이야기를 정말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화학물질로 미국 전역의 개구리들이 게이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인데, 사람 팬이 엄청 많아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도 사람의 팬이라고 밝힌 바가 있어요.”


어처구니없고 웃긴 이야기들에 젊은 네티즌들은 그의 발언을 개그 소재로 활용하기도 하는 현상에 대해 그는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우스꽝스럽고 황당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인물이기도 해요. ‘피자 게이트라는 사건이 있어요. 민주당 고위 인사들 간에 주고받은 이메일이 유출됐는데, 거기에서치즈 피자라는 말이 유난히 많이 나왔다고 해요. 그런데 정신나간 음모론자들은 치즈 피자(Cheese Pizza) 아동포르노(Child Pornography) 머리글자와 같다는 이유로 민주당 인사들이 아동성착취를 즐기는 악마 숭배자들이며, 이들이 워싱턴 어딘가에 인신매매 시장을 운영한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는 거예요. 그러다가 어떤 열성 구독자가 워싱턴 안에 있는 어떤 피자 가게에 총을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젊은 사람들이 알렉스 존스를 희화화하지만 이렇게 위험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라는 거죠.”


이것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집게손가락 모양이 남성 혐오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로 인해 관공서나 기업에서 집게손가락 모양이 들어간 이미지를 삭제하는 집게손가락 논란과 양궁 국가대표 선수 안산 페미니스트 논란이다.  


집게손가락 모양으로 20 남자들이 난리가 났다고 이야기하는데, 20 남자들 중에 진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많지 않아요. 극히 소수에 불과하는데, 소수에 불과한 사람들을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많이 마주치게 되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언론 보도에 의해 증폭되었죠. 상식을 벗어난 그들의 목소리가 과잉 보도된 결과물이 집게손가락 논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안산 선수의 실체 없는 남혐 논란도 같은 상황이죠. 한국도 점점 많은 바보들이 친구들을 만나게 됨에 따라 이들이 목소리를 많이 내게 돼요. 이야기가 웃기고 황당한 이야기다 보니까 언론의 입장에서는 화젯거리가 되고, 조회수를 높일 있으니 보도를 하게 되죠. 이런 점들이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와의 대화

강연 이후 이어진 북토크는 문화저널 편집위원인 윤지용 도서출판 기억 대표가 사회자로 질문을 이어갔다. 북토크 현장을 옮겨왔다. 


윤지용(이하 ) : 책에 프로보커터라든지, 트롤링, 어그로를 끈다 이런 개념이 나오는데, 이런 개념에 대한 설명부터 부탁드립니다.


김내훈(이하 ) : 어그로는 제가 알기로는 게임에서 나온 말인데, 방패 캐릭터가 공격을 막고 있으면 다른 캐릭터들이 공격을 하는 상황에서, 방패의 역할이어그로를 끈다 해요. aggressive에서 나온 말인 같습니다. 이유없이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뜻해요. 트롤은 인터넷상에서 이유 없이 악플을 단다던가, 특정 사이트 같은 곳에 들어가서 분탕질을 한다던가, 낚시질을 하는 사람을 가리켜 트롤이라고 하고, 그런 행동을 가리켜 트롤링이라고 해요. 프로보커터는 그런 트롤과 어그로꾼의 특징들을 취합한 사람인데, 트롤링을 통해 돈을 벌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라고 이해하시면 같습니다.


: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뜨끔하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저도 가끔 sns 같은 공간을 통해서 제가 미워하는 대상에 대해 날선 이야기를 선정적인 용어로 짧게 압축해서 사용한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나도 프로보커터인가라는 생각도 했는데(웃음),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프로보커터인지, 어디까지가 인터넷이나 sns에서의 공론장을 어지럽히는 나쁜 행위이고, 어디까지가 정당한 분노를 표현하고 공유하는 행위인지, 그런 판단의 기준점이 있을까요?


: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 같습니다. 분노의 표출이나 메시지의 설파보다는 공유나 좋아요를 많이 받기 위해 수위를 높이고 조롱할 거리를 억지로 찾아내는 데서 차이가 발생하지 않을까 합니다.


참가자 : sns상에서 프로보커터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옛날의 선동정치와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옛날의 선동정치와 프로보커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 프로보커터들에게 선동가, 프로파간디스트, 이데올로그 같은 기존에 있던 단어를 붙이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 선동정치에는 본인이 따르는 어떤 정치적인 대의라도 있었죠. 그렇지만 앞에서 예로 마일로 이아노풀로스나 알렉스 존스 같은 사람들은 신념이 있어서 그런 해괴한 짓을 벌이는 것이 아니에요. 돈을 벌기 위해 연기하는 것이 프로보커터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가자 : 선동하고 자극해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 돈이 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이에 대한 반작용도 있을 같아요.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고요. 작가님께서는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개개인에 대한 피로감은 금방 생기는 같아요. 이아노풀로스같은 사람도 트럼프 대선 전후로 2-3 정도 전성기를 가졌다가 몰락했고, 진중권 교수도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않죠.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오래 지속될 같습니다. 왜냐하면 계속 새로운 사람이 생기거든요. 


참가자 : 책을 소비하는 사람은 평범한 일반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이런 책을 소비하는 것이 어떤 상징성이 있을까요?


: 책을 내고 초반에 많이 주목을 받으면서 악플도 받았었는데, ‘네가 프로보커터다 내용도 있었어요. 황당하기도 하지만 고무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프로보커터가 어려운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를 욕하고 주목을 받고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프로보커터라는 용어를 떠올리면서 의심하는 거잖아요. 화려한 언행으로 주목을 받는 사람을 보고 프로보커터를 떠올리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프로보커터들에게 우리 사회가 휘둘리지 않고 건강한 담론의 장을 지켜나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 항상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조심하셔야 합니다.(웃음) 정당하고 합리적인 분노를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혐오 표현을 사용해서는 돼요. 그런 식으로 혐오 표현이 오간다면 단어의 격이 하향평준화되는 같습니다. 웃긴 내용이라도 공유할 때는 조심해야 돼요. 조롱하기 위해 공유하는 행동이 오히려 조롱 대상에게 도움이 수도 있습니다. 프로보커터들로부터 나온 혐오 언어들이 일상 언어에 스며드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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