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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7 | 문화이슈 [SNS 속 세상]
MZ세대가 MBTI를 사랑하는이유
MBTI를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것들
오민정 편집위원(2022-07-11 17:31:10)





MBTI를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것들



“ 다음에는 팀 구성할 때 MBTI도 고려해 보려고.”


최근 어느 뒤풀이 자리에서 들었던 말이다. 나와는 다른 조직이었지만 너무 예상치 못한 말이어서 깜짝 놀라 재차 진심인지 반문했다. 결론적으로 분위기상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받아들이긴 했지만, 최근 실제로 취업에 있어서 MBTI를 도입하는 곳이 늘었다. 공채에서 구직자들에게 MBTI를 기재하라고 했다거나, 어떤 MBTI는 특정 업무 시 기피한다는 등의 내용이 솔직히 어이없기는 하지만 오늘날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새삼 MBTI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일상적인 문화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장님은 MBTI가 뭐예요?


사실 MBTI는 이미 MZ세대에게는 너무 익숙한 트렌드다. 그리고 이제는 딱히 MZ세대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나도 요즘 들어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나 우리 팀의 팀원들에게 “팀장님은 MBTI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매일같이 듣는다. 처음엔 왜 SNS를 통해 MBTI 광풍(?)이 부는지 사실 잘 이해하지 못했다. 좀 더 솔직히는 단순하고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MBTI가 갑자기 나온 새로운 심리검사도 아니었고, 딱히 과학적인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람의 성격을 16가지로 단순화시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이를 핑계나 합리화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느낄 때는 마치 어릴 때 유행하곤 했던 혈액형별 성격 분류의 확장판 같았다. 하지만 MBTI에 대한 인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SNS에서 한철 유행하고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덧 일상적인 일이 됐다.


나의 부정적인 선입견과 달리 MBTI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심리검사 도구다. 생각보다 역사도 오래됐다. MBTI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00년대 초중반,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와 캐서린 쿡 브릭스 모녀에 의해서다. 비록 두 사람이 심리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브릭스는 농업, 마이어스는 정치학을 전공했다), MBTI는 심리학적 이론을 배경으로 가지고 있다. 칼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적 유형론, 즉 심리학적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이는 간단히 말해 수없이 다양하게 보여도 실제로 사람들의 인식과 선호는 질서가 있고 일관돼 있다는 이론이다. 융이 발견한 인식과 판단의 패턴을 일상생활에 적용하고 검사로 대중화한 것이 바로 MBTI다. 브릭스와 마이어스가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았으며, 융의 이론에 대한 입지 때문에 늘 유사과학이라는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오랫동안 누적된 통계와 결과 값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MZ가 MBTI를 사랑하는 이유


하지만 대중은 MBTI에 열광한다. 한국 사회에서 MBTI가 이런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된 것은 MZ세대의 지분이 크다. 아마도 그 이유는 자신의 복잡하고 추상적인 성격을 네 가지 코드의 조합으로 선명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MBTI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은 여전히 SNS다. SNS를 통해 검색만 해봐도 엄청난 자료가 쏟아진다. MZ세대에게는 자신을 소개하는 주요 키워드이자 공감대를 형성하는 도구이며 궁합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자기소개서에 기재하는 내용이 되기도 한다. 비단 MZ세대뿐 아니다. 기성세대들도 다른 세대와 공감하고 소통하기 위해 MBTI를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렇듯 MBTI는 한국에서 어느덧 대중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왜 MZ세대는 MBTI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을까? MBTI가 가진 특성이 대체 무엇이길래?


MBTI가 상기시키는 것


MBTI는 결핍을 말하지 않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MBTI는 긍정심리학에 기초하고 있다. 검사를 위한 문항을 보아도 그렇고, 그 결과도 선호의 정도와 경향을 네 가지 코드로 조합해 보여줄 뿐이다. MBTI를 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대개 네 가지 코드의 의미보다 16가지 코드의 유형에 많은 관심을 보이지만, 본질은 ‘나’를 파악하는 도구다. 내가 MBTI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 몇 개의 유형으로 분류하고 변명이나 회피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사람들의 활용이 잘못됐던 것일 뿐 그것이 MBTI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MBTI가 이미 거부감 없이 우리 사회에서 곳곳에서 수용되고 있으며, 대중의 신뢰를 받고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MBTI를 통해서 얻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채용 과정에서 MZ세대에게 흥미를 유발하거나, 특정 업무에서 특정 성향을 가진 사람을 배제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다움을 오롯이 발휘하며 일할 수 있도록 우리의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MZ세대가 유독 MBTI를 사랑하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의 소통환경이나 조직문화에 건네는 문제 제기인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볼 일이다.



글 오민정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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