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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8 | 문화현장
현실을 바라보고 침묵하지 말 것
마당 특별강연 | 정주하의 후쿠시마, 10년의 기록
고다인 기자(2023-08-17 09:43:12)

마당 특별강연 | 정주하의 후쿠시마, 10년의 기록


현실을 바라보고 침묵하지 말 것


고다인 기자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절정에 이른 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1년을 기록해온 사진가 정주하는 우리에게 다가올 문제를 제기한다. 마당이 기획한 특별강연 ‘정주하의 후쿠시마, 10년의 기록-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지난 6월 28일 열렸다. 40여 명의 시민이 함께한 이날 강연에서 정교수는 대학 시절 첫 사진집과 함께 자신의 작업을 소개했다. 원전에 대한 관심은 우리 삶과 가까운 풍경들을 담아내던 그가 영광의 원자력발전소를 주목하게 되면서부터다. 그는 발전소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며 의문을 품었다. 핵문제에 대한 관심은 이후 후쿠시마까지 이어져 원전 사고가 일어난 2011년부터 지금까지 그를 일본 후쿠시마현의 현장으로 이끌었다. 


“저는 당시에도 ‘원자력발전소가 무서운 것 아닌가?’ 생각을 했었는데 정작 주변에 살아가는 분들은 너무나도 천연덕스럽고 아무렇지 않은 모습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그리고 다음 작업을 준비하다 후쿠시마 사고를 접하게 되었고 그곳에 꼭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 가서 찍었던 사진들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제목을 붙였는데요. 이 제목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반대가 많았습니다. 식민 지배의 역사적 상황을 담은 시의 제목을 다시 일본의 상황에 빗대어 표현할 수가 있냐는 문제였죠. 저는 후쿠시마 일대 역시 절망으로 뒤덮인 에너지 식민지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삶의 터전으로서 기능을 상실한 채 ‘이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해야하는 땅이 된 것이죠.”


집이 쓸려가고 남은 공터에 서있는 어느 가족, 지붕 아래 실내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 사진을 통해 본 마을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남아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특히 검은 비닐에 덮인 엄청난 양의 오염토 사진은 참혹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우리는 당장의 오염수 방류를 문제 삼고 있지만 그는 오염토 문제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현에 광범위하게 걸쳐있는 료젠 산맥 곳곳에는 오염토 더미가 아무런 조치도 없이 쌓여있다. 들판의 소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 흙을 파먹는다. 하지만 일본 사회는 이런 현실을 보고도 모른 척,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그는 이를 ‘은폐된 불안’이라고 표현했다.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의 한 도서관에 갔다가 과거 축제 포스터를 봤어요. ‘소마 노마오이’라는 굉장히 큰 규모의 축제인데, 포스터에 적힌 날짜를 보니 사고가 일어나고 불과 몇 달 후인 2011년 7월에 열린 축제더라고요. 정말 놀랐습니다. 어떤 라면 가게에는 일본 대부분의 지역이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는 포스터가 붙어있고, 우연히 만난 한 가족은 아버지와 아이들이 함께 낚시를 하고 있었어요. 이런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아 이게 은폐된 불안이구나!’ 어떻게 저렇게 무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올겨울 다시 후쿠시마로 떠날 계획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여전히 많은 문제와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자신의 기록을 통해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이 작업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다. 후쿠시마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침묵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그는 많은 사람들이 깨닫기를 바란다. 그의 작업이 ‘은폐된 불안’을 온전히 우리에게 전하는 통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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