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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9 | 특집 [우리가 꿈꾸는 세상, 축제가 되다 ②]
우직한 바보들의 축제, 스테이폴리쉬(stay poolish)
강미선(2017-09-19 10:54:57)




'환영합니다 여기부터 바보세상입니다. 우리는 모두 바보입니다'라는 문구를 내 건 스테이폴리쉬는 매 년 여름쯤 펼쳐지는 예술가들의 축제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지난 7월 30일부터 31일까지 완주군 상관면 편백숲에서 축제가 열렸다. 이번 축제는 정문성, 이승미, 신나라, 임승환, 박규현, 무현빈, 정상현 등을 주축으로 진행됐다. 완주생활공동체 누에 단장, 창작소극장 대표, 남부시장 매니저  등 본업이 있고,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 중인 그들은 여름 휴가를 그들이 기획한 스테이폴리쉬에서 보냈다.
축제의 시즌이라 불러도 될 만큼 7~9월 달에는 각종 지역축제들이 많이 열리지만, 거의 대다수가 '관' 축제인 것이 현실이다. 스테이폴리쉬는 다른 지역 축제들만큼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예술가들이 주체적으로 모여 만든 축제, 지원금 없이 진행하는 축제라는 점에서 의미 있게 평가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른 축제의 경우,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만큼 홍보성과, 행사에 참여한 관객의 수, 예산 등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예산, 무정산' 축제인 스테이폴리쉬에서는 그런 복잡한 생각 없이 그저 즐기고, 놀다가면 그 뿐이다. 시민들의 자체적인 후원금을 통해 개최되는 만큼 어려운 점도 없잖아 있지만, 그들만의 방법으로 조금씩 극복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스토리 펀딩을 통해 완주군 상관면 일대에 스테이 폴리쉬 개최 부지를 마련하기도 했다.
3년 동안 진행된 스테이폴리쉬는 매 년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이 조금씩 다른 만큼, 장소도, 프로그램도 색다르게 바뀐다. 2015년 8월 12일 처음 시작된 제1회 스테이 폴리쉬는 뒤에 위크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 이름하여 'stay poolish week' 이름처럼 기간도 5일 정도에, 구 KT&G 건물을 빌려 전주 시내 일대에서 펼칠 정도로 꽤 큰 규모로 진행됐다. 공연부터, 전시, 세미나, 캠핑과 퍼레이드, 100여명의 아티스트와 함께한 스테이폴리쉬는 그야말로 예술가들의 '복합문화예술축제'였다. 고사동 일대에서 예술가들이 가면을 쓰고 노래하며 퍼레이드를 진행해 시민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제2회 스테이 폴리쉬는 완주군 고산면에 있는 지역경제순환센터에서 진행됐다. 이때는 'WEEK'라는 말 대신 '-RO'라는 말이 붙었다. 입장 전에는 축제 규칙을 써놓은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싸우기 전까지는 다 OK!', '쓰레기는 집으로', '불편은 스스로 해결', '재미없음 자기 탓!' 이 규칙에서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스테이폴리쉬의 가장 큰 특징이다. 바로 기획자와 관객이 따로 없다는 것. 스테이폴리쉬를 준비한 예술가들은 축제가 시작되면 따로 무엇을 하려고 하지 않고 그들도 그저 축제에 참여한 '관객'이 된다. 관객이 주인이 되는 축제, 그게 바로 '스테이폴리쉬'다.
해외에서도 스테이폴리쉬처럼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벌이는 축제가 있다. 네바다주의 '버닝맨 페스티벌'이다. 미국 네바다주의 블랙록 사막 한가운데서 펼쳐지는 버닝맨 축제는 5만 여명의 규모로 8월 마지막 월요일부터 9월 첫째 월요일까지 일주일동안 진행된다. 가장 특징은 스테이 폴리쉬와 같이 특별한 규칙이 없다는 것이다. 발가벗고 다녀도 어느 누구 터치하는 사람이 없을 만큼 자유로운 예술가들의 축제로 유명하다. 전국의 히피들이 모여 벌이는 축제는 축제 참여자들이 페스티벌에서 뽐낼 작품들을 1년 동안 준비한다. 단순 조형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볼거리인 축제이다. 버닝맨 축제기간에는 사막에서는 온 사방에서 음악이 울리고 사람들끼리 술도 마신다. 티켓에는 '당신은 죽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힐 정도이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축제장 한복판에 있는 거대인간 구조물을 태우는 것이다. 축제 마지막 날 이벤트를 보면서 일주일 간의 일탈을 정리하고 각자 자신들이 사는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런 자유로움과 축제 이후에 일상으로 돌아오는 모습은 스테이 폴리쉬 정신과 닮았다고 기획자 정상현은 말한다.



그럼 다시 '스테이 폴리쉬'로 돌아가서 '스테이 폴리쉬'는 왜 바보들의 축제라고 불릴까? 축제 이름은 애플사의 故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연설 중 했던 한마디 "stay hungry, stay poolish"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묵묵하게 바보짓을 하는 사람들이 예술가다!"라는 생각으로 예술가를 바보로 표현한 'stay poolish'는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 끼가 있는 사람들이 가능하다는 모습을 축제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1회 때부터 스테이폴리쉬와 함께했던 기획자인 정상현씨는 "멋진 마인드, 상상,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들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데, 그런 것들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고민중이다"라며 "앞으로는 어떤 날을 잡고 모두가 각자의 공간에서, 스테이폴리쉬와 비슷한 슬로건을 걸고 축제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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