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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9 | 문화이슈 [최저시급 1만원 시대]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진다
정인대(2017-09-19 11:01:32)



지속되는 경기불황과 내수부진은 우리나라의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계층간 갈등이 위화감에서 적대감으로 확산될 수 있음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일본의 경제가 회복되는 상황임에도 우리는 그 불황의 끝을 알 수 없는 지경에 놓여 있다. 이는 서민경제가 전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 하겠다.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의 40%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인데 서민경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소상공인의 영업 부진은 내수 경기의 불황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OECD 국가 중 높은 수준에 있다. 그렇지만 자영업자의 폐업비율 또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난 7월 2일 국세청이 발표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2016년에 창업한 사업자는 122여만 명이고 폐업한 사업자는 90여만 명이다. 자영업자들의 1년 생존율은 60.1%, 2년 47.3%, 3년 38.2%, 4년 32.2%이고 5년 생존율은 29.0%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폐업한 자영업자수는 790여만 명에 달하고 있다.

지난 해 9월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는 568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이 중 400만 명 정도는 나홀로 장사를 하거나, 임금을 받지 않는 가족들의 도움으로 영업을 유지한다. 나머지 160여만 명 정도가 1인 이상의 알바나 직원을 고용하는 형태이고 전체 자영업자의 50%에 가까운 250여만 명은 연 매출이 4600만원 미만이라고 한다.

연 매출 4600만원 미만은 임대료 및 고정 지출을 제하면 최저임금도 벌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2015년 국민연금연구원의 자료에는 50대 이상 자영업자의 45%가 월 수입이 100만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 2016년 9월 기준,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자영업자 대출규모는 520조에 이른다. 이는 가계부채 1359조원 중 40%에 해당한다.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신용도마저 낮아 제2금융권과 사채시장을 전전하면서 부채 비중을 높이고 있다. ​그 중의 반은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수입으로 빚더미에 허덕이며 살아가는데 이것이 오늘날 한국 자영업자의 현실이다.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다보니 프랜차이즈 형태의 자영업은 계속해서 늘고 포화속의 빈곤이라는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기조는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최저임금을 올려 국민소득을 증대하고, 이를 내수확대로 이끌어 경제성장을 견인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 중 하나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해야 하는데 금년부터 3년동안 매년 15.7%씩 인상시켜야 한다.

지난 7월 15일, 최저임금위원회는 금년의 6,470원보다 16.4% 인상된 7,530원을 2018년도 최저임금으로 결정했다. 지난 해 최저임금 인상율 7.3%의 두배 이상으로서 물가 인상율과 경제 성장률을 무시하고 있다. 최저임금 근로자의 대부분은 소상공인 업종에 종사하는데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소상공인들로 하여금 폐업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단기간 급격히 인상되는 최저임금은 우리나라 전체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경제 사정이 양호한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은 최저임금과 관련한 문제가 크지 않다고 본다. 반면 지속된 불황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중소상공인들은 인건비 압박까지 받으면서 이중 삼중의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현실적으로 최저임금 1만원은 기업의 고용능력을 악화시켜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에게 취업을 어렵게 만든다. 가장 큰 피해자는 50~60대 중·노년층과 주부들이 될 것이다. 결국 최저임금의 인상은 경제적·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려는 당초의 의도와 달리, 어려운 처지에 있는 미취업자들만 희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최근의 사회 분위기는 근로자와 자영업자, 즉 을과 을 사이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7월, 소상공인 사업주 532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소상공인 10명중 9명이 종업원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을과 을의 싸움이 아니라 공멸의 과정을 나타내는 내용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약3조원의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법적 범위내에서 행해지는 정부의 지원 대상은 4대 보험에 가입된 근로자에 국한된다. 최저임금의 근로자는 대략 313만명 정도이고 4대 보험에 가입된 근로자는 42.3%에 불과하다. 나머지 57%의 근로자는 정부의 임금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42.3%의 노동자들 임금 인상분을 세금으로 메꾸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오히려 정부는 소상공인들의 체질 강화를 구축하고 법적 제도 보완을 선결해야 한다. 이후에 정부와 소상공인, 노동자가 머리를 맞대고 임금 인상에 대한 단계적 절차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타당한 순서이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 1만원은 미래의 희망을 주는 측면이라 할 수 있다. 취약한 근로자와 경제적 약자들에게 있어서 최저임금 인상은 빈곤에서 벗어나고 소득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정의 차원으로 생각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의미로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단기간에 강제화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정부가 향후 3년동안 강행하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려면 제반 노력이 필요하다. 무조건적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노동의 강도에 따라서 산업별, 인구분포에 따른 지역별 차별화를 임금 인상의 방안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에서 대기업을 배제하고 소상공인 대표를 대폭 참여시키는 안을 권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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