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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 | 기획 [책방이야기]
'숲속 작은 책방'에서 희망을 보다
'숲속 작은 책방' 백창화ㆍ김병록 부부 인터뷰
윤희숙(2017-10-25 16:47:15)



충북 괴산 산골 미루마을에는 '숲속 작은 책방'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책방이 있다. 우리나라 가정식 책방의 시발점이 된 공간이다. 이 책방을 운영하는 백창화 김병록 부부. 가진 것과 아는 것이 책밖에 없다는 이들은 책이 너무 좋아서 책과 평생 같이하는 방법 찾아냈다. 유럽의 책마을 여행에서 영감을 얻어 문을 연 북스테이를 시작으로 마치 숲을 가꾸듯 하나하나 일궈 '숲속 작은 책방'을 완성했다. 그리고 자신들처럼 작은 책방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그동안 전국의 서점을 발품 팔아 다니며 모은 기록을 모아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를 펴냈다.
이들의 소박한 성공은 자연스럽게 동네책방 운영자나 책방을 꿈꾸는 이들의 롤모델이 되었다. '혼자 하지 못하는 일은 다 함께 하면 쉽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이들은 이제 우리나라 작은 책방들이 함께 손잡고 일상과 함께 하는 책 문화를 일구어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백창화 김병록 부부를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숲속 작은 책방을 열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었습니까.
귀촌을 하기 전, 저희 부부는 일산과 마포에서 작은 도서관인 숲속작은도서관을 10여년 운영했습니다. 가진 것과 아는 것이 책밖에 없어서 귀촌을 해도 책이 중심이 된 생활을 하고 싶었죠. 그래서 숲속작은도서관 이전 자리를 확보해준 미루마을로 귀촌을 결정했고, 그곳에서 과연 책으로 생활이 가능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괴산 미루마을에 책방을 열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겠군요.
2010년 즈음에 귀촌을 했는데, 그 이전에는 고민이 많았어요. 우리들의 고민을 해결할 답을 찾지 못했죠. 더구나 대부분의 서점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서점을 여는 일은 꿈도 못 꾸었습니다.
그 때 가뭄에 단비처럼 한 권의 책을 만났습니다. 정진국 선생님이 쓴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2008년 생각의나무 발행)였습니다. 유럽에 책마을이라는 것이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우리는 너무 기뻐 이 책을 들고 37일 동안 유럽 책마을 여행을 떠났습니다. 매일같이 서점, 도서관, 책마을, 작가 기념관 등 책이 있는 곳을 열심히 돌아다녔죠. 수많은 서점을 보고, 그곳에서 책이 팔리는 것을 보고 비로소 '서점을 해도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대부분 지역의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유럽의 책마을들을 둘러보며 느낀 것이 많았습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괴산의 미루마을과 같은 곳이어서 무척 반가웠기도 하고요.


시작이 순조롭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미루마을에 와서 처음 한 일은 북스테이(Book Stay) 였습니다. 말 그대로 책이 있는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민박이에요. 북스테이는 유럽 책마을에서 떠오른 아이디어입니다. 책마을에 가니 1층은 서점, 2층은 주인이 살면서 민박을 하더군요. 서점 자체가 자기가 사는 집이자 숙박공간이었습니다. 보기가 좋아서 돌아가서 꼭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한 사람 두 사람이 저희 집에 오셨고 이 분들이 한 권, 두 권 책을 구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서점을 하게 되었습니다.


두 분께 책이란 어떤 의미이고, 다른 사람들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얻기를 바라십니까.
저희에게 책은 일상 생활화된 존재 그 자체입니다. 제가 매일 밥을 먹듯이, 책은 함께 살아온 반려자이자, 친구이자, 스승이자, 오락이자, 세계의 수많은 작가와의 만남을 주선해 주는 소통의 플랫폼 입니다. 밥이 육체의 양식이라면 책은 정신의 밥입니다. 수많은 작가의 생각들과 만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지금의 저를 있게 했습니다. 저희 서점에 오시는 분들도 짧은 시간이지만 그것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2014년 첫해 매출이 7백59만원이었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없지만(웃음) 만 3년이 지난 지금, 숲속 작은 책방은 인지도 면에서 볼 때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영면에서는 어떻습니까.
괴산에 와서 생활해 보니 아내와 제가 생활하는데 한 달에 200만 원 정도는 필요하더군요. 물론 아직 아이의 공부가 끝나지 않아 가끔 목돈이 필요하지만 그 정도면 살 수 있을 것 같아 1차 목표로 200만원 벌기를 정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서점 오픈 2년차에 1차 목표는 달성되었습니다. 다음 목표는 직원 한 명을 채용하고도 200만원 수익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요즘 트렌드처럼 아기자기한 동네책방이나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하는 북카페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책을 쉽게 접할 수 있어 환영하는 이들이 많은 반면, 운영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데 대형서점이나 인터넷서점을 대신하고 문화콘텐츠를 접하는 대안공간으로서 동네책방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작은 책방에 대한 전망은 맑지 않습니다. 흐리고, 먹구름이 잔뜩 몰려와 있습니다. 동네의 작은 책방은 이제 갓 태어난 아기와 같습니다. 스스로 서서 자립을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죠. 현재 많은 작은 책방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 애정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동네책방을 운영하며 고군분투하는 책방지기들에게 팁이나 조언을 해주신다면.
동네에 좀 더 밀착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동네책방은 책을 파는 곳이자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이 새로운 매출이 발생됩니다. 모든 분들이 아시다시피 이제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습니다. 책을 읽는 독자의 숫자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죠. 책을 읽는 분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서점은 곧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결국에는 문을 닫게 될 것입니다. 책을 안 읽는 분들을 읽게 만들어야 합니다. 동네 주민들 중심의 다양한 연령대의 북 클럽을 운영하고, 그분들이 편안하게 서점에 와서 책도 보고, 차도 마시면서 주인장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특히 중요한 고객은 학생들입니다. 지역의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서점나들이를 올 수 있도록 공간 구성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기를 권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책이 있는 공간들을 순례하셨는데 가장 마음에 닿는 최고의 공간은 어딘가요.
'최고'의 공간이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제가 가본 대부분의 공간이 나름 개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다만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내 가슴 속에 있는 곳은 일본 큐슈에 있는 키조 그림책마을입니다. 그 곳은 책이 많거나, 시설이 좋아서, 혹은 인테리어가 뛰어나서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라 주인장의 철학이 좋았고, 그 철학을 구현하고 지키려는 노력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 어떤 운영이건 자연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키조 그림책마을의 철학은 저에게는 롤모델과 같은 곳입니다.


'숲속 작은 책방'은 이미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좀 더 욕심내 해보고 싶은 일은 없는지 궁금하군요.
개인 적인 바람은 저희 책방 같은 곳이 전국에 많이 만들어져, 그 분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한다면 새로운 책문화가 만들어 질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예를 들면 북스테이의 경우는 전국의 10개의 공간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비록 전국에 흩어져 따로 또 같이 활동하고 있으며 서로에 대한 신뢰가 돈독합니다. 새로운 책문화를 만든다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활동하는데 참으로 기분 좋은 네트워크입니다. 서점 역시 이런 네트워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혼자 하지 못하는 일은 다 함께 하면 쉽다는 평범한 진리에 대한 믿음을 가져 봅니다.



사회적 기업 마당이 진행하는 10월 수요포럼에서는 김병록씨를 초청합니다. 10월 18일 저녁 7시 30분 공간봄에서 숲속작은책방의 이야기를 김병록씨로부터 생생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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