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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 | 인터뷰 [공간과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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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캘리그라피 동호회 회장 이상우
한성원(2017-10-25 16:55:53)



캘리그라피 동호회 "글링"은
"글씨로 힐링하다"라는 의미와 "글+ing"의 두 가지 의미를 모아 만들어졌다.
캘리그라피 작가로서 이상우 씨는
글링 전시회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의 단체전에 참여함은 물론 다큐멘터리, 웹툰, 게임 등
여러 콘텐츠의 캘리그라피 로고를 제작하며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작가로 성장하고 있다.



손으로 글씨를 써본 지가 언제였을까. 일상에서의 간단한 메모를 제외하고 마음을 담아 글을 쓴다는 게 어느덧 낯선 일이 돼버린 것만 같다.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우리는 거의 모든 문서와 글을 디지털 자료로 남기고 있다. 이제는 심지어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로 키보드 자판이 어색한 세대도 등장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직접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담아 붓과 펜으로 눌러 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익산 캘리그라피 동호회 "글링"이다. 이번 <공간과 사람>에서는 "글링"의 회장 이상우 씨를 만난다.
"아름다운 손 글씨"라는 뜻의 캘리그라피는 10세기 후반 영국까지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에 와서는 시각적 디자인 요소가 더해지며 책과 영화, 간판 등에 캘리그라피가 활용되면서 이에 대한 대중의 인식 또한 넓어지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핸드레터링, 즉 손으로 직접 글씨를 쓰는 것이다.
이상우 씨는 캘리그라피의 매력을 글씨를 씀과 동시에 결과가 보이는 빠른 피드백과 시간을 투자한 만큼 보이는 정직함으로 꼽았다. 공부처럼 오랜 시간을 들여야 얻을 수 있는 점수나 등수가 아닌 그림과 같이 쓰면서 바로 보이는 성취감이 그를 캘리그라피에 푹 빠져들게 했다. 이와 더불어 쓰는 만큼 늘어가는 실력과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격려와 칭찬이 그를 춤추게 했다. 어느덧 캘리그라피 3년차에 접어든 이상우 씨는 작가로서 지향점을 실생활에서 언제든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캘리그라피에 두고 있다.
"제가 생각하는 캘리그라피의 모토는 간편하게 주위에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들로 글씨를 쓰는 거예요. 하물며 젓가락에 간장 찍어서도 쓸 수 있는 그런 거요."


글씨로 이어지는 만남의 공간, 글링
익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캘리그라피 동호회 "글링"은 "글씨로 힐링하다"라는 의미와 "글+ing"의 두 가지 의미를 모아 만들어졌다. 2년 전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 중이던 이상우 작가는 익산에서 할 수 있는 여가활동이 많지 않다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찾아다녔고 마침 캘리그라피 동호회원을 모집한다는 전단지를 보게 됐다. 사람도 만나고 겸사겸사 악필도 고쳐보자는 마음에 들어간 캘리그라피 동호회는 그의 적성에 딱 맞는 모임이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캘리그라피 동호회는 사실 사이비 종교단체 포교활동의 일환이었고, 마침내 이상우 작가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중 마음 맞은 이들과 함께 나와 따로 캘리그라피 동호회 "글링"을 만들게 됐다.
"글링은 글씨를 쓰는 사람들을 위한 추상적 공간이에요. 글씨를 쓰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터전이죠. 글링은 글씨로 이어지는 만남의 공간이에요."
캘리그라피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 이상우 작가는 만남의 장을 넓히기 위해 익산을 넘어 전주 글링도 만들게 됐다. 스물 둘이라는 어린 나이에 동호회 회장 자리를 맡으며 20대부터 30대까지 현재 약 30명의 회원을 아울러야 했던 이상우 씨에게도 너무나 사랑하는 모임이지만 이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고충은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아달란 질문에 매년 진행하고 있는 정기 전시회를 들었다.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많은 사람들이 모인 동호회다 보니 각자가 원하는 전시 구성과 준비를 위한 일정 등을 조율하기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사실상 나이로는 가장 막내이다 보니 형, 누나들과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고 한다. 개인적인 친분으로 그동안 필자가 보아 온 이상우 작가는 그래서인지 어디에서 누구 앞에 있어도 항상 당찬 모습이었다.
글링의 회장 이상우 씨는 모임의 장점으로 다양한 글씨를 꼽았다. 누군가의 글씨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스타일을 유지한 채 회원 간의 교류 안에서 부족한 점을 채워가며 서로의 역량을 발전시키고 있다. 덕분에 동호회 이상의 수준을 자랑하며 익산을 떠나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동호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현재 글링은 월 1회 정기모임을 가지고 있으며, 지역의 각종 행사의 프리마켓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익산문화재단의 동아리 지원사업 "누리알찬"에 참여하여 보다 체계적인 동호회 활동을 진행 중이고, 연말에 열리는 글링의 정기 전시회는 캘리그라피에 관심 있는 익산 시민들에게 매년 기다려지는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소중한 사람, 당신에게 드립니다. "소람캘리"
캘리그라피 작가로서 이상우 씨는 글링 전시회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의 단체전에 참여함은 물론 다큐멘터리, 웹툰, 게임 등 여러 콘텐츠의 캘리그라피 로고를 제작하며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작가로 성장하고 있다. 그는 나아가 캘리그라피뿐만 아닌 그림과 디자인까지 아우르는 본인의 브랜드를 가진 작가가 되고자 한다. 때문에 그림과 디자인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제 스물넷, 어린 나이에 캘리그라피 작가로서 모두가 인정할 만한 실력을 갖췄음에도 이토록 열심히 배우고 익히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돈을 잘 버는 작가가 되고 싶다 말한다. 부를 쌓아 떵떵거리며 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역량을 키우고 나를 브랜드화 시켜 원하는 작업을 하며 살 수 있는 작가의 삶을 꿈꿨다. 그렇다면 그가 원하는 작가의 삶은 무엇일까? 그의 필명과 대화중에 나온 이야기들로 유추해보았다. 이상우 씨는 현재 "소람"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람"은 "소중한 사람"의 줄임말로 소중한 사람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물하고 싶은 그의 마음을 담은 이름이다.
"마음을 담는 글씨를 쓰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그럴 때 더 글씨도 잘 써지거든요. 따뜻함이 있는 글씨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상우 씨는 캘리그라피 작가들 중에서도 많은 글씨체를 가지고 있는 편이다. 하나의 글씨체를 온전히 소화하기에도 수많은 연습이 필요한데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여러 글씨체를 가지려 했던 이유 역시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을 글씨로 전달하고 싶었던 마음에서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예쁜 말을 예쁜 글씨로 담아주니 와 닿는 온기가 다르다. 이상우 작가는 사람들이 편하게 캘리그라피를 접할 수 있길 바란다. 그래서 필자는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길 바라면서도 표현이 서툴러 망설이는 이들에게 "소람" 이상우를 만나보길 권한다.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싶거나 아니면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던 스물두 살의 그 마음이거나 무엇이든 괜찮다. 우리는 조금 더 표현하며 살아야 한다. 마음을 담아 예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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