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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 | 칼럼·시평 [문화시평]
대한민국 독서대전 성공적이었지만 2% 부족했다
2017 대한민국독서대전
이종근(2017-10-25 16:59:08)



9월이 '독서의 달'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이같은 우려를 지우기 위해 가을이면 몇몇 도시에서 책축제가 열린다. 서울 홍익대 앞 주차장 거리에서 열리는 '서울 와우 북페스티벌', 독서진흥을 시정의 핵심으로 내건 군포시의 '군포 북페스티벌', 파주출판단지의 '파주 북소리', 덕수궁에서 펼쳐지는 '서울 북페스티벌'이 대표적 행사로, 집객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무대공연 등이 부각된 폐단이 없지 않지만,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들이 주최자로 나섰다는 점은 주시할 대목이다.
그런데 전주 등 비수도권 지역에서 개최되는 책축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지역 공공도서관들이 전국적으로 수천 건의 행사를 '도서관 안'에서 개최했을 뿐, 결국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거나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이들은 변변한 책 관련 행사를 접할 기회조차 없다.
'책의 도시 확산'을 위해 2014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독서대전은 제1회 군포, 제2회 인천, 제3회 강릉에서 개최됐다. 올해는 전주가 개최지로 선정됐으며, 군포·강릉에서는 9월 중 지역 자체 행사를 진행했다.
 2017대한민국도서대전이 9월 1일부터 3일까지 전주 한옥마을 일대에서 80여 개 출판사, 40여 개 독서단체, 110여 개의 평생학습한마당 참여단체 등 240여 개의 단체가 참여하며 행사·공연·강연 프로그램 34개, 전시 프로그램 12개, 체험행사 123개와 5개의 학술·토론 행사 등이 열렸다.
주제인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은 책 속에 담긴 지혜와 이야기를 탐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은 시인이 기조강연을 통해 독서대전의 주제인 '사랑하는 힘, 질문하는 능력'에 대한 작가 특유의 생각을 들려주었던 바, 몇 년 만에 그를 본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 또, 지역 작가들과 함께하는 '시인·작가와의 수다'에서는 시 쓰기 등 실전을 풀어놓았다. 안도현 등 작가와 함께하는 1박 2일 '야(夜) 한밤 인문학콘서트'는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작가의 번쩍이는 통찰이 담긴 이야기를 듣는 특별한 시간이 됐으며, 이오당(梨梧堂)의 '책 오래 읽기 대회'는 500여 권의 책 속에서 밤새 독서 삼매경에 빠져보는 이색적인 체험 프로그램으로, 독(毒)한 사람들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비수도권에서 개최된 최초의 전국 독서대전 행사가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 개최로 지방 도시의 모범 사례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성공의 주요인은 지역의 인문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와 출판·독서단체의 참여와 지원을 이끌 수 있도록 한 전주시의 다양하고 알찬 계획들이 큰 역할을 한 것이리라.
그러나 아쉬운 대목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행사의 발전 및 활성화를 위해선 보다 다양한 교육적인 프로그램 추가와 휴식 공간, 음수대, 주차시설 불편 등 향후 편의시설의 개선이 필요해보인다.
성공한 사람들이 책을 읽는 습관 자체를 스스로 성공의 요인으로 꼽는다면, 독서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런 동기 부여조차 책에 흥미도가 약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한순간이다. 마치 충동구매와 같은 현상이다. 결국 '나는 책을 읽어서 성공했으니, 너도 성공하려면 책을 읽어라'라는 또 다른 강요가 될 뿐이다.  이같은 질문에 답할 행사는 몇 개나 되는가. 혹시 여러 개의 프로그램을 꾸역꾸역 집어 넣으면서 동참을 강조하지는 않았는지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시낭송회, 강연 등 기존의 이벤트 등과 차별화를 꾀하며 '완판본의 고장' 전주만의, 전주다운 행사가 몇 개나 있었는지, 짧은 기간에 준비를 해서 인지는 몰라도 기존의 행사들과 별반 다름이 없는 것들이 종종 보임은 나만의 착각일까.
경기전, 한국전통문화전당, 최명희문학관, 전주전통문화연수원, 완판본문화관 등 시설마다 개별적인 행사가 너무 많아 찾기가 힘들었으며, 연계가 잘 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를 하나로 묶는 대표 프로그램이 거의 없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싶다.
홍보는 또, 얼마나 잘 했는가도 묻고 싶다. 때마침 9월 1일 오후 4시 전주기전대학교에서 윤동주탄생 100주년 기념 중,고교 교사 시낭송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여를 한 바, 학교측 관계자와 대회 참여자들에게 대한민국도서대전의 개최 여부를 물어보니 단 한 사람만이 알고 있었다. 전북에서 챙기지 않는 윤동주 행사를 5개씩이나 하는 이 학교에 공문 하나 보내기가 그렇게 어려웠는지도 묻고 싶다.
게다가 전북 문인들의 참여도 많지 않아 아쉬웠으며, 대다수의 행사가 전주 한옥마을에서 열렸는데도 불구하고 한국고전번역원 전주분원 같은 곳의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했는지도 궁금하다.
대한민국독서대전이 전주독서대전으로 정례화되기를 바란다. 책을 바람에 날리는 조선왕조실록 포쇄((曝曬) 행사와 연계를 강구한다면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민국독서대전을 전국적 규모의 행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사업 개최지 선정이 필요하며, 선정된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추진이 미흡할 때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 마련도 요구된다.
책을 읽지 않음을 염려하거나 수량의 부족을 탓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내 삶에 적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고, 글자 속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나를 찾는 일이다.
하지만 요즘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스마트폰, 쉽게 흥미를 유발하는 쏟아지는 콘텐츠들에게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정작 생각할 시간까지 빼앗기고 있지는 않는지, 시시때때로 순간의 생각이나 찰나의 감정을 소셜을 통해 쏟아내고 있지는 않는지 묻고 싶다.
햇살이 오래 머물다 떠난 자리를 아쉬워하듯, 가을 바람이 수시로 드나든다. 밤 늦게 집에 와 잠못 이루다가 문득, 구양수(歐陽修)의 '추성부(秋聲賦)'가 생각 나 묵은 책장을 열어보았다.
"구양수가 밤에 독서하다가 홀연히 서남쪽으로부터 들리는 소리 있어 두렵고 놀라워 동자에게 나아가 살펴보라고 하였더니, 별과 달이 밝게 빛나고 은하수가 하늘에 떠 있으나 사방에 사람소리는 들리지 않고 소리는 단지 숲 속에서 들릴 뿐이라 한다. 아! 이게 바로 가을 소리구나."  이렇게 시작하는 이 글은 글맛 모르던 철부지 이십 대에도 마냥 좋았다. 강산이 두 번 더 변한 이즘에 와서 읽는 맛도 여전히 좋다.
낙엽이 몇 차례 더 내리고 몇 번의 봄이 지나면 더 융숭한 가을의 맛을 느낄 수 있을까. 하릴 없이 창문을 열고 밤 하늘을 내다본다. 도심의 불빛이 휘황하다. 별빛은 안 보이고 깊고 푸른 밤하늘이 제 앞에 낮게 떠 있다. 난 아직도 '오늘의 리더(reader)'가 '내일의 리더(leader)'가 될 것이란 생각에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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