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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 | 연재 [TV토피아]
<아르곤>의 질문, 시용기자는 기자일까?
박창우(2017-10-25 17:01:41)



케이블이라는 변방에서, 그것도 고작 8부작짜리 드라마. 시청률은 기껏해야 2.5% 남짓. 9월 4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월화드라마 <아르곤>은 눈여겨봐야 할 요소가 마땅히 눈에 띄지 않는 그저 평범한 드라마에 불과했다. "선배들 등에 칼 꽂고 들어온 쓰레기"란 표현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극중 이연화(천우희 분)는 방송기자다. 사실 새로울 건 없다. 정의감 넘치는 기자나 진실에 목말라하는 언론인 캐릭터는 이미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소설에서 질릴 만큼 봐왔기 때문이다. <아르곤> 속 이연화 역시 그 정형성을 답습하는 캐릭터다.

단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그건 동료 기자로부터, 아니 탐사보도프로그램인 '아르곤' 팀 동료들로부터 '용병'이라 불린다는 점이다. 다른 기자들과 달리 공채로 입사한 게 아니라 특채로 뽑혔기 때문에 그녀는 정식기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무엇보다 파업에 참여해 해고당한 다른 기자들의 빈자리를 대신한다는 점에서 그녀는 "쓰레기"라는 모욕까지 감내해야 한다. 짠내  폭발이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동료들이 길거리로 나섰을 때, 프리랜서 MC로서 MBC에 화려하게 복귀한 김성주에 대한 평가와 논란이 다시금 불붙고 있는 지금. '용병', 그러니까 우리가 '시용기자'라 부르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만으로도 <아르곤>은 특별함을 갖는다. '이명박근혜' 9년 이라는 시간이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뒤틀린 현상을 이제는 조금 더 냉정하게 마주하고, 그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르곤>은 질문을 던진다. 시용기자는 기자일까? 파업 기간 대체 인력 채용은 불법인 만큼, 지금 몇몇 언론사에서 근무하는 시용기자들은 그 정당성을 부여받기 어렵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속 '용병'이란 표현은 철저하게 기존 기자들과 시용기자들을 구분 짓기 위해 사용되는 표현이다. 실제로 다시 거리에 나선 MBC 기자들은 시용기자들을 '동료들의 등에 칼을 꽂고 사측의 꼭두각시 역할을 자처하는 대체인력'이라고 규정하며, "언론인으로서 동료애를 나눌 생각이 없다"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시용기자들을 단순히 '쓰레기'로 몰아붙이지는 않는다. 그들 중에는 그 작은 기회에 자신의 모든 걸 걸었던 절박한 청춘도 있을 것이라 묘사하고, 또 단순히 기사를 쓰고 싶어서 지원한 '진짜' 기자 지망생도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해석의 여지를 남겨준다.

가령, "너 파업 때 여기 왜 지원했어?"라고 묻는 김백진(김주혁 분) 앵커의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기자가 되고 싶어서요. 기사를 쓰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하는 이연화(천우희 분)의 모습처럼 말이다.

출신이야 어찌됐든 드라마 속 이연화는 사실 속에 감춰진 진실을 찾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뛴다. 끝까지 사람의 말을 믿고 약자의 편에 서서 사건을 바라본다. 그렇게 쓴 기사가 단순히 시용기자의 기사라고 해서 보도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현실 속 시용기자는 어떨까. 그들은 당당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기자로서의 직분에 책임을 다해 왔을까? 그렇다면, 그들 중 몇몇에게 따라다니는 '일베기자'라는 꼬리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드라마나 현실이나 결국 기자는 기사로 말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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