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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3 | 연재 [SNS 속 세상]
리액션, 타인의 인정에 목마른 사회
오민정(2018-03-15 11:08:09)



TV를 보는 시간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취향이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생활 패턴의 변화가 아닌가 싶다. 인터넷과 1인 미디어의 발달, 그리고 '스마트 폰' 등 디지털 기기의 보급으로 기존의 전파 인프라를 거치지 않고도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예전처럼 원하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TV 앞에서 기다리거나 동생과 리모콘 쟁탈전을 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SNS와 같은 매체를 통해 기존보다 훨씬 더 다양해진 콘텐츠를 선택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신과 나의 브라운관, 유튜브(You+Tube)

그러한 대표적인 SNS 중 하나가 바로 '유튜브'다. 현재 전 세계 네티즌들이 동영상을 공유하는 가장 큰 웹 사이트인 '유튜브'는 매일 1억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2006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 발명품에 꼽히기도 했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들은 실로 다양한데 TV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 뿐 아니라 뮤직비디오, 영화리뷰, 시사 뉴스 등에 이르기까지 각종 정보와 최신 트렌드를 추천이나 검색기능을 통해 간단하게 알아볼 수 있다.


새로운 구경거리에서 콘텐츠로, '리액션'

얼마 전, 생방송을 놓치는 바람에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보려고 검색을 해보았다. 그런데 검색을 하다 보니,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개막식 뿐 아니라 개막식에 대한 '리액션' 영상도 벌써 많이 올라와 있었다. '유튜브'에서는 이러한 '리액션'콘텐츠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한류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리액션' 콘텐츠는 K-POP에서부터 드라마, 음식, 영화, 각종 상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퍼져나가고 있다.

사실 '리액션' 콘텐츠는 대다수가 외국인들이 느끼는 한국문화에 대한 반응이다. 동영상 속 외국인들은 뮤직비디오 속에 나오는 한국의 아이돌을 보며 마치 90년대 우리가 '뉴 키즈 온 더 블록'을 보며 소리 지르던 오빠부대처럼 환호성을 지른다. 또 자기가 경험한 한국의 빠른 인터넷을 침이 마르게 칭찬하고 한국 음식을 먹으며 엄지를 치켜든다. 그리고 우리는 그 모습을 영상으로 접하며 어딘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뿌듯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리액션, 선망인가 자아도취인가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유튜브'에 올라오는 한국문화에 대한 '리액션' 콘텐츠를 접하다 보니, 조금씩 불편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우리는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에 감탄하고, 유치하게도 외국인들이 '한국이 일본보다 나은 점'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려고 일부러 챙겨서 동영상을 클릭하는 것일까.


사실, 이런 '리액션' 동영상을 보다보면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다. K-POP을 다루는 '리액션' 동영상의 경우, 외국인 팬이 소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유학생들이나 교민들이 자신의 외국 친구들에게 K-POP을 들려주며 반응을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종종 받는다. 또한 음식, 생활을 비교하는 동영상의 경우도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마치 한국인들이 쓴 것 같은 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한 지인과 "요즘 아이들은 '리액션' 동영상을 보면서 애국심을 배우나봐"라며 씁쓸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어쩌면 리액션에 열광하다가 자아도취, 혹은 무주의 맹시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점에서 보면 '리액션' 콘텐츠의 흥행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에 기반 한 우리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동시에 그렇게 때문에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낮은 자존감 등이 기묘하게 얽혀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타인의 인정에 목마른 사회

다른 문화권에서 우리 문화의 가치를 인정하고 칭찬을 드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그리고 스스로 발전하려 동기부여하고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리액션' 콘텐츠가 특히 유행하는 것은 어쩌면 지나치게 남의 눈을 의식하는 우리사회의 모습이 투영된 것은 아닐까? 세계 속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꾸준히 확립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아도취 또는 타인으로부터의 지나친 인정욕구를 경계하고 좀 더 주체적으로 우리 안의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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