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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연재 [SNS 속 세상]
소비를 넘어 신념을 공유하다.
미닝 아웃(Meaning Out)
오민정(2018-05-15 10:37:15)

얼마 전, 모 여자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은 다름 아닌 핸드폰 케이스의 'GIRLS CAN DO ANYTHING' 이라는 문구. 해당문구를 보고 일부 팬들이 페미니스트를 조롱하는 단어를 사용하며 아이돌 가수를 비판하는 것이 이슈가 되자 여성들은 SNS상에서 해당 문구를 해시태그와 프로필에 게시하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또한 'GIRLS CAN DO ANYTHING' 이라는 문구를 담은 핸드폰 케이스는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 아이템이 되었고, 다양한 디자인의 티셔츠 등 이 문구를 담은 패션 아이템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신념, 벽장 속에서 나오다
이렇게 자신의 사회적 신념이나 가치관, 취향 등을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방식을 '미닝 아웃(meaning out)'이라고 한다.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오다'라는 뜻을 가진 '커밍 아웃(coming out)'을 합한 신조어인 '미닝 아웃'은 지난해 말부터 소비 트렌드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또한 소비자운동 측면에서도 전통적인 소비자 운동인 불매운동(boycott)이나 구매운동(buycott)보다 한층 더 적극적이고 진화한 형태로 평가받고 있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중하게
어느 시기, 어느 사회에서나 '소비'라는 행위는 동시대 사람들의 가치관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사실 요즘 '미닝 아웃'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는 '슬로건 패션'은 완전히 새로운 사례는 아니다. 그런데 왜 하필 2018년 한국사회에서 '슬로건 패션'을 비롯한 '미닝 아웃'이 주목 받는 것일까? 아마도 그 이유는 다양한 가치관의 표출과 표현방식의 변화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미닝 아웃'은 그 안에 담은 다양한 신념과 윤리적 가치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차별화된 상품과 아이템, 서비스를 통해 때로는 유쾌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정치·사회적 가치관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기성세대들이 느끼기에 불편할 정도로 과감하고 적나라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해시태그(#), 소비를 넘어 신념을 공유하다
소비 트렌드로 시작하기는 했지만, '미닝 아웃'은 이제 소비를 넘어 윤리와 신념을 담아내는 사회운동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환경보호, 동물복지, 공정무역, 위안부 할머니 후원 등 다양한 윤리적 가치를 담은 제품의 구매부터 현재의 미투 운동에 이르기까지 모두 '미닝 아웃'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소비와 슬로건에 담긴 개인들의 메시지는 SNS상의 해시태그를 통해 확산된다. 이용자들은 단순히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신념을 드러내는데 그치지 않고 해시태그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SNS상에서 보다 손쉽게 사회문제를 환기시키고 사회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기도 한다.


'다르고 낯선 것'에 대해 다가가기
전문가들은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미닝 아웃'의 확산이 과거에 비해 '다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수용성이 높아진 결과라고 진단한다. '다르고 낯선 생각'의 표출을 배척하기보다 이를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이 커졌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미닝 아웃'의 확산의 배경으로는 시민의 사회 참여 의식의 제고와 개인미디어의 발달, 현대인의 인정욕구 등 다양한 요인들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닝 아웃'을 위해 필요한 것
이렇듯 '미닝 아웃'은 개인의 가치관과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우리사회에 다양성 함양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설사 '미닝 아웃'이 경우에 따라 인정욕구에 기반 한 점이 크다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건강한 가치관의 확산에 기여한다면 그런 '자랑질' 쯤은 좀 칭찬해줘도 좋지 않을까. 다만, 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미닝 아웃'을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존중'과 '신뢰성'이다. 만약 공유 대상이 되는 콘텐츠가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미닝 아웃'을 통한 공유와 확산의 방향은 올바르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공유를 하는 참여자들의 태도도 포함된다. 어떤 이슈나 메시지의 맹목적 공유 이전에 스스로의 확인 또한 필요하다. 더불어 존중의 자세도 갖추어져야 한다. '미닝 아웃'을 통한 가치의 충돌, 상호 존중이 없는 가치의 대립은 결국 기존 헤게모니 싸움과 다를 바 없다. 존중의 태도가 갖추어지지 않은 '미닝 아웃'은 오히려 다양한 가치의 공유와 확산을 가로막고, 자칫 그 의미까지 퇴색시켜버릴 수 있다. 개인의 신념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미닝 아웃', 존중과 신뢰가 바탕으로 한 해의 소비 트렌드를 넘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운동의 모델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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