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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6 | 인터뷰 [인터뷰]
희망을 디자인하다
'스튜디오 지읏' 전수진 대표
윤희숙(2018-07-13 12:09:34)



남부시장에희망을디자인하다
전주남부시장은한옥마을과함께전주를찾는관광객들이꼭들르는필수코스다. 전국에서처음으로전통시장에청년몰을조성해젊은사람들을끌어들이며시장에활기를불어넣고관광객들을끌어들이는데성공했다. 청년몰과야시장은주말이면발디딜틈없이방문객으로가득하다. 평일한적한오후시간거미줄같은미로를따라찾아간곳에청년몰이나야시장과는다른남부시장의이면이있다. 4동한적한바느질골목안에자리한'스튜디오지읏'. 좁은공간안엔재봉틀과집기, 천으로꽉차여유가없다. 이곳에서대표이자디자이너인전수진(35)이다섯명의베테랑재봉사들과'복을불러들이는바지', 일명일복을만들고있다.


'스튜디오지읏'전수진대표는대학에서시각디자인을전공하고졸업후지금까지줄곧공공미술작업에참여했다. 예술을통해다른사람과소통하고서로공통의관심사를찾아공공의가치를실현하고싶었기때문이다. 처음부터이런거창한뜻을품은건아니다.
졸업후좀더생생한예술현장을경험하기위해매주열리는프리마켓에참여,  '프리키'라는마켓을운영하며손님들에게그림을그려주었다. 그곳에서'공공작업소심심'김병수대표를만나면서공공미술작업에발을들여놓고그때부터남부시장과의오랜인연이시작되었다. 원래시장을좋아해서여행을다닐때면꼭그곳의시장을들린다는전대표에게남부시장은늘신나는놀이터같았다. 오래되고낡은시장을새롭게바꾸는작업은과정도결과도재미있었다. 특히남부시장 2동옥상에조성한하늘정원에서는미술작업을넘어공연과국수축제, 영화제를열며문화기획까지경험하는기회를가졌다..
2008년에는바느질솜씨가뛰어난세분의할머니를선발해'할머니공방'을만들었다. 이공방은할머니들이자투리천을리폼해직접만든패브릭소품을생산, 판매하고전시하는독특한상점으로인기를끌며남부시장을알리는효자역할을했다. '할머니공방'운영을계기로좀더전문적인기술을익히기위해서울에서패턴디자인이나재봉등을깊이있는공부했다. 그때익힌기술을토대로다시남부시장으로돌아와'스튜디오지읏'에서새로운희망을일구고있다.


새로운도전'일복'
'일복'은'잘만든옷이복을가져온다'는의미를가진'스튜지오지읏'의브랜드이름이다. 남부시장에서 30~40년한복집, 양장점, 수선집을운영해왔던어르신다섯분과의기투합했다. 일거리를잃은분들에게새로운소일거리를만들어주고수요변화로텅비어가는바느질골목에활기를불어넣기위해시작했다.  '시장과잘어울리는몸빼바지를아이템으로사람들이손쉽게구입할수있게예쁘고다양하게만들면어떨까'라는생각으로출발했다. 남부시장 4동은원래재봉일거리가많아늘활기가넘치던곳이었다. 지금은대부분새로운터전을찾아나가고남아있는가게들도거의개점휴업상태다. '아무것도하지않으면잊혀진곳이되지만이곳에서누군가끊임없이작업을이어가면사람들이찾아올것'이라는게전대표의생각이다. 실제로어느매체에서일복이소개된이후이곳을찾는사람이늘고, 지난국제영화제에서마켓을운영해좋은반응을이끌어내기도했다. 현재, 인견을소재로다양한디자인의일복만을만들고있지만점차종류를늘려다품종소량생산으로잠옷, 랩스커트나파우치, 가방등의류와패브릭소품등을제작할계획이다.


전수진과친구들
전대표는문화기획이나공공미술에관심이있기도하지만공공미술작업을오랫동안지속할수있었던건늘주변에서좋은기획을가지고협업을제안하는마음맞는동료들이있었기때문이다, 그가몸담았던'이음'에서는남부시장프로젝트와마을브랜딩작업및공공디자인에참여하며다양한경험을쌓고새로운일에끊임없이도전하면서역량을키울수있었다. 추구하는바가같았던이음의식구들이그에게는모두각별하고남달랐다.
그가작업을한단계도약하게되는계기는장근범사진가와의협업이다. 장작가는늘기획에대한아이디어가넘쳤고전대표는그가하는기획이나마인드가맞아작업을함께할수있었다. 장근범작가,  목공작업을하는김명규대표, 전대표는'문화예술활동네트워크맹그로브'를중심으로함께뭉쳤다. '맹그로브'는전주시노송동마을골목에서 3년째꽃장을열고있다. '꽃장'은노송동문화촌에사는어르신들과함께하는문화프로그램으로문화예술교육을하고그결과물을모아'꽃장'이라는축제를펼친다. '꽃장'프로젝트는은퇴자들이대부분인마을주민들에게새로운활력과다양한여가활동의기회가되고있다. 전대표는'꽃장'을열때마다재능기부로예술감독을자청한다. 뻔하지않은일에대한호기심이많은탓에그에게댓가는그리중요하지않다. 참여하는자체로충분하다. 그래서'일복'작업도늘기획에대한아이디어가넘치는장근범작가제안으로기꺼이시작한일이다.


사람이힘이다
전대표가참여하는사업의대부분은나이많은어르신들과관련되어있다. '어르신들과작업하면일로, 선생님으로만나는느낌이아니라인간적으로만나는느낌'이란다. 앞서서리드하거나개입하기보다는묵묵히지켜봐주고일을진행할때는언제나대화와소통을중요시한다. 공과사를엄격하게구분하는태도도,  웃음이많은그녀의호탕한성격도한몫을한것같다.  그는수많은작업을해오면서'과정은항상힘들었고한번도수월한적은없었다'고말한다. 하지만'가장좋았던게뭐냐'는물음에는'가장힘들었던것도, 좋았던것도모두사람에서비롯된것같다'고말한다. '매순간어렵고힘들때, 뭔가를반드시이루어야할상황에서는신기하게도각자가열심히제몫을해내고기대이상으로멋진결과를얻었다'며'마무리가잘됐을때, 쌓였던감정이한순간에풀어지는그느낌, 성취감이계속일하게만든힘이다.'고한다.

전대표는다시'일복'을시작하면서이루고싶은꿈이생겼다. '일복'만드는작업에서한걸음나아가자신이디자인한원단을생산해서옷뿐만아니라옷을만드는사람들에게옷감을판매하는것이다. 기본적으로옷이나리빙제품을만들때패브릭이우선이다. 재질이나색감, 문양같은것이다디자인과관계되어있기때문이다. 원단을판매하면서또바느질주문을받아어머님들께더많은일감을주고더불어남부시장후미진구석, 4동에사람들의발길이끊이지않기를희망하고있다.
미술을전공했지만전업작가가아니어서가끔은자신이하는일과예술사이경계에서고민한다는그는'내가추구하는가치가문화에보탬이되고누군가를즐겁게해주는일이어서그일자체만으로의미가있다'고확신한다. 왜냐하면그가참여하는공공예술은다양한사람들을하나로묶어공동체를만들고또지원하는역할을충분히하고있다고믿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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