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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7 | 연재 [SNS 속 세상]
표현의 자유에도 사회적 가치와 합의에 대한 존중은 필요하다
청계천 베를린 장벽
오민정(2018-07-13 14:38:15)



그래피티(Graffiti)라는용어는‘긁다, 긁어서새기다'라는뜻의이탈리아어‘gfaffito'와그리스어‘sgfaffito'에서왔다고알려져있다. 일반적으로스프레이로그려진낙서같은문자나그림을뜻하며, 유럽등해외에서는거리예술로자리매김했다. 1960년대말미국의필라델피아와뉴욕브롱크스의낙서화에서시작된그래피티는미셸바스키아와키스해링이후도시의골칫거리에서현대미술로자리를잡았다는평가를받고있다.


청계천베를린장벽의비극
얼마전, 갑작스럽게청계천베를린장벽과그래피티가연관검색어로포털사이트의메인을장식했다. 청계천에설치된베를린장벽에누군가그래피티(Graffiti)를그렸던것이다. 사건의발단은‘히드아이즈'라는이름으로활동하고있는 A씨가자신의인스타그램에스프레이로얼룩진청계천베를린장벽을남긴‘인증샷'. A씨는이사진에덧붙여“분단국가인대한민국을위한메시지'라는글을남겼으나, 곧바로‘몰지각한행동'이라는비판에직면했다. 이어청와대사이트에는이를보고분노한사람들의국민청원이올라왔다. 결국서울남대문경찰서는참고인조사를마치고 A씨를공용물손괴혐의로불구속입건했다.

해당베를린장벽은 2005년, 독일에서남북통일을기원하는의미로서울에기증한의미있는상징물이다. 서독쪽벽면에는통일을염원하는그림과글이있었고, 동독쪽벽면은시민들을접근을철저히제한하여깨끗한콘크리트로남아있었다. 이렇게베를린장벽의서로다른모습은분단상황을드러내는역사적증거로서상징적인의미를담고있다. 베를린장벽은이번 A씨의형형색색의스프레이와페인트로인해완전히달라져버렸다. 청계천베를린장벽관리를맡고있는중구청관계자는“이번에훼손된부분은회복할방법이없어보인다'고밝혔다.


A씨의사과문, 그러나사그라들지않는논란
A씨는며칠전, 자신의인스타그램을통해사과문을게재했다. 그는깊은반성을하고있다면서도“누리꾼들의생각이잘못됐다고생각하지도않고그들이몰라서저러는것이지그들에게할말도없고하고싶지도않아어떠한액션도취하지않겠다'라는글을남겼다. 또한“범죄사실을인정하지만메시지와철학을담아낸것에대해후회하지않는다'는뜻을밝혔다. 사과문을접한많은네티즌들은격분했고, 베를린장벽이우리나라문화재로지정되어있지않아현행법상재물손괴만적용되어가벼운처벌에그칠수있다는우려로인해‘일벌백계'를요구하는목소리도나오기시작했다.


개인의표현의자유가만능은아니다
그래피티와같은거리예술과관련한갈등은비단이번뿐만이아니다. 과거많은도시에서도그러했고, 현재우리나라의이태원과홍대등현재진행형으로진행되고있는많은갈등사례가있다. 하지만많은유사사례가표현의자유와개인의재산권침해사이의논란이었다면, 이번논란은사회적가치를담은상징물에대한직접적인훼손이라는측면에서더심각하다. 한개인의표현의자유가사회적가치를담은상징물을훼손하는것에대해‘예술'이라는말로정당화될수있을까? 물론, A씨의작품이과연‘예술'인가에대해서도많은논란이있지만, 개인의표현의자유가사회적가치보다우선한다는생각에는쉽게동의하기어렵다. 또한사과문에서보이는것처럼‘누리꾼들이몰라서저러는것'이라는오만한태도는실소를넘어불쾌감을느끼게한다. 마치자신의예술로‘계몽'이라도할태세다. 더군다나 SNS를통해‘인증샷'을올리는행위는그저관심받고싶어하는치기어린태도로밖에보이지않는다.


표현의자유에도사회적가치와합의에대한 존중은필요하다
A씨는 SNS에게재한사과문을통해독일에서는베를린장벽이그래피티아트퍼포먼스의장이되고있다고밝힌바있다. 하지만그것이사실이라하더라도, 우리나라의상황은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그러한사회적가치를담은상징물에대해퍼포먼스의장으로동의하는과정을거치지않았을뿐더러, 훼손에대해서는더더욱동의한바가없다. 사과문내내자신의고민과철학을운운하면서도정치적인의미를담는작업이라면마땅히고려할부분에대해서전혀고려하지않았다는얘기다. 물론, A씨의말처럼의도가평화의메시지를담고있다하더라도, 의도가모든것을책임져주지는않는다.

모든사람들의생각이같을수는없다. 사회에서존중하는가치에대해개인적인동의의여부는별개이며, 때에따라비판할수도있다. 하지만그렇다고해서그가치를훼손하는자유까지주어진다고볼수는없다고생각한다. 아무리예술이사회적가치에대한전환과환기의기능을수행한다하더라도한사회의가치와그에대한존중없는표현의자유가올바른지, 의도가모든행위를정당화할수있는지이번일을통해고민해보았으면한다. 아무쪼록이번몰지각한한개인의일로예술가들에대한또다른편견과피해가일어나지않기를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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