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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 | 연재 [SNS 속 세상]
2018년 11월 18일, 서비스 가이드 봇이 내게 말을 걸었다
인공지능(AI)과 SNS
오민정(2019-01-15 12:47:58)



방금 전, 내가 이용하고 있던 '카카오 톡'에 이런 문구가 떴다. "안녕하세요. 카카오 내비 플친 '서비스 가이드 봇'입니다. 카카오 내비 서비스에 대해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신 경우 대화창에 [시작]이라고 입력해 주세요. 도움말을 제공해 드립니다."


평소 컴퓨터나 핸드폰을 쓰면서 어느 정도 인공지능(AI)에 익숙해져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는, 이 메시지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이미 잘 알려진 빅스비(삼성전자)나 시리(애플) 같은 운영체제 뿐 아니라, 이처럼 SNS에 기반한 개인 메신저에도 인공지능이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그제 서야 깨달았던 것이다. 


생활 속에서 인공지능(AI)과 소통하는 일상의 도래
국내에서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거의 필수품처럼 사용하는 메신저 중 하나인 '카카오 톡'. 이 서비스는 처음 메신저로 시작했지만 이후 '카카오 스토리', '카카오 채널' 등 다소 폐쇄적 성격의 SNS로 분야를 넓혔을 뿐 아니라, 차량 네이게이션, 쇼핑, 금융 등 다양하게 서비스 분야를 확장해 왔다. 최근에는 '스마트 스피커' 제품 출시를 통해서 인공지능을 통해 '메시지 읽기'기능을 추가하고 커뮤니케이션 기능까지 강화해가고 있다. 즉, 스마트 스피커를 이용하면 이제 자신의 카카오톡에서 음성명령만으로도 메시지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빠른 답장도 가능하다. 이와 같은 기능을 바탕으로 향후 국내 제휴 자동차에서도 네비게이션 등 인공지능에 기반 한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마 네비게이션 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서비스에도 점차 확장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소식을 접하고 나서, 막상 영화에서나 보던 일들이 당장 내일 아침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저 얼떨떨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AI
앞서 언급한 카카오의 사례는 인공지능을 통해 점점 편리해지는 우리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런데 만약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는 것을 넘어 당신의 평가자(또는 감시자)가 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분명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내용은 좀 다르지만 어쩐지 필립 K.딕의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자꾸 연상이 되기도 한다.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유난을 떠는 데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날까 싶었지만 얼마 전, 실제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미국에서는 얼마 전, 육아도우미를 채용할 때 지원자의 SNS 활동을 분석해 약물남용 및 폭력적 성향을 진단하는 인공지능(AI)서비스가 등장했다. 이 서비스는 지원자들의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수년 동안의 개인 SNS 활동 내용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약물 남용, 폭력성, 무례한 태도 등의 항목을 평가하고 부모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이 지원자의 SNS를 통해 개인생활을 샅샅이 조사해 개인의 숨겨진 인성을 추적하고, 이 결과가 최종 채용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위해서는 지원자의 SNS 계정 접근에 대한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지원자가 이를 거부할 경우 이를 의뢰한 부모 측이 채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채용을 희망하는 지원자들로선 결국 수락할 수밖에 없다. 이 사례는 취업시장에서 객관적인 자료로 수치화되기 어려운 부분, 즉 평소 개인이 가지는 가치, 윤리적 태도 등을 개인 SNS를 통해 평가하여 취업시장에 활용한 사례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과학적 근거가 없는 상술이라는 비판도 존재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개인 SNS를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은 비단 미국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지능기반의 SNS 검색엔진을 얼마 전 출시했다. 이는 페이스 북, 트위트 등 SNS에 게재된 글을 작성한 사용자의 감정과 정서를 분석해 대중과 기업에 유익한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이용자의 성격, 취향 등을 반영해 기업 및 소비자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사례는 한창 논란이 되었던 미국의 육아도우미 채용과는 조금 다르지만, SNS를 통해 인공지능 시스템이 개인이 분석 평가하고 개인정보를 활용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SNS, 개인을 어디까지 분석하고 평가받게 할 것인가
물론, 인공지능의 발전은 개인의 마음에 들고 안들고의 문제를 떠나 피한다고 피해지는 일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왜 오늘 챗봇이 걸어 온 대화에 그렇게 놀랐던 것일까. 사실 생각해보면 나는 그 대화를 접하고 어떤 위기감을 느꼈던 것 같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메신저와 SNS에, 관리자라는 명목으로 인공지능이 내게 말을 걸고 내 정보를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실 나도 서비스 약관에 어떻게 내 정보에 대한 사용권한이 규정되어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이쯤 되면 덮어놓고 동의한 내 탓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활 속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안 쓸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런데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사용 여부에 대한 논란보다 문득 우리가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SNS를 통해 게시한 나의 개인정보가 과연 공공정보일까? 내가 사용약관에 동의했다고 해서 SNS에 올린 내 개인 정보를 분석하고 평가받게 만드는 데 과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이것이 전부 이렇게 쓰일지 모르고 함부로 SNS에 개인정보를 올린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 이 정보를 해당 개인이 아닌 약관에 있는 규정을 통해 사전 고지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는 위험성은 없나? 이런 정보가 취업에도 적용되면 이제 개인 개인 SNS들은  취업용 등 관리하고 계산된 개인 이미지들로 넘쳐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인공지능 등 과학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SNS의 이용과 이를 통한 개인정보의 활용·동의 등 우리에게 좀 더 세밀하고 치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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