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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 | 기획 [유튜브]
마냥 갓튜브라며 칭송할 때가 아닌 이유
화려함 속에 감춰져 있던 유튜브의 그늘
(2019-02-25 14:34:15)



말보다 먼저 배우는 유튜브
식당 한편에서 자지러지는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당황한 부모가 서둘러 어르고 달래 보지만, 그럴수록 더 큰 소리로 울어 댈 뿐, 잦아들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아이와의 실랑이에 지친 부모가 결국 가방에서 꺼낸 것은 스마트폰, 유튜브 동영상을 틀어 주자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울음을 그친다. 외식이 끝날 때까지 아이는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조그만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미취학 아동을 둔 가족의 흔한 외식 풍경이다. 요즘 아이들은 말보다 유튜브 보는 법을 먼저 배운다. 이제 갓 엄마, 아빠를 뗀 아이가 그 앙증맞은 손으로 유튜브 앱을 실행하는 모습을 보면, 놀라움보다 걱정이 앞선다.
유튜브에 중독된 아동들이 늘어나면서 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식당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을 쉽게 조용히 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곧잘 유튜브 동영상을 보여 주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독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7년 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0~19세 사이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비율은 줄어들었지만, 만 3~9세 사이 아동의 스마트폰 중독 비율은 2015년 12.4%에서 2016년 17.9%, 2017년 19.1%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미취학 아동이 지나치게 유튜브 영상에 의존하게 되면 '팝콘브레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팝콘브레인이란 뇌가 튀긴 팝콘처럼 곧바로 튀어 오르는 것에만 반응하고 느리게 변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지는 것을 일컫는다. 좌뇌만을 강하게 자극하는 팝콘브레인은 상대적으로 우뇌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심한 경우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나 틱 장애, 발달 장애를 불러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의 스마트폰 사용이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고 조언한다. 전문의들이 권고하는 스마트폰 사용 연령은 14~15세부터다.
해외에서는 이미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9월부터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대만은 만 2세 이하 영아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금지했다. 뿐만 아니라 2~18세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과몰입 증상을 보이면 부모에게 벌금까지 부과한다.
육아에 지친 부모에게 유튜브는 달콤한 유혹일 수 있다. 하지만 유튜브로 양육을 대신한 대가는 훗날 아이에게 반드시 돌아온다. 가능한 보여 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부모와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콘텐츠를 통해 아이가 자극적인 감각만을 쫓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혐오와 자극을 판다
2017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유튜브에 올라온 한 영상이 전 세계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영상을 올린 이는 1,520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로건 폴로, 그는 '자살 숲'으로 알려진 일본 후지산 인근 아오키가하라를 찾아 자살자로 추정되는 한 남성의 시신을 발견하고 그 모습을 여과 없이 촬영해 올렸다. 영상에는 주검을 보고 웃는 모습이나 고인을 모욕하는 장면도 들어가 있었다. 로건 폴은 자살에 대한 경계심을 키워 주기 위해 이 영상을 찍었다고 변명했지만,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논란이 커지자 로건 폴은 업로드 하루 만에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이미 100만 명 이상이 동영상을 시청한 뒤였다.
누구나 제약 없이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단 점에서 유튜브는 분명 매력적인 동영상 공유 서비스지만, 그에 대한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전문 언론인에 의해 보장돼 왔던 콘텐츠에 대한 품질과 책임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단 것이다. 앞서 언급한 로건 폴의 예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흑인 비하와 반 유대주의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스웨덴 게임 방송 유튜버 퓨디파이, "남자가 키가 작으면 저게 남자인가 싶다. 어디 뭐 아픈 애인가 싶다", "옛날 6.25 전쟁 때 다리가 잘린 건가 싶다"는 남성 혐오, 한국 전쟁 희생자 비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BJ 갓건배, 그런 갓건배를 비하하고, 죄 없는 알바생에게 전화해서 욕하기, 소변 마시기 등 엽기적인 콘텐츠로 유튜브 이용자들의 빈축을 사 왔던 BJ 신태일 등 그 파급력과 영향력에 비해 최소한의 윤리 의식조차 갖지 못한 자격 미달의 크리에이터들이 아직도 많은 상황이다.
유튜브 측은 이에 대해 계정 영구 정지 처분 등을 내리며 대응하고 있지만, 1분에 400시간씩 업로드되는 콘텐츠의 바다 속에서 영상의 내용과 품질을 일일이 확인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2017년 10월 유튜브는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혐오 영상 걸러내기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전했지만, 아직도 유튜브 상에서는 '김치녀', '한남충', '꼴페미'라는 혐오 단어가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
범죄나 다름없는 아슬아슬한 콘텐츠 수위도 문제다. 지난해 9월 부산 경찰청 112 신고센터에 다섯 건의 살해 위협 신고가 들어왔다. 개인 유튜브 방송 진행자가 택시를 타고 사람을 죽이러 간다는 내용이었다. 구독자와 시비가 붙은 유튜버가 해당 구독자를 죽이겠다며 뛰쳐나간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살해 협박을 한 유튜버는 경찰과 맞닥뜨린 뒤에도 "잘못한 것이 있으면 현행범으로 체포하라"면서 노상방뇨를 했고, 이 장면을 구독자들에게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결국 관련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엄중 경고만으로 마무리됐지만, 이러한 방송이 어떤 제약도 없이 일반인들에게 송출되고 있단 점을 생각하면 참으로 위태로운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자극적이고 불쾌감만을 주던 콘텐츠가 어느덧 범죄의 수준에까지 다다라 위태롭게 경계를 오가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그 어느 누구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1인 크리에이터 생태계가 바로잡히기 위해선 유튜브 역시 지금과 같은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물론 이용자들도 콘텐츠를 관리하는 한 명의 감시자로서 비판 의식을 갖고 올바른 생태계 구축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떠오르다
'가짜뉴스'라고 불리는 허위 정보들이 유튜브 상에서 봇물 넘치듯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짜뉴스를 다루는 '보수우파' 유튜브 채널들은 최근 몇 달 사이에 구독자 수를 크게 늘렸고, 관련 영상은 적게는 수만부터 많게는 수십만까지 상당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허위 정보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게 된 것이다.
유튜브 속 가짜뉴스로 인한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남녀 1,218명 중 73.8%가 '유튜브의 가짜뉴스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또, 그중 34%는 '유튜브에서 가짜뉴스로 판단되는 영상을 봤다'고 전하기도 했다.
가짜뉴스 신고 내역에서도 유튜브 등 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더불어민주당 가짜뉴스 신고센터 관계자는 "최초 접수일로부터 열흘간 집계한 3,300건 중 유튜브 등 영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20%"라고 말했다.
텍스트보다 영상이 훨씬 직관적이고 더 쉽게 믿어진다는 점에서 유튜브의 파급력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앞에서 언급한 한국언론진흥재단 설문 조사에 따르면, 31.4%의 사람들이 "동영상 형태를 가장 신뢰할 수 있다"고 답했다. 국내 유튜브 이용자 수가 2,500만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유튜브 속 가짜뉴스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람들이 대체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튜브의 추천 동영상 알고리즘 역시 가짜뉴스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계속 관련 영상을 추천하고 편향적인 정보에 더 쉽게 노출되게 만든다. 우파 성향의 방송을 보면, 또 다른 우파 성향의 방송을 추천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이 알고리즘이 가짜뉴스 확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튜브에 접속하는 모든 사람들이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이 시대에 국가 기관의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무심코 가짜뉴스를 클릭하는 이용자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한 번쯤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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