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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3 | 연재 [SNS 속 세상]
웹소설 전성시대
오민정(2019-03-22 16:52:16)

SNS를 보다 보면 광고를 종종 볼 수 있다. 그 광고들이 정말 내 관심사를 반영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각종 다이어트 보조제부터 아이디어 상품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최근 1~2년 전부터 부쩍 새로운 타입의 광고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카드뉴스 형식으로 소개하는 판타지 소설과 그것을 서비스하는 콘텐츠미디어플랫폼에 대한 광고였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콘텐츠미디어플랫폼은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 '시리즈'다. 이 플랫폼들은 웹툰부터 웹소설까지 다양한 작품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초창기 플랫폼들은 웹툰의 인기에 힘입어 주로 웹툰 중심으로만 운영되었으나, 점차 웹소설의 비중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는 카카오와 네이버 외에도 블라이스(KT), 시프트북스(YES24), 조아라, 저스툰, 문피아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웹소설을 이용할 수 있다.


하위문화로 취급받던 '인터넷 소설',

콘텐츠 산업의 상장주 '웹소설'로 부활하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당시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었던 소설들이 출판되며 인터넷 소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퇴마록, 드래곤 라자, 늑대의 유혹 등. 하지만 이러한 인기에도 온라인에서 무료로 유통되던 콘텐츠를 종이책으로 출간하고 2차 창작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특정 유명 작품 외에는 수익을 낼 수 없었다. 또한 도서대여점을 제외한 유료 콘텐츠에 대한 서비스 부재와 구조적 악순환 등으로 인해 인터넷 소설은 B급, 질 낮은 콘텐츠라는 인식 또한 팽배했다.


그러나 스마트 폰의 확산으로 콘텐츠 소비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하면서 5~6년 전부터 인터넷소설에 새로운 흐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3년 네이버가 '웹소설'이라는 플랫폼을 서비스하면서 명칭도 '인터넷 소설'에서 '웹소설'로 바뀌게 되었다. 이후 카카오, 문피아, 조아라, 북팔 등에서 잇달아 웹소설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현재 연평균 성장률 30%, 4,000억원대에 육박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미 서울에서는 웹소설 작법을 알려주는 학원이 등장했으며, 한국스토리작가협회에서는 웹소설가 지망생을 2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웹소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 같은 웹소설 시장의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며, 새로운 직업군으로서 '웹소설가'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카카오와 네이버와 같은 대규모 플랫폼 기업들에서 굳이 웹소설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4G 시대 PC가 휴대폰으로 들어왔다면 5G 시대에는 TV가 폰에 들어올 것이다." 얼마 전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이 영상 콘텐츠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영상 콘텐츠가 5G 시대를 이끌어갈 서비스로 주목받으면서 영상콘텐츠 제작이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 모두 최근 각각 엔터네인먼트와 스튜디오를 인수, 설립하면서 직접 영상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으며, 이러한 마케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콘텐츠의 수급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웹소설은 원작의 지식재산권(IP)에 해당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로서 그 가치가 크다. 즉 영화나 드라마제작, 판권 등 2차, 3차 콘텐츠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핵심기반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지난 6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진심이 닿다'도 모두 카카오페이지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웹소설이다. 마찬가지로 네이버도 '신과함께', '치즈인더트랩' 등 웹툰과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해 왔으며 올해 '타인은 지옥이다'를 비롯하여 10여 편의 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텐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이렇게 훌륭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 인프라와 관심, 시장의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질적 성장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웹소설의 바탕은 장르문학이다. 하지만 지금의 웹소설에 대한 관심은 이에 대한 이해보다는 오로지 상업적인 관점에서 플랫폼을 활용하는데 그치고 있다. 5G시대, 차세대 한류를 이끌어 나갈 토종 콘텐츠 IP의 확보를 위한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지만 웹소설과 한국형 장르문학 등 콘텐츠에 대한 이해와 가치정립, 활용과 권익보호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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