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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 | 연재 [SNS 속 세상]
쉽고 편리한 로맨스의 진화
데이팅 앱
오민정(2019-10-15 14:24:58)

지난 5일, 페이스북이 '데이팅(Dating)'기능을 미국에서 정식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지난해 가을 시범 출시 이후 19개 국가에서 실험을 거쳤으며, 만 18세 이상의 페이스북 사용자라면 동의 후 누구나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직 한국에서의 출시 일정은 밝히지 않은 상태다.


혼인율은 저조해도 (랜선)연애 전선은 이상 없다
바야흐로 '랜선 연애'시대가 도래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틴더(Tinder)', '범블(Bumble)',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정오의 데이트', '당연시(당신이 연애를 시작할 때)' 등 다양한 '데이팅 앱'에 대한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SNS 중 하나인 페이스 북에서 자체 '데이팅' 기능을 만들어 출시한 것이다. 이 기능은 별도의 앱 설치 없이 모바일 페이스북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데이팅 앱' 시장은 170여 개의 서비스가 경쟁하고 있으며, 총 매출액은 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실 '데이팅 앱'의 인기는 이미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기도 하다. 대표적인 글로벌 '데이팅 앱'인 '틴더'의 유료회원 수는 410만 명에 달하며, 2018년 기준 총 9,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쉽고 편리한 관계의 명암
그런데 '데이팅 앱'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러한 질문을 굳이 하지 않아도 우리는 직관적으로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쉽고 편해서'다. 그저 '앱'을 핸드폰에 설치하고 프로필을 등록하기만 하면 이성과의 만남을 시작할 수 있다. 혹시나 지인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소개받아 머리를 쥐어뜯을 필요도, 또는 만남이 잘 되지 않아 주선자와의 관계가 서먹해질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 남중-남고-공대 혹은 여중-여고-여대 등 지인찬스를 써도 이성을 소개받기 어려운 환경이나 이성친구 하나 소개해 줄 사람 없는 편협한 나의 인간관계에 대해 절망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렇게 누구나 알 수 있는 인기의 비결 뒤에는 누구나 예견할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한다. 몇몇 '데이팅 앱'은 위치 정보를 통해 집, 직장 등 개인정보 추적이 가능하며, 이러한 개인정보는 때에 따라 악용될 위험이 크다. 이는 대다수 '데이팅 앱'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위험요소이기도 하다. '데이팅 앱' 중에는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기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얼마 전에는 실제 해킹을 통해 나체 사진과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데이팅 앱'은 사용자 간 차별적 인식을 조장할 위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대다수 데이팅 앱에 가입할 때 이용자는 학벌, 직업, 외모 등의 정보를 등록하는데, 국내 인기 있는 모 데이팅 앱의 경우에 이러한 정보로 등급을 매기거나 이성에게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면 가입 자체가 되지 않기도 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또한 일부 앱의 경우 남자에게는 학벌, 직업, 수입 등의 정보를, 여자에게는 외모를 중심으로 등록하게 하는 등 사용자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차별적 인식을 갖게 할 우려도 있다.
이외에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범죄나 불건전한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위험성, 상대방이 등록한 정보가 허위일 경우 등 사용자 및 정보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제기되어 오기도 했다.


단순한 데이팅 앱 이상의 소셜 플랫폼으로
하지만 '데이팅 앱'은 이런 논란을 딛고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얼마 전, '틴더'는 대학생 앰버서더 '틴플메이커' 모집공고를 발표했다. '틴플메이커'는 틴더(Tinder)와 플레이 메이커(Play maker)의 합성어로 '틴더'를 통해 취향과 취미가 같은 사람끼리 모여 재미있게 노는 일을 주도하는 사람을 말한다. 즉, 외모, 직업, 학벌과 같은 기존 정보가 아니라 관심, 취향과 취미를 중심으로 한 '친구'를 찾는 플랫폼으로 기존 '데이팅 앱'의 모델을 한 단계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이에 '틴더'는 젊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소셜 디스커버리 앱'으로 성장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렇게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는 SNS시대의 관계에 대해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간혹 보이는 칼럼이나 사설에서는 앱을 통해 만나는 편협하고 피상적인 인간관계의 위험성이나 세대유감과 같은 내용뿐, 이러한 동향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접하기 힘들다. 물론, 그러한 지적들도 충분히 공감하는 내용이며, 앞서 지적한 위험성과 단점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보완하고 해결해 가야 할 과제이지, 이미 상용화된 흐름을 막거나 외면할 수는 없다. 손가락 움직임 한 번으로 호감을 표시하는 쉽고 빠른 관계의 시대, SNS의 새로운 관계철학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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