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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 | 문화현장 [문화현장]
2019 전북독립영화제
멀쩡히 살구 있는 그들을 내년에도 볼 수 있길
이동혁(2019-12-17 10:47:08)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텀블벅 모금액 목표치를 달성했다. 지역영화축제, 나아가서는 독립영화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는 증거다. 십시일반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이들과 운영 측의 헌신에 가까운 준비 덕분에 ‘2019 전북독립영화제’는 올해도 무사히 닷새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총 40편의 독립영화가 내실 있게 소개됐고, 관객들은 관람뿐 아니라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하며 감독, 배우와 밀도 있는 소통을 나눴다.
하지만 현재 전북독립영화협회가 처한 열악한 상황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내년 영화제 치를 걱정이 앞선다. 가장 큰 문제는 재정난이다. 이사장이 직접 아르바이트를 뛰며 영화제 운영비를 충당하고도 자금이 부족해 모금까지 진행했다. 상근 직원은 기본적으로 사무국장 한 사람뿐, 그마저도 최저 시급을 받으며 일한다. 올해 열아홉 번째 영화제를 치르고, 이제 어엿한 성년이 되는 20회를 앞두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광재 감독 ‘거리의 가능한 불행들’ 옹골진상 수상
지난 10월 31일 막을 올린 2019 전북독립영화제가 5일간의 축제를 마치고 11월 4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폐막식과 시상식을 가졌다. 올해 ‘옹골진상(대상)’의 영예는 한순간에 다가오는 불행을 심도 있게 다룬 이광재 감독의 단편영화 ‘거리의 가능한 불행들’이 안았다. 이광재 감독에게는 상장과 함께 차기 제작 지원금 300만 원이 수여됐다.
전북독립영화협회가 주관하고 전북독립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영화제에선 총 40편의 참신한 독립영화들이 관객과 만났다. 5일간 누적 관객 수는 약 1,500명으로,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도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839편의 작품들은 치열한 예심을 거쳐 국내경쟁 부문에 단편 19편, 장편 4편, 온고을경쟁 부문에 단편 5편, 장편 1편 등 총 29편이 본심에 올랐다. 이광재 감독의 ‘거리의 가능한 불행들’이 옹골진상을 수상한 데 이어 ‘야무진상(우수상)’에는 인물들의 단면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하게 포착해 낸 이시대 감독의 ‘사회생활’이, ‘다부진상(우수상)’에는 인물들 간의 관계를 긴장감 있게 표현하면서도 성과 욕망이라는 상징을 통해 삶의 단면과 입체적인 캐릭터를 돋보이게 담아 낸 김현정 감독의 ‘입문반’이 선정됐다. 이시대 감독과 김현정 감독은 각각 상장과 차기 제작 지원금 100만 원을 수상했다.
‘올해의 배우상’은 캐릭터의 입체성이 주는 재미와 구성의 탄탄함을 자신만의 자연스러운 몸짓과 호흡, 시선으로 그려 낸 ‘작은 빛’의 곽진무 배우에게 돌아갔으며, 관객심사단이 선정하는 ‘관객상’에는 김선경 감독의 ‘기대주’가 선정됐다.




존폐 기로에 선 전북독립영화협회

독립된 자본과 배급망, 독립영화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다. 덕분에 수익 추구가 1차 목표인 상업영화와는 달리 독립영화는 창작자의 의도가 우선시되고, 전형화된 스토리텔링과 주제로부터 한결 자유로운 모습을 보인다. 참신하면서도 엉뚱한 시도, 실험적인 표현, 강렬한 개성, 상업영화가 다룰 수 없는 주제 등 독립영화만의 매력도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독립영화는 상영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영 기회만으로도 감사하다.” 영화제에서 작품을 상영하게 된 독립영화 감독들이 곧잘 입에 담는 말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한 해 만들어지는 1,200여 편의 국내 독립영화 중 극장 개봉 형태로 관객과 만나는 건 전체의 약 7.5%, 90여 편에 불과하다.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미미하나마 1%대를 유지해 오던 독립영화 관객 수도 2018년엔 0.5%대로 반토막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우수 독립영화를 소개하며 관객과의 만남을 주도해 온 전북독립영화협회의 재정난 소식은 상당히 무거운 이야기로 다가온다. 특히, 전북독립영화제는 온고을경쟁 부문을 국내경쟁 부문과 구분해 운영해 오며 꾸준히 우리 지역 독립영화를 발굴하고 소개해 왔다. 가뜩이나 상영 기회가 적은 상황에서 온고을경쟁 부문은 전북 지역 독립영화인들에게 의미가 큰 부문이었을 것이다.
전북독립영화협회는 그간 김광복, 김진아, 유준상, 이상혁, 이지향, 전정치, 조미혜, 채한영, 함경록 등 실력 있는 독립영화 감독들을 여럿 배출해 왔다. 지난해 ‘말없이 추는 춤’으로 세계 3대 단편영화제인 ‘끌레르몽 페랑’ 경쟁 부문에 진출한 김유라 감독도 전북독립영화협회 출신이다. 뿐만 아니라 ‘마스터와 함께하는 전북단편영화제작스쿨’을 통해 지역의 영화 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아 왔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들에도 불구하고 전북독립영화협회는 현재 심각한 재정난에 존속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화제 예산이 부족해 이사장이 아르바이트를 뛰고, 유일한 상근 직원인 사무국장은 최저 시급을 받으며 일한다. 소위 보릿고개라 불리는 1월부터 4월까지는 지원 사업마저 뚝 끊겨 상황이 더욱 어렵다.
비주류로 여겨지고 있지만, 사실 독립영화야말로 한국영화의 발전에서 빠뜨릴 수 없는 요소다. 새로운 시도와 사회성 짙은 주제 선정 등 한국영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독립영화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전북독립영화협회가 존속해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 협회라는 구심점 없이는 전북영화의 발전도 기대하기 힘들다. 협회의 유지를 위한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_글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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