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20.2 | 기획 [기획]
다시, 동네책방 ⓵전주
사람과 사람을 묶다_2
이동혁, 김하람(2020-02-10 14:32:47)



살림책방

전주시 덕진구 하가3길 20-9

화요일~토요일13:00~20:00

010.3365.1221


모든 것이 떠나고 사라지는 동네에 희망을 심는다


조용하고 한적한 골목길 한편에서 오늘도 책의 향기를 전하는 ‘살림책방’. 주택가에 자리 잡은 덕에(?) 동네책방이란 이름과 잘 어울린다. ‘살림’이란 말에 우스갯소리로 주부 살림인 줄 알았다는 손님도 많지만, 진짜 뜻을 알고 나면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곳. 더해지는 궁금증을 가슴 가득 안고 홍승현 대표(37)와 만났다.


살림책방을 어떻게 열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2017년 4월 1일 문을 열었습니다. 오랫동안 대 전에 살다 전주에 오게 됐어요. 개인적으로 전 통적인 것을 좋아해서 예전부터 전주에서 살 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전주는 시 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정말 좋았 습니다. 바로 그날 지금 건물과 만나 가계약을 했지요. 저 역시 책의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 중 하나인데, 책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 이 뭘까 고민하다 책방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요즘은 정신의 깊이나 삶의 질이 너무 떨어져 있죠. 그래서 책방 이름을 ‘살리다’란 말에서 따와 ‘살림’이라 지었습니다. 책을 통해 시대와 정신, 그리고 지역 사회를 살리겠단 의미죠. 책방을 운영하면서 늘 살리다란 의미와 맞는 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아이들 그림책 을 들여놓은 이유도 사실은 가정을 살린다는 의미 때문이었지요. 현대인들이 겪는 문제 가 운데 가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적지 않거 든요. 책으로 가정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뭐 가 있을까 고민하다 떠오른 게 바로 그림책이 었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는 모습. 상상만으로도 아름답죠. 그런 모습을 꿈꾸며 살림의 의미를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큐레이팅에 대한 생각이 신선합니다. 대표님 에게 책이란 무엇인가요.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는 눈을 열어 주는 도 구가 아닐까요. 책이 없다면 우리는 너무 편협 한 사람이 될 것 같아요. 책을 봄으로써 세상 을 볼 수 있는 눈이 열리고, 더 많은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사고의 확장이 이뤄지는 거죠.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가 쓴 <이동진 독서법>을 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허물고 다시 쌓는 것이 독서라고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것들이 다시 쌓이게 되는 것이지, 그냥 계속 쌓 이기만 하는 독서는 없다는 그 말에 크게 공감 했어요.


운영에 어려운 점은 없나요.

책 판매로 운영을 지속하기는 사실 어려운 것 같습니다. 주위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셔 서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운영해올 수 있었어 요. 인터넷에서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데도 일부러 찾아와 주시고, 본인이 구입하려고 했 던 것보다 더 많이 구입해 가시는 분들도 있거 든요. 그러나 운영 여건은 크게 나아지지 않아 전주 동네책방들끼리 연합체를 구성해 시 조 례를 바꾸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정책적 인 부분은 사실 저희한테 가장 절실한 문제입 니다. 지역의 책방들, 특히 동네책방들을 이용 해 달라는 첫 번째 조례를 만들어 달라고 건의 할 계획입니다. 이것만 이뤄져도 동네책방들 은 숨이 트일 수 있거든요. 그 다음이 입고율 문제인데, 저희 같은 경우는 규모가 작다 보니 까 출판사에서 저희한테 책을 줄 때도 마진이 굉장히 적은 편이에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지원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주민들에게 이곳은 어떤 의미의 공간인가요.

책방 문을 열고 얼마 안 돼서 인근 덕일초 아 이들이 왔는데, 그 아이들이 한 말이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우리 동네는 다 없어지고 다 떠나는 곳인 줄만 알았는데, 새로운 게 생겼어’ 라는 한마디가 마음 깊숙이 꽂히더라고요. ‘아, 이 공간이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힘이 되는 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가 있어야 될 이 유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슴 따뜻한 이야기네요. 다른 일화도 있나요. 여성 손님들이 계속 오신 날이 있었어요. 한 여성분이 결혼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자 거기 계신 다른 여성 손님들이 다양한 조언을 해 주 시기 시작하더라고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고민을 자기 일처럼 따뜻하게 고민해 줄 수 있는 모습이 따뜻해 보였어요. 이런 온기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이런 게 바로 동 네책방의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단순 히 책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온 기가 계속 이어지는 공간인 거죠.

두 번째는 아이들 이야기인데, 책방 문을 열고 처음으로 중학생 아이들이 온 적이 있었어요. 시험공부를 하러 온 아이들이었는데, 어떻게 왔냐고 물어 보니 초등학생 때 전교생 탐방으 로 온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책방을 방문한 일이 아이들에게는 귀한 경험이 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책이 있는 곳에 스스로 찾아오 는 것, 책의 냄새를 맡는 것, 그리고 책을 만지 고 구입하는 것까지 모든 경험이 아이들에게 는 귀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단 거죠.

아까 조례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독서 인구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 이 때부터 책방에 대한 문턱을 낮출 수 있다 면, 이런 귀한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나중에는 독서 인구가 느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3년차에 접어드는데요. 앞으로 살림책방을 어 떻게 만들어 갈 계획이신가요.

가장 좋은 모델은 교육 모델입니다. 비즈니스 모델이란 타이틀을 붙이지 않더라도 교육적으 로 책방이 인근 학교와 연계할 수 있다면 그것 만큼 건강한 구조가 없겠죠. 방과 후 교육, 마 을 학교 공동체 등의 개념과 접목시켜 이곳이 제2의 교육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나아가 서는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제2의 가정이 됐으면 더 좋겠고요.


----------------------------------------------------------------------------------------------------------------



서점 카프카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 4길 32, 2층

수요일~일요일 12:00~21:00

010.2670.7853


배움으로 시작해 추억으로 남는 서점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갈색 건물, 청록색 문을 열고 계단을 오르면 그리 크지 않은 ‘서점 카프카’를 만나게 된다. 초상화의 주인공, 프란츠 카프카를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는 따뜻한 공간. 그곳에서 책을 사랑하는, 그 자신이 소설을 쓰는 작가이기도 한 강성훈 대표(47)를 만났다.


어떻게 문을 열게 되셨나요.

처음에는 북카페로 문을 열었어요. 책방을 운 영하는 사람들 모두가 그렇겠지만, 책이 좋아 서 시작한 일이었어요. 책방으로 바꾼 지는 4 년 됐습니다. 북카페 때까지 포함하면 7년 동 안 이곳에서 일했어요. 북카페를 할 때부터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했는데, 참여해 주신 분들에게 책을 추천하면, 여기서 그 책을 구매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그것이 계기가 되었지요. 책방으로 업종을 바꾸면서 책과 관련된 사업을 더 다양하고,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책방은 자체적으로 갖게 되는 아우라가 있는 것 같아요. 손님들이 이전보다 신뢰하고 편안해 하는 게 확연히 느 껴지거든요. 이전에는 행사를 진행할 때마다 사람들을 모집하는 게 가장 어려웠는데, 책방 으로 바뀌면서는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어떤 책방을 꾸려가고 싶은가요.

사업이나 행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벌어야 되겠지만, 돈만 쫓으면 지치기 마련입 니다. 돈은 벌려고 할수록 욕심이 커지고 인간 성이 메마른다는 느낌을 받아요. 이런 조바심을(?) 덜어내려고 찾아낸 사업이 ‘창작’입니다. 창작 모임은 카프카의 대표적인 행사예요. 공 부 모임과 창작 모임으로 나눠서 운영하는데, 큰 틀에서는 둘 다 창작 모임이라고 할 수 있 습니다. 공부도 스스로를 가꾸는 창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카프카가 문학 전문 책 방이다 보니 진행하는 모임들도 대부분 문학 과 관련이 깊습니다. 현재 진행하는 공부 모 임으로는 보르헤스, 서양 철학사, 니체 등 독 서 모임과 전기 가오리 모임, 소설 창작 워크숍 등이 있어요. 전기 가오리 모임은 서양철학 번역출판사인 전기 가오리에서 제공하는 책을 교재로 공부하는 모임이고, 소설 창작 워크숍 은 한국작가회의의 지원을 받아 이광재 작가 를 초청해 진행하는 모임입니다. 창작 모임도 문학 창작 모임이 대부분입니다. 시, 소설 등 장르 별로 한 번씩은 진행했는데, 지금은 수필 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어요.


많은 모임이 이 공간에서 열리고 있군요. 기억 에 남는 모임이 있습니까. 앞으로의 계획도 듣 고 싶습니다.

‘소리 내어 시 읽기 모임’이 기억에 남습니다. 서점 문을 열고 첫 번째 진행한 모임인데, 4년 넘게 진행했어요. 개인적으로 내향적인 성격 이어서 사람들을 즐겨 만나는 편이 아닌데, 이 모임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게 생각보다 재미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갖 고 만나는 것, 그것이 소통 하는 데 좋은 도구 가 됐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장편 소설 쓰기 모임’을 계획하고 있 습니다. 구상 중이어서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 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A4 한 장 정도를 써 오 는 모임이 될 것 같습니다. 소설 창작에는 긴 호흡이 필요해서 하평보다는 독려를 위한 모 임이 될 것 같아요. 더불어 침묵 모임도 계획 하고 있는데,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든 전자기 기를 끄고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모임입니다. 바쁜 일상과 감각적인 SNS 소통에 지친 현대 인들에게 충분한 휴식이 될 것 같아요.



운영에 어려움은 없나요.

경제적으로 책방을 유지하기 어렵습니 다. 여기서 취급하는 책들은 대부분 정가의 70~80%에 들어옵니다. 매출이 백만 원이라 면 25만 원 정도가 수익인 셈이죠. 여기서 부 대비를 빼면 수익은 더 줄어들죠. 아마 동네책 방에서 월 오백만 원 정도 매출을 올리는 곳 은 극히 드물 겁니다. 더 어렵게 하는 것은 온 라인 서점과의 경쟁입니다. 온라인 서점은 대부분 정가의 10% 할인과 무료배송을 해줍니 다. 지역 서점은 가격과 편의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어요. 온라인 서점은 대개 정가의 50~55%에 공급받습니다. 그래서 10% 할인과 무료 배송을 해주더라도, 지역 서점에 비해 수 익이 비슷하거나 더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서점들이 외치는 건 정가 제로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도서 정가제를 폐 지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지역 서 점은 사라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대표님의 고민도 깊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돈 버는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돈보 다는 의미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서점 운영 경력이 쌓이다 보니, 책방들이 다 비슷하게 느껴 집니다. 서점 카프카 역시 여느 지역 서점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건이 허락하 는 한 계속 책방 문을 열 생각하지만, 만약 이 곳이 문을 닫더라도 사람들이 추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을 수 있길 바랍니다.

-----------------------------------------------------------------------------------------------------------------



에이커북스토어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 4길 1, 4층

화요일~일요일 13:00~19:00

010.8649.7609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펴내는 세상


독립출판물 전문책방 ‘에이커북스토어’가 문을 연지 올해로 4년이 됐다. 그사이 더 많은 시민과 만나기 위해 보금자리를 전북대학교 앞에서 전주 객사로 옮기는 등 새로운 변화도 있었다. 장소는 바뀌었지만 이명규 대표(34)가 처음 품었던 초심만은 변함이 없다. 오히려 지나간 시간만큼 또렷해지고 깊이가 더해졌다. 시민에게 독립출판물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는 그 한결같은 마음. 에이어북스토어에서 이 대표가 그려 가고 있는 책방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주 유일의 독립출판물 전문책방입니다. 책 방 문을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독립책방이란 개념도 희박하던 2013년 저와 박 지훈, 안현준, 박성호 네 사람이 각자 좋아하는 분야를 담아 ‘에이커매거진’이란 한 권의 독립 잡지를 발간했어요. 이것이 ‘에이커북스토어’의 바탕이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독립출판이란 개념도 모를 때였는데, 나중에 입고처를 찾으 면서 우리가 만든 책이 독립출판물이란 걸 알 게 됐죠. 그때부터 독립출판의 매력에 푹 빠져 서 기회가 되면 우리들이 만든 책뿐만 아니라 다른 독립출판물들도 판매하고 알릴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 침 전북대학교 앞에 자리가 있어 2015년 12월 에이커북스토어의 문을 열었습니다.

에이커라는 이름은 같이 매거진을 만들던 멤 버가 자주 그리던 악어 캐릭터에서 비롯된 이 름이에요. 그 악어 캐릭터를 로고로 삼아 영어 로 ‘AR-ER’라 표기했는데, 많은 분들이 에이 커라 읽으면서 그대로 굳어졌어요(웃음).



책방 문을 연 계기도 그렇고 다루는 책도 그렇 고 독립출판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 같습니다. 어떤 매력이 있습니까.

전문 편집자의 손을 거치지 않아 투박하긴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자유롭고 공감 가 는 글들이 많아요. 다듬어지지 않은 강한 어 조, 정제되지 않은 솔직한 문체, 기성출판에 선 볼 수 없는 다채로운 디자인까지 독립출판 이기에 가능한 다양한 시도들을 엿볼 수 있어 요. 이런 자유로움이야말로 독립출판의 가장 큰 매력이죠. 특히 젊은 층의 관심이 큰데, 한 정된 인쇄본이라는 희소성, 틀에 박히지 않은 문장 등이 젊은 층의 욕구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요.


책방 운영에 어려운 점은 없나요.

물론 있죠. 책방 문을 연 첫 달엔 만 원짜리 몇 장이 수입의 전부였어요. 사정이 나아졌다고 는 해도 여전히 책방 살림은 빠듯합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시작한 일인데, 오히려 아무것 도 모른 채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책방을 운영해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려운 형편에도 독립출판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 니다.

일부러 독립출판물을 보기 위해 찾아 오시는 관광객 분들도 많은데, 그런 분들 덕분에 어려워도 힘이 납니다. 게다 가 독립출판물을 알리면서 스스로 재 미도 많이 느꼈어요. 어느 순간부터 자 주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생기고, 독립 출판의 매력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함께 걸어온 시간이었다고 생 각해요. 그래서 더욱 단 한 권의 책이라도 허 투루 책방에 들여놓고 싶지 않아요. 수고와 품 이 들긴 하지만 한 권, 한 권 책의 내용을 확인 해서 들여놓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 어떤 일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에이커북스토어를 통해 누구라도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북마켓을 열어 보고 싶어요. 시에서 주관하는 독서대전을 제외하면 책만으로 이뤄 진 마켓은 전주에 없거든요. 이러한 마켓을 통 해 전주 시민들이 독립출판물에 대해 알고, 누 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으 면 좋겠어요.


-----------------------------------------------------------------------------------------------------------------



잘 익은 언어들

전주시 덕진구 두간11길 15

월요일~목요일 11:00~18:00 / 금요일 10:00~21:00 / 토요일 14:00~17:00

010.3000.6959


함께 울고, 웃고, 공감하는 책방입니다


대형책방이 아니라 동네책방이기에 가능한 일들이 있다. 이지선 대표(44)가 말하는 위로와 공감의 공간도 그중 하나다. 매사 쾌활하고 희망이 넘치는 그이기에 잠시만 대화를 나눠도 왠지 그 기운을 얻어 가는 기분이다. 동네 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성장해 가고 있는 ‘잘 익은 언어들’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잘 익어 가는 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그가 어떤 열매를 맺어 왔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젊은 나이에 서울로 상경해 카피라이터로 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고향으로 내려오 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고향에서 책 방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2017년 12월에 문을 열었어요. 그즈음 서울에 서 전주로 내려와 있었는데 전국 이곳저곳에서 동네책방들이 문을 열고, 전주에도 많은 책방들이 생겨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송천동에는 동네책방이 없었어요. 부모님이 송천동에 살고 계시기도 해서 송천동에 책방을 열기로 했죠. 책방 문을 열기 전에 전국 동네책방들을 돌아봤는데, 실제로 가보니 ‘나도 한 번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1년 동안은 손님이 많지 않아 정말 외딴 섬처럼 외롭기도 했어요. 저희가 학습지를 팔지 않잖아요. 나름대로 선별된 책을 갖다 놨다고 해도 주민들한테는 이런 점이 굉장히 어려운 문턱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제가 원래 하고자 했던 방향으로 많이 좁혀졌는데, 그럼에도 아직 동네책방이라는 개념이 그들만의 아지트, 라는 식으로 비쳐지는 것 같아서 그런 인식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책방을 열 때 특별히 참고하신 곳이 있나요.

 대전에 ‘우분투북스’라는 책방이 있어요. 우분투는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인디언 말인데, 그 이름처럼 공동체 정신을 지켜 가고 있 는 곳이에요. 그곳 대표님과 오랫동안 알고 지내 왔는데, 지금도 그분 하시는 일을 보면 존경심이 들어요. 성실한 건 기본이고, 자기가 꼭 갖다 놔야 할 책들에 대한 큐레이션이 흔들림이 없어요. 매달 도서정기구독 손님들에게 책 배송을 보내시는데, 항상 그 안에 손 편지를 담아 보내시죠. 그 편지도 그냥 편지가 아니라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정자로 적으신 거예요. 저도 책 배달을 받아 봤는데, 받을 때마다 감동이었어요. 손님과 책에 대한 그분의 마인드 를 조금이라도 더 닮자는 생각을 해요.


훌륭한 롤모델 덕분에 책방의 목표를 더 뚜렷 하게 세우셨을 것 같습니다. 잘 익은 언어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우리 책방에 오면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한 권이라도 구입할 책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해요. 그게 동네책방이란 생각이 들어요. 인문학 서적이나 문학 서적, 사회 문화 등으로 다루는 책을 한정해 버리면 찾아오시는 손님의 계층도 정해져 버리잖아요. 동네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동네 주민들, 그냥 오가는 분들이 타깃인 거예요. 그래야 동네책방이라는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올해는 ‘책 처방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해요. 위로와 공감의 책방을 만들고 싶거든요. 연말에 책을 팔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다들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힘이 나는 책들을 한약재처럼 포장해서 고민 있는 분들께 처방하고 싶어요. 그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누가 와도 위로를 받고 가는 책방을 우리 책방의 특징으로 만들어 가려고 해요.


위로의 책방이란 말이 멋지네요. 책방을 시작 하셨을 때의 각오를 듣고 싶습니다.

올해 3년차에 접어드는데 단 한 번도 후회 한 적이 없어요. 문을 열 때 제가 할머니가 될 때 까지 할 거란 생각으로 책방을 시작했어요. 일 본의 서점 이야기가 굉장히 많은데, 100년, 50년 된 책방을 할머니들이 운영해요. 그런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나도 당연히 할머니가 될 때 까지 할 거야, 라고 마음을 먹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건강하기만 하면 책방은 오히려 할머니가 됐을 때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더 많이 알잖아요. 연륜이 쌓인 만큼 사람들을 더 치유해 줄 수 있겠죠. 경제적인 문제도 고민이 되지만 제 바람은 오래가는 책방을 만들고 싶다는 거예요.



인상 깊었던 손님도 많을 것 같은데요.

집이 전주고 서울에서 일을 하는 청년인데, 어느 날 검색을 해보니 자기 동네에 책방이 생긴 걸 알게 됐대요. 추석날 문을 열어 줄 수 있냐고, 책방을 꼭 보고 싶다고 전화가 왔어요. 책도 좋아하지만 고향에 내려왔는데 집 앞에 책 방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았대요. 그렇게 알게 된 청년인데, 어느 날 보니 얼굴이 너무 안 좋은거예요. 무슨 일인지 물어 보니 회사를 관두게 됐대요. 그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본인도 감정이 북받쳤는지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그렇게 울고 또 같이 웃기도 하고 등도 두드려 주고 헤어졌는데 몇 개월 뒤에 전화가 왔어요. 다시 취직을 했다고요. 정말 기뻤어요. 그런 인연들이 굉장히 고마워요.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울고 웃는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자식 키우는 엄마나 남편과 문제가 있는 분들도 이곳에 와서 고민을 털어놓으세요. 그러다 울컥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이런 게 동네 책방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전주 책방들 모임이 있는데, 올해는 함께 더 많이 밖으로 나가기로 했어요. 플리마켓도 우리끼리 같이 한 번 해 보고, 그리고 안 팔리는 책들이 있으면 서로서로 어디 책방에 맞는지 고민해서 교환도 하는,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활동을 많이 하기로 했거든요. 같이 연대하면서 동네책방이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모색해 가려고 해요.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