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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5 | 연재 [SNS 속 세상]
코로나 시대, 사람들은 왜 ‘동물의 숲’에 열광했는가
게임의 이면
오민정(2020-05-12 19:36:11)

SNS 속 세상 | 게임의 이면
코로나 시대,
사람들은 왜 ‘동물의 숲’에 열광했는가

글 오민정 편집위원



일명 ‘모동숲’이라고도 불리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동물의 숲)’은 최근 가장 ‘핫’한 게임 중 하나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재택근무 및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려되면서 많은 게임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동물의 숲’은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판매 웹사이트가 다운됐으며, 용산에 위치한 매장에서는 코로나19의 위세에도 불구하고 이를 구하려는 수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논란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SNS에서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이 특히 화제가 됐다. 일본의 콘솔 게임인 ‘동물의 숲’은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 논의와도 이어져 각종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다. 대기행렬과 웃돈을 얹어서까지 이 게임을 구매하려는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들을 향해 비판하는 저명인들의 칼럼과 일본 불매운동이 실패했다는 류의 기사가 쏟아졌다. 실제로 개그맨 유민상 씨는 개인 유튜브 채널에 이 게임을 하는 영상을 올렸다가 일부 네티즌들에게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동물의 숲’은 TV 모니터에 연결해 즐기는 닌텐도사의 비디오 게임이다. 2001년 발매 후부터 꾸준히 신작을 추가해 가고 있는 닌텐도의 장수 게임으로, 무인도에서 동물 주민들과 마을을 가꾸는 힐링게임으로도 유명하다. 현실과 동일한 시간이 흐르는 세계에서 낚시, 곤충채집, 집 꾸미기 등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게임이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로 밖에 나갈 수 없게 된 사람들에게 ‘힐링게임’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 시대의 대리만족
그렇다면 ‘동물의 숲’의 어떤 점이 코로나 시대의 사람들을 이토록 매료시켰던 것일까. 가장 큰 차이는 게임 방식의 차이다. 임무를 부여받은 뒤 도전하고 수행하는 대다수의 게임과는 달리, 다른 동물 주민(이용자)들과 교감을 하며 게임하는 행위 자체가 즐겁다는 것이다. 사실 무언가를 짓고 만든다는 설정은 흔한 설정이다. 하지만 다른 게임들에서 무엇인가를 짓고 만드는 목적이 ‘전투’나 ‘방어’에 있다면, ‘동물의 숲’은 바로 친구와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무엇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시국에 마음껏 자연을 만끽하며 돌아다닐 수 있어 이용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번 발매된 ‘동물의 숲’은 너구리들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무인도 이주 패키지를 구입한 이야기를 담았다. 무인도로 이주해 마을을 꾸미고 동물 주민들과 교감하는 단순한 설정이다. 최근엔 이 게임 속의 무인도는 만남의 장소로도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해외 사례에서는 코로나19로 취소된 졸업식을 대신하는 대학생, 오프라인 결혼식 대신 게임 속에서 결혼식을 한 커플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요소는 최근 코로나19확산으로 인해 밖에 나가지 못하고 타인과 교류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더 각광을 받으며 게임을 통해서라도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가상의 세계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게임’의 가치와 재미가 재발견되고 있다.


게임의 이면, 혼자 있지만 ‘연결’되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욕구
얼마 전, 세계보건기구(WHO)는 ‘떨어져서 같이 놀자(#PlayApartTogether)’ 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재택근무 및 격리를 하는 상황에서 비대면 소통이 가능한 게임을 활용하자는 내용이다. 물론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해는 하지만 불과 10개월 전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겠다며 게임산업과 대립각을 세우던 WHO가 내건 캠페인이라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코로나19 시대와 ‘동물의 숲’과 관련한 일련의 에피소드들을 겪으며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하는 점이 있다.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도 중요하고, 비대면 콘텐츠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그 안에 담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일본산 게임을 구입한다고 비난하기에 앞서 “많은 사람들이 왜 ‘동물의 숲’이라는 콘텐츠에 열광하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기도 하지만 각자 도생의 시대에도 혼자 있지만 ‘연결’되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욕구들. 동시대 사람들의 욕망과 필요, 그 안에 담긴 가치를 읽고 함께 고민하려는 노력이 먼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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