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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 | 특집 [수요포럼]
독립문화공간, 자생의 길을 찾다
공공적 개인주의의 새로운 과제를 안다
김하람(2020-12-03 11:06:42)

수요포럼 | 독립문화공간, 자생의 길을 찾다

공공적 개인주의의 새로운 과제를 안다



독립서점, 독립영화 등 각 분야마다 ‘독립’의 의미가 부여된 시대. 가장 한국적인 것, 가장 지역적인 것에서 이제는 더 좁혀 남들과 차별성을 가진 가장 개인적인 것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개인의 고민과 노력이 녹아든 ‘독립문화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시대 변화의 결실이다. 안타까운 것은 각 지역마다 늘어나고 있는 독립공간들이 자생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치단체나 문화재단 등에서 문화공간이나 단체의 자생을 돕거나 지원하기도 하지만 지원의 폭도 좁을 뿐 아니라 지원이 끝나면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고 또 다른 지원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개인의 의지에 따라 고군분투하며 꿋꿋이 그 역할을 지켜가는 공간들이 있다. 이들 독립공간들이 자생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201회 수요포럼에서는 ‘독립문화공간, 자생의 길을 찾는다’를 주제로 지역에서 공간을 운영한다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통해 공간이 자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봤다. 


| 사 회 | 이세영 문화기획자
| 참가자 | 박현정 서쪽 숲에 네발요정이 내린 커피 대표
            | 이현배 문화기획자
            | 장근범 사진작가, 선미촌 문화적 도시재생 총괄PM
            | 장재영 방랑싸롱 총괄코디
| 일 시 | 2020년 11월 19일 (목) 오후 1시
| 장 소 | 전주 한옥마을 공간 봄


지역에서 공간을 운영한다는 일
이세영



개인의 공간을 활용해서 지역에서 활동을 하게 된 역사가 이제 꽤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공간들이 오랫동안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우리 지역에도 그런 공간들이 적지 않지요. 어려운 여건에서도 공간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미 있는 공간들을 만들어내고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더 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해아 살아남을 수 있는지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분들은 갈수록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포럼은 그런 고민을 공유하고 해법을 함께 찾아보려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입니다. 참여해주신 분들은 모두 지역에서 공간을 운영하거나 참여해오셨는데요. 우선 공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장재영



순창에 내려온 지는 4년 됐습니다. 이전에는 20년 정도 여행업에 종사했지요. 그러다 느닷없이 귀촌을 하게 됐습니다. 연고도 없고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작은 공간을 제의 받았어요. 지역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들, 구현이 가능한 것들을 하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귀촌을 결정하고 내려왔습니다.
오랫동안 여행업에 종사했기 때문에 우선은 여행자의 관점으로 지역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지역의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방랑싸롱을 만들었어요.


2016년부터 2년 정도는 공간으로서의 카페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시도들을 했고, 그러다 보니 문화기획자로 불리게 됐지요. 지역에서 몇 차례 페스티벌을 열었는데, 지역 뮤지션들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데서 오는 문제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점 공간이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 했죠. 네 평짜리 카페를 벗어나 상시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겠다고 판단해서 2년 계약이 끝난 2018년에 새로운 공간을 찾았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건물인데 원래 고추장을 보관하던 저온 창고였어요. 그 공간을 개조해서 무대를 만들고 카페로 확장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문화기획사를 표방하고 있지만 총칭적으로는 콘텐츠를 만드는 그룹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다양하게 공연이나 강연도 하지만 그렇다고 저희 공간을 문화공간이라고 지칭하지는 않는데, 많은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복합문화공간이라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방랑싸롱’이 브랜딩이 되어 방랑싸롱에서는 무엇이나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전시뿐만 아니라 연극, 공연, 외부에서 오는 행사도 기획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순창의 방랑싸롱이라는 공간에 가면 재미가 있고 가면 색다른, 시골에서 느끼지 못한 것들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이번에 저희가 주식회사로 변화하면서 법인이 됐습니다. 덕분에 이제 조금 더 큰 영역에서 일을 해나갈 수 있게 됐어요. 현재는 지역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4년째지만 무너지지 않고 꿋꿋하게 잘 버티는 중입니다.(웃음)


박현정



저는 전주에서 서른여덟 살까지 살다가 완주군 고산면으로 이사해 10년 정도 살고 있어요. 처음에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 들어갔습니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서쪽 숲에 네발요정이 내린 커피’라는 카페는 교육 활동이 필요한 시기에 최소한의 회의라든지 놀이터, 만남의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마련한 공간이에요. 생업을 위한 상업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지요. 사랑방 카페처럼 여러 사람들이 오가도로 공연, 전시, 강연들을 진행하고 있고, 그 공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7년 전 쯤 저희 마을에서 공연, 전시, 기획, 건축 등 다양한 분야가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었었어요. 그 사람들의 재능과 문화적 역량, 즐겁게 사는 삶 등을 담을 곳이 카페만으로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마침 군유지에서 있던 군 소유의 컨테이너를 얻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데 정작 공유지에서 공유공간을 빌려 쓰다 보니 상업 활동을 할 수 없고, 지속 가능하기가 어려웠어요. 늘 내쫓길 수 있는 위협에 부닥치다 보니 그런 불안함 때문에 아예 천 평 정도를 구입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과도기에 놓여 있어요. 그 공간을 작업실로도 내주고, 회의실, 명상실을 만들고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책방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공간을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까 고민이 큽니다. 어떤 모티브를 가지고 공간을 운영해야 좋을지....... 청년들이 놀 수 있는 터를 만들어 주자는 취지로 만들었는데 사실 막막한 거죠.  뚜렷한 목적이 있으면 괜찮지만 뭘 해야 지역 아이들이나 즐겁게 돈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놀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장근범



저는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하고 있고, 전주 선미촌에서 ‘물결서사’라는 책방을 같이 만들고 운영하고 있고, 그 외 다양한 독립문화공간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디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데 독립의 의미이기도 하고, 전주 사투리의 ‘~인디’를 따서 지역의 방식이 가장 독립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가치로 운영하고 있어요.


저는 장재영 선생님과 박현정 선생님 사이에 끼어있는 이야기일 것 같아요. 선미촌은 어떤 것을 하려고 했다기보다는 사진가로서 예술가로서 도시재생이 예술촌이라는 이름을 달고 가는 것을 목격하고 행동하고자 참여하게 됐어요. 시가 매입한 공간 중에서 창고로 쓰던 공간이 있었는데 쓰레기로 가득 차 아무도 엄두도 못 내고 있었어요. 그전부터 지역 예술의 한계를 느낀 부분인데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는 공간이 없고, 공공기관이나 재단 등에 사업의존도가 높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 해볼 수 있는 방식도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제안했을 때 마음을 맞출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그 공간을 합리적 방식으로 점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공무원과 담당자들을 다 설득해서 ‘물결서사’라는 책방을 만들게 됐어요.


공유지나 공공에서 제공하는 것들에는 항상 한계가 있고 간섭이 있을 수 있잖아요. 저희는 다행히 행정이 저희들의 활동에 대한 이해가 높았고, 사용한 것에 따라서 성과를 내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따라왔어요. 일 년에 한 번씩 계약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식은 집을 사는 것이지만, 선미촌도 평당 천만 원이나 되니.....


공유지화 시키는 것은 공공성을 바탕으로 매입된 거잖아요. 그런 목적에 맞춰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충분히 사용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을 했어요. 저희끼리 돈을 모아서 직접 건물을 매입하고 시설을 같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고 있지요. 내년 후반쯤에는 동네가 생기게 될 것 같아요.


공간의 성격, 공공성은 필수인가
이세영
상업성과 공공성의 경계를 어디에 둘 것인가. 경계의 개념을 파악한다면 그 공간에서 어떤 활동을 할 때 그것이 가지는 의미들, 내가 취할 수 있는 이득의 경계선도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현배
상업성과 공공성이 대립적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사회구조가 자본주의에 입각해 있다 보니 지혜롭게 버무려내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장근범
요즘 백인백색이라는 단어를 많이 생각합니다. 백 명 사람의 이야기가 다 다른 거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저희가 지원의 일부에 들어가 있는 데에서는 항상 공공성에 대한 주변인에 대한 만족도를 의식해야 되고, 대외적인 목적을 거기에 두고 있으니 계속 의식하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그 과정 중에 일을 추진하면서 너무 많은 간섭과 그에 대해 의식을 하다보면 활동이 위축될 때가 있지요. 


이세영
선미촌은 공공성이 강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고, 전주시에서 아예 그렇게 하겠다고 표방하고 진행하고 있잖습니까. 선미촌이 갖고 있는 공간의 성격이나 재생의 취지, 그리고 그 의미 사이에서 갈등과 대립이 있을 것 같아요.


장근범
선미촌에서 공공시설로 매입했던 것은 젠트리피케이션을 포함한 복잡한 문제들 때문이에요. 다만 저희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위탁시설을 통해서 운영하는 공공시설, 공공공간이 얼마만큼 잘 이용되느냐 하는 거예요. 사용자나 주변 사람들 이야기가 배제된 상태의 공간들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선미촌에는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얽혀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저희 책방이나 만들어가는 공간들이 균형을 맞춰줄 수 있는 기점이 된다고 생각해요. 개발 이익에 눈이 가있는 사람들의 욕망을 낮출 수 있도록 하고, 또 공간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것이 저희가 이야기하는 대안공간, 독립공간이 가지고 있는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 공간을 통해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갈 수 있는지에 공간의 역할을 둬야 하지 않을까요.


박현정
공공성은 행정에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기본적인 문화에 관련한 부분에 있어서 미달인 것을 끌어올리는 것을 공공성이라고 보면 그것을 해야 할 역할과 의무는 행정에 있는데, 그것을 못하니까 민간 위탁을 하는 거잖아요. 민간위탁의 형식을 통해 공공성을 담보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해요. 예산을 주는 거니까. 그러나 그 외의 소프트웨어나 프로그램 비용을 지원해 주는 정도에서는 공공성을 담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현배
개인 차원에서 공공성을 제도적으로 나눌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도 합니다. 개인화된 공간을 추구하되 나 자신이 이미 사회적 동물로서 공공성을 가지고 있는 거죠. 일을 꾸릴 때 개인성과 사회적 동물로서의 공공성을 내포해서 꾸리는 것이 현시대에서 독립공간을 유지해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이상적인 것은 외부의 힘과는 전혀 상관없이 스스로 꾸려갈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겠죠. 그래서 상업적인 것과 공공성을 구분할 필요는 없고 그 안에서 어우러지는 것이 성공적인 독립공간을 구축하는 방법이 아닐까 해요.


공간에 대한 지원, 과연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장근범
공공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든 프로그램이든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잖아요. 이것을 항상 무료로 제공하고요. 그래서 어느 순간 문화예술은 당연히 제공받아야 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문화예술을 서비스 개념으로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에요. 창작자들에게도, 창작자가 만들어 놓은 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도 서비스가 되면 딱 그 정도의 문화까지밖에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해요.


공공영역에서도 소비할 수 있는, 가치를 지불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되는데, 세금으로 운영되다 보니 최소한의 기금도 지불할 수 없게 만들어놨어요. 그러면 예술가들은 항상 200만 원 사업에 전시 진행하고 나면 다 없어지는 거예요. 공연도 마찬가지로 무료 공연이 많다 보니 공연료 5,000원 받는다고 하면 안 들어오잖아요. 그런데 저희가 완전 독립을 선택해서 입장료를 받겠다고 고집스럽게 나가면 한동안 정체기가 와요. 그때가 보릿고개 같은 느낌이 있어요. 저희도 책방에서 공모사업을 아예 받지 말자고 해서 유료화 시키니까 사람들이 오히려 당황스러워하더라고요. 지금은 그 시기가 넘어갔어요. 만 원, 만 오천 원 하더라도 오고 싶은 사람들이 올 수 있게 됐어요.


저희의 고민은 지속성이에요. 기금이 얼마만큼 잘 운영되는가, 공공의 제도가 잘 만들어졌는가 보다는 여기에서 공간 운영을 하고 있는 창작자들, 기획자들, 운영주체들이 가치소비든 문화소비든 할 수 있는 역량이 되어야 더 오래가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이세영
공무원들의 문제이기도 하고 공무원들이 뿌린 씨앗이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 같아요.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복지의 관점으로 본다는 거죠. 시혜의 관점으로 대하는..... 그런 환경에서 30년 정도 노출된 주민들은 당연히 그런 관점에서 문화를 바라보게 되는 거죠. 무료로 공연을 보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도 그동안의 30년 과정에서 생긴 것이죠. 이런 상황이 공무원 조직에도 뿌리 깊게 내려 있고 일반 시민들의 인식에도 뿌리 깊은 거죠.


장재영 선생님 같은 분이 새롭게 나타나면서 점점 그 관점을 바꾸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문화판에서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그러한 의식들이 서서히 바뀌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박현정
저는 지원에도 단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큰 공간과 동네 사람 대여섯 명이 모여 노는 공간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고 거기에 해당하는 지원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간의 씨앗 단계에 있을 때는 지원도 작게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기본적으로 기금을 모아서 활동하지만 약간의 지원이 더해졌을 때 더 활동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거죠. 그것을 여러 군데에 나눠서 조금씩 줄 때 씨앗 단계에서 장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자생력을 가지는 것은 지원으로 끝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치열한 고민과  활동, 과정을 통해서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네트워크를 통해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런데 관에서는 단계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적은 금액이라도 뭐든지 시도 할 수 있게 주는 방식으로 지원해 주는 것도 성장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지원과 자생의 사이


이세영
지원의 방식이 변화해야 된다는 것은 다 동의하는 부분이잖아요. 공간을 운영하면서 지원을 받으면서 독립성, 자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지원의 체계, 지원의 방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어떻게 변했으면 좋겠고, 그 지원과 자생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이현배
우리가 문화를 상품화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할 것 같아요. 문화를 소비하는데 복지 차원으로 소비를 했던 것에 익숙한 것이 절대가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대가를 치르는 것에서 오는 희열이 크거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가를 치르고 치른 대가 이상을 얻었을 때 오는 성취감이 큰 거죠. 공간이나 문화상품화를 할 때 치르는 대가 이상을 주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상품의 질을 풍요롭게 하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태도와 자세로부터 우리가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재영
저는 지원과 자립은 별개의 문제라고 봐요.  지원은 그 공간을 풍족하게 하거나 소스 역할을 하는 정도지 그것으로 자립할 수는 없다고 봐요. 저는 그 공간이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려면 그 자체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지원이 지속성이나 수익성을 보장해 주지는 않거든요. 지원을 제외하고도 이미 비즈니스 모델이 있고, 문화를 지원받아서 더 풍족하게 하는 역할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지원만 가지고 유지를 하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 같아요.


그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만들 거냐가 힘든 거죠. 폭발적으로 알려지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운영하면서 유지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면 자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장근범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나 프로그램들이 앞으로 많아질 겁니다. 저는 지금이 도시나 문화의 역사의 생애 주기가 전환하는 기점이라고 생각해요. 60~70년대 새마을 운동 때에 지은 건물이 용도나 수명이 다해서 전환해야 하는 기점인데, 문화예술이 어떻게 다가설 수 있을지에 대한 관점이나 해석이 필요해요. 문화 소비의 주체가 달라졌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문화 소비를 하는 주체가 달라졌고 이들이 공간이나 운영하는 사람들의 관계나 태도들이 함께 만들어져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방식을 통해서 그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그 공간을 소비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기점이 왔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생산은 많은데 저희는 소비가 없어요. 그래서 헐떡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그동안 사업들이 다 프로그램화돼서 진행이 됐어요. 공간에 어떤 현실적인 도움을 줬다기보다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만 계속 접근이 되다 보니 너무 다원적으로 사업들이 들어오고 공간을 활성화시키고 유지하는 데에 있어서는 특성을 가지지 못하게 되는 사례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공간 운영을 하고 있는 분들에 대한 맞춤형 사업들이 단계별로 유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공간의 자생은 소비자들과 생산자 사이에 단단한 관계들이 만들어졌을 때 가능합니다.  창작자와 소비자, 생산자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네트워크가 훨씬 늘어나지 않는다면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렵죠.


박현정
자립은 스스로 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도와줄 수 있는 연수나 컨설팅이 필요한데 문제는 그 방식이 우리가 직접 찾아서 가야 한다는 거예요. 영세한 사람들이 어디를 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아요. 그래서 저는 일종의 왕진을 오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와서 무엇이 필요한지 듣고 맞춤형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이현배 선생님께서 무료보다는 제 돈 주고 봐야 훨씬 감동이 있다고 말씀하신 것에는 저도 동의해요. 하지만 장근범 선생님께서 소비가 없다고 하셨잖아요. 그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매울 건지가 문제인 거죠. 저는 지역의 문화 바우처 같은 것들이 있어서 동네의 작은 공연이나 강연들을 바우처를 주고 가는 거죠. 그러면 무료라기보다는 공생의 느낌을 줄 것 같아요. 돈을 받거나 하는 지원 외에도 순환을 도와주는 지원이 어떨까 해요.



이현배
공동체성이나 공공성이 절대선일 수는 없다고 봐요. 주체화된 개인이 전제되었을 때 공공성도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립, 문화, 공간을 분절해서 보면 우리가 독립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 때는 개성화된 것을 전제하잖아요. 문화에는 시간적으로 축적된 것을 전제하고. 인간은 공간의 영향을 받게 되어 있어요. 개성화되고 주체화된 시간적으로 축적된 문화를 전제하는 공간을 꾸리면 그 자체로 공간이 이미 살아 움직일 수 있는, 건강한 공간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배려 없이 액세서리나 교양 차원으로 공간 구성을 접근했을 때 자생력을 가질 수 없고, 건강하게 지속성을 가지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옹기를 익힐 때 스승님께서 ‘대장부는 고독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는 다르다는 거죠. 주체화된 개인을 전제로 할 수 있는 거예요. 우리가 지원에 대해서 자유로우려면 이미 공간이 고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러지 않으면 지원이 아니면 유지하기 힘들게 됩니다.


저는 이미 수요가 있다고 봐요. 다만 서툴러서 성공사례가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후에는 성공사례가 더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세영
문화공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공간을 빼도 논의의 중심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문화 공간이 안고 있는 상황이 곧 문화가 처해 있는 상황이니까요. 사회의 모든 현상들이 경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문화만 떼어놓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이 통합이 되어있는데 문화만 떼어놓고 보려고 하니 안 떼어져서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공조직에 대한 불신이 발생하고 불신이 문제의 시작이 됐다고 봅니다.


오늘 이야기를 종합하면, 문화공간을 만드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지원과 비즈니스 모델로 시작하는 것. 비즈니스 모델로 보는 관점은 문화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개념에서 시작하는 거죠. 경계가 무너졌으니 사업인 동시에 문화적 사업이 되는 것이죠. 그런 공간은 지원이 크게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문제 되는 부분은 지원을 받아야 하는 공간인데, 다들 동의하는 것은 지원의 형태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잖아요. 분명한 것은 지금의 지원의 형태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사회에서 나오는 이야기 중 ‘공공적 개인주의’라는 말이 있습니다. 개인주의지만 공공 다수의 이익을 무시하지 않고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면서도 나의 개인의 이득을 챙길 수 있는 부분을 말하는 것이죠. 그런 개인주의를 관에서 믿어줘야 하는 때가 온 것 같아요. 누군가는 분명히 악용하는 사람은 있을 겁니다. 저는 이 공공적 개인주의를 믿고 투자할 가치가 있고, 그런 사람들을 발굴해내지 않으면 이 지원의 형태는 계속 오리무중의 상태가 되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오늘도 시원한 대답은 나오지 않았지만(웃음) 그 접점을 찾아서 우리는 다시 고민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것이 오늘의 결론인 것 같기도 합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박현정 서쪽 숲에 네발요정이 내린 커피 대표
고산 미소 시장 내에 위치한 카페 ‘서쪽 숲에 네발요정이 내린 커피’ 대표이며, 전 고산향교육공동체 사무국장을 맡았다. 전시회, 강연회, 연주회, 독서모임, 진로직업체험, 등 다양한 공동체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세영 문화기획자
전라도닷컴과 문화저널에서 기자로서 활동했다. 문화저널에서는 편집장을 맡았으며, 최근에는 무주로 내려가 살며 문화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현배 문화기획자
진안에서 옹기를 만드는 옹기장이이자, 지역 문화에 관련된 다양한 일들에 관여하고 있는 문화기획자다.


•장근범 사진작가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하고 있는 사진작가이며, 선미촌 예술책방 ‘물결서사’를 꾸려가는 물왕멀 팀의 멤버이자 ‘선미촌 문화적 도시재생 총괄 기획자’로 활동했다.


•장재영 방랑싸롱 총괄코디
순창 로컬브랜더 ‘방랑싸롱’의 총괄코디와 문화기획 ‘BOVO문화관광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다. 여행업에 종사했다가 순창에 내려와 공연, 축제 등 다양한 기획과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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