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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 | 문화현장 [문화현장]
20주년 맞은 전북독립영화제
팬데믹 시대의 오프라인 영화제에 대해 생각해보다
오청균(2020-12-03 11:48:22)

팬데믹 시대의
오프라인 영화제에 대해
생각해보다


20년, 사람으로 치면 성인이 되는 해 그래서 여느 행사의 20주년은 항상 화려하고 특별하게 진행됐다. 전북독립영화제는 그 20주년을 맞이해 어느 해 보다도 특별하게 진행됐을 영화제였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준비했던 계획들은 안전한 영화제를 위해 취소되고 바뀌었다. 팬데믹 시대, 화려하진 않았지만 뜻 깊었던 20회 <전북독립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코로나19 이후 영화제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코로나19 전 영화제는 항상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에 있는 장막이었다. 영화를 즐기려는 관객들과 감독 및 배우들이 현장에서 직접 마주하고 영화를 보고, 즐기는 살아있는 자리였다. 넷플릭스, 왓챠 등 온라인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시대지만 영화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이 관객들을 꾸준히 찾아오게 했다. 하지만 올해 그 변하지 않을 듯한 장막이 온라인을 허용했다. 영화제의 전면 취소와 비대면 상영 사이에서 해결책을 찾은 것이었다. 전주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많은 영화제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진행했고, 일부 영화제는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했다. 


영화제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인 감독과 관객이 직접 만나는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도 대부분 취소되거나 일부만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이후 하반기에 진행되는 영화제들은 단독 건물에서의 상영, 좌석 띄어 앉기 등 특단의 조치를 하고 난 이후에야 국내 영화에 한해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다만 전반기에 진행된 다수의 영화제들은 관객과 감독이 직접 만나지 못했고, 관객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아쉬움을 올해 전북독립영화제가 달래 주었다. 오프라인으로만 진행된 <전북독립영화제>는 전반기에 상영된 검증되고 흥미로운 영화들과 하반기에 처음으로 선보인 총 39편의 단편과 4편의 장편을 상영했고, 모든 작품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 관객과 영화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영화적 상상력으로 현실을 이야기하다
독립영화는 그 어떤 영화들 보다 현실 반영에 민감하게 만들어져 왔다. 이번 <전북독립영화제>의 출품작 또한 다양한 부분에서 현실의 문제를 민감하게 다루었다. 특히 청년들의 취업에 대한 어려움과 꿈꾸는 미래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또한 직장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함께 다양한 사람들의 민낯을 다루거나 세대와 세대가 대립하고 약자와 약자들이 대립하는 영화들도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많은 영화들이 현실 문제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걸로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소통과 위로를 통해 갈등을 봉합하고 이해와 치유를 말하고자 했다. 장르는 드라마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SF와 호러, 애니메이션은 각각 한 작품에 그쳐서 장르의 편중성이 보였다. 다큐멘터리는 한 작품이었고, 일부 몇몇 작품이 페이크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띠었다. 직간접적으로 영화 제작에 대한 고민이 소재로 등장하는 작품도 네 편이나 있었다. 


올해의 옹골진상(대상)은 신동민 감독의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가 다부진상(우수상)은 궁유정 감독의 <창진이 마음>이, 야무진상(우수상)은 최진영 감독의 <가장 환하고 따뜻한>이 수상했다. 관객상은 궁유정 감독의 <창진이 마음>이 수상했으며, 배우상은 공동수상으로 <창진이 마음>의 노강민 배우와 <가장 환하고 따뜻한>의 이가경 배우가 수상했다. 그리고 심사위원 특별언급으로 박찬우 감독의 <다섯 식구>가 언급 되었다.



코로나19 시대 영화인들의 이야기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영화제의 방문이 힘들었던 영화인들 또한 <전북독립영화제>를 찾아 주었다. 관객에 대한 감사와 함께 코로나19 시대의 어려움 또한 들을 수 있었다. 지역이 다름에도 영화인의 고민은 비슷했다. 첫째는 제작에 대한 어려움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됨에 따라 일정 한 수의 인원이 모이기가 힘들어졌고,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촬영을 하는 독립영화의 특성이 영화 제작을 어렵게 만들었다. 제작 예산 마련 또한 힘들어졌다. 적은 자본으로 촬영을 하지만 대부분의 독립영화들이 영화진흥위원회의 기금이나 혹은 기업이나 지역의 공모전과 지원사업을 의지해 예산을 마련하고 제작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제작 지원 사업이 미뤄짐에 따라 제작도 어려워지게 되었다. 둘째는 수익에 대한 어려움이다. 독립영화는 적은 예산으로 제작하는 만큼 대규모의 자본이 들어간 영화보다 적은 관객으로도 수입을 얻는 구조를 가진다. 코로나19 초기에 많은 영화관이 상영을 금지했고, 재상영을 한 지금도 좌석 띄어 앉기 등으로 관객이 감소했다. 적은 상영관을 차지하는 독립영화의 수익은 더욱 감소할 수 밖에 없고, 단독 상영이 어려운 단편독립영화는 더욱 더 상황이 나쁘다.


포스트 펜데믹의 독립영화제는 어떻게 될까  
코로나19가 장기적으로 예상되는 만큼 영화제는 지금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혼합형태와 상황에 따라서는 온라인 영화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 상영으로 인한 영화제의 역할이 축소되면 특히 독립영화의 피해가 우려된다.
그간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영화제는 독립영화인들의 홍보의 장으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소규모 자본으로 제작하는 만큼 홍보에 있어서도 많은 어려움을 가진 독립영화에 있어서 직접적인 필름 마켓 제공과 함께 찾아온 관객의 홍보는 중요한 포인트였다. 해마다 몇 편씩의 장편 독립영화들은 꾸준히 영화제의 입소문을 타며 화제가 되곤 했다. 전반기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영을 동시에 진행한 영화제들은 이런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개인 위주로 감상되는 온라인 플랫폼 상영에서는 오프라인만큼의 입소문 마케팅이 힘들기 때문이다. 


 독립영화제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크다. 온라인 개최를 하기 어려운 소규모의 영화제들은 올해 영화제를 포기하기도 했다. 영화제는 흑자를 내기 어려운 구조이다. 몇몇 지자체나 기업의 후원으로 열리는 영화제는 예산에서 자유롭지만 후원과 기부금으로 진행되는 소규모의 영화제들은 취소가 잦아짐에 따라 영화제의 소멸도 걱정된다. 전북독립영화제도 2019년 예산 마련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어려운 상황에 독립영화계의 큰 힘이 된 전북독립영화제
 많은 영화제들이 취소하는 상황에서도, <전북독립영화제>는 오프라인 상영만으로 훌륭하게 영화제를 마무리했다. 예산 마련의 어려움 속에서도 취소된 행사의 비용을 관객상 상금에 보탰다. 관객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원하는 영화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했고, 영화에 목말라 있던 관객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주고 관객과의 시간을 통해 소통의 시간을 갖게 했다.
전반기에 조명 받지 못한 타 지역의 독립영화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 전북 지역의 영화인들을 후원하고 그 작품을 상영했다.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전북독립영화제>는 꼼꼼한 방역을 기반으로 영화제를 진행했다. 방문하는 모든 관객과 관계자들은 체열을 하고 QR체크를 통해 등록되었고, 입장 전 손 소독은 물론 장갑까지 마련했다. 좌석 거리 두기를 통해 더욱 안전하게 관객들은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영화제의 첫 영화를 보면서 왠지 모를 낯설지만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스크를 쓰지 않은 배우들의 모습 때문이란 걸 겨우 깨달았다. 올 한 해 많은 것이 변했다. 코로나19 가 계속되면 마스크를 쓴 채로 연기하는 배우들을 스크린에서 볼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성년이 된,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되는 다음 해의 <전북독립영화제>는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상황에서 볼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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