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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 | 기획 [도시의 유산 | 무주의 공공건축물]
삶 속에 들어온 건축, 도시의 중심에 서다 ②
김병옥 기용건축 건축사무소 소장(2022-01-11 13:22:20)

무주의 일들을 돌아보며

건축, 무주 땅에 감응하다

무주에서의 작업을 생각하면 정기용 선생님의감응의 건축이라는 책을 떠올린다. 선생도 무주에서의 일을 자신의 생에 중요한 목표의 실현이면서 전환점으로 생각하신 듯하다. 공공건축가 제도가 정착되어가는 현재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른 시기에 그러한 일을 선행하면서 생긴 여러 문제점에 대해 직접 맞닥뜨리며 정리해야 것들을 글로 쓰신 것이어서 같이 일을 사람으로서 더욱 공감하게 된다. 그것은 책의 내용에서 강조한 대로어떻게 건축을 해야 것인가?’ 대한 기록이고 고백이라는 것이다. 


무주 작업을 소개하자면 시작부터 끝까지감응의 건축책으로 보기를 권하는 것으로 정리하고 싶다. 내가 가진 정보와 지식으로는 이를 압축해 바르게 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각각의 건축물에 대한 소개하는 것은 건축물 중심으로 가능할 것이기에 이해를 구하는 바이다. 


진도리마을회관

가장 최초의 작업은진도리마을회관이다. 프랑스에서 공부하면서 흙건축에 대해 관심을 갖고 우리의 흙건축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던 중이어서 최초의 공공건축물에 흙건축 방식을 적용하게 되었다. 굽어진 도로에 면한 건축물이어서 전면을 유연한 곡선으로 계획하고 1층을 주민들을 위한 회합의 사랑방(할머니방, 할아버지방 ) 개념으로 꾸미고, 2층은 전통정자의 누마루 개념을 빌려와 일부분은 전면 도로와 농토를 향해 트이게 만들었다. 사용하면서 필요에 따라 정자부분에 창을 달고 차양을 덧대어 원형은 유지하지 못했지만 최근까지는 1 사랑방과 2 아이들 공부방 무주만나작은도서관으로 사용해 왔다. 세월이 가면서 최초의 흙건축과 목조구조의 결합방식에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고, 이로 인한 목조기둥의 훼손 등으로 건축물의 안전을 위한 원형 복원 재생작업에 들어가 있다.


무주 면민의

진도리마을회관의 인연으로 당시 무주군수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무주군의 의뢰로 처음으로 설계한 건축물이무주 안성 면민의 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안성면의 주인인 면민을 대상으로 하는 자치센터를 구상해야 하는 작업이었고, 이는 주민이 원하는 건축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안성면민들의 원하는 바를 실현한 작업이었다. 소위 면사무소에 목욕탕을 설치한 생각의 전환이었다. 안성면의 가장 남측에 위치하여 밖의 들판을 바라보는 자치센터로 가려면 옆면과 뒷면을 보고 접근해야 하므로 부분에 , , 별을 상징하는 우주벽을 설치하여 정면성을 부여하였다. 길을 따라 칠연폭포를 상징하는 7개의 기둥이 있는 물길을 배치하여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색다른 풍경을 느끼도록 하였다. 중심부의 홀이 덕유산을 축으로 비틀어진 장대한 전망을 제공하여우리는 덕유산을 품고 사는 안성주민이다라는 것을 건축물과의 관계에서 강조하였다. 주민이 서로 소통하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무주등나무운동장

감응의 건축감응 가장 강조한 건축이 무주등나무운동장이다. 자연과 사람과 삶이 만나는 건축이라고 했다. 주민들에게서 얻은 감응과 건축가 스스로 허공을 허우적거리는 등나무에서 얻은 감응이 겹쳐서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등나무운동장이 만들어졌다. 등나무를 닮은 굵기의 파이프를 엮어 구조를 가장 단순화한 건축을 하여 등나무가 자라 타고 올라가 그늘을 만들고 현란한 등꽃을 피우고 향기를 내뿜어 스스로 집을 완성한다. 단지 그늘을 주는 쉼터가 아니라 자연과 교감을 통해 풍부한 감성과 새로운 기억의 저장소를 선물한다고 정기용은 생각했다.


무주군청 리노베이션

무주군청의 리노베이션 작업은 무주군청의 뒷마당을 주차장이 주인처럼 차지해버린 모습을 주민의 공간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었다. 무주의 대부분의 일들은 신축보다는 증개축이나 개보수에 해당되는 작업이었다. 무주군청은 기존의 의회와 민원실이 함께하지만 각기 다른 모습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띠며, 주차장을 중심에 모습이었다. 주차는 필요한 공간이지만 사람들을 군청과 거리감을 갖게 하는 가장 요인이라고 판단하였기에 기존의 지상 주차장을 반쯤 지하화하여 해결하고 지상의 뒷마당을 주민의 공간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청사 내부는 복도를 허문 열린 공간으로 부서의 칸막이를 없애 넓은 실내가 한눈에 들어오게 하였다. 주민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폐쇄된 분위기를 밝고 시원하게 하여 편안한 방문이 되도록 했다. 새로운 뒷마당을 에워싸는 회랑으로 군청, 의회, 민원건축물 각각의 건물이 하나로 연결되고 사람들이 움직이고 이동하고 머무르며 소통하길 바랐다.



무주청소년수련관

무주청소년수련관은 원래 계단식 논이 있었고 현재도 남쪽으로는 농토가 들어있다. 이에 계단식 논처럼 층씩 밀려나게 하여 앞에서 보면 3층임에도 단층처럼 보이게 층을 나누고, 평범한 건축물처럼 벽과 창이 엇갈리는 형상을 가졌다. 뒤편 국도가 지나는 부분은 자동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속도감에 대응한 입면을 만들었다. 정면의 예체능회관과 야외수련관을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면서 청소년수련관의 우측에 크게 뒷산으로 시선을 통하는 트인 구조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세상의 모든 건축물은 뒷면의 경관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태생적인 문제를 해소하려는 생각의 전개를 보여줬다. 또한 청소년에게 필요한 공간은 어떤 것인지, 어른으로서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애쓴 공간을 남겼는지 스스로 묻곤 하였다.


안성면 청소년 문화의

안성면 청소년 문화의 집은 안성 면민의 바로 뒤쪽에 위치해 있다. 집의 주인은 청소년이다. 정기용은 계획된 공간의 둥근 마당은 해이고, 건물은 새라고 명하는 스케치를 했는데 새처럼 날아다니고 밝은 햇볕을 향해 쏘아나가는 청소년을 상상했다. 젊은 혈기에 천방지축하는 아이들에게 자유분방한 생각대로 사용하도록 공간의 형태와 크기를 다양하게 계획하였다. 붉은 벽돌을 정교하게 쌓아 만든 반원형으로 들어서 있는 건축물 안에 들어서면 작은도서관, 인터넷 정보관, 비디오 감상실, 노래방 다양한 용도의 방들이 입구방향을 틀어서 불규칙하게 앉아 있다. 천장에는 네모난 해시계가 있어 아침, 점심, 저녁 햇살을 실내로 들어오게 하고 좌측 벽면과 반복되는 창은 둥근 외벽과 하나 되어 시선을 유도한다. 공간이 아이들에게 문화적 역할을 해내고 있는지 고민하며, 실개천이 있는 작은 마당이나 느티나무 벤치와 함께 부족한 심성을 풍성히 키워가기를 바랐다.     







서창향토박물관

서창향토박물관은 향토문화를 전해주려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 무주의 땅과 사람들을 기억하고 나누기 위한 공간이다. 무주의 자연, 산물, 사람을 중심으로 조선왕조실록을 보존하는 역사를 부주제로 전시기획을 하였다. 무주의 사계절과 지리, 무주 지역에서 나는 산물을 전시하고, 한쪽 전시 벽면에는 무주에 사는 모든 사람의 얼굴을 모자이크로 전시하도록 구성했다. 박물관의 주인이 주민이고, 땅이며, 무주의 역사라는 개념으로 건축계획을 하였다. 처음 설계 정기용은이곳에 건물을 지어서는 된다라는 말을 했다. 너무나 신성한 땅과 기운을 가진 곳이며 마을 입구에 500년이 넘은 당산목이 있었고, 적상산 정상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4 사고가 있던 역사적 장소이기에 감히 나설 없었을 것이다. 작업 초기에 땅과 관련한 스케치를 보면 결국 땅의 흐름과 기운을 가장 존중하는 방법을 찾았다. 땅을 딛고 있는 기둥을 두고 몸체를 지면에서 들어 올린 느낌의 필로티 구조를 취해 자연 속에 건축물을 살짝 들어다 끼워 넣은 형식으로 계획을 완성했다. 어차피 해야 일이라면 훼손을 최소화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 건축가는 땅을 최소로 사용하게 하였다. 기둥 사이로 산과 특별한 땅의 풍경이 들어온다. 주변의 산과 나무와 특별한 관계를 맺을 있게 모든 면을 유리창으로 하여 풍경을 끌어 들였다. 박물관과 휴게동은 회랑으로 엮여져 비탈진 길목에 있는 상징목과 관계를 맺어 오래된 마을에 들어선 낯선 건물의 풍경을 완화하려 하였다. 박물관의 주인은 적상산 자체라고 항변 하였다. 그동안 여러 번의 공간 쓰임새의 변경으로 원형이 훼손되어가는 서창향토박물관은 최근 농촌재생프로그램의 뒷받침으로 새롭게 복원되어 무주의 가치를 알리는 길에 들어섰다. 


버스정류장

존재와 풍경’. 무주의 프로젝트에 정기용 선생의 명명이 있었다. 버스정류장에 붙여진 명제이다. 흔히 보는 우리나라의 모든 정류장의 풍경은 이름 없이 있는감방 같은 정류장, 경량철골 원색이 난무하는 정류장으로 주변의 풍경과는 동떨어진 이질감을 주는 풍경이라고 염려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필요성을 느낀다. 지방도로의 버스정류장은 도대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있기는 하나 존재하지 않는 풍경을 사람들은 불편해한다. 정기용은 대자연의 풍경과 섞일 수밖에 없을 작은 구조물이나 건축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거대한 풍경에 맞설 있는 힘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서 답을 찾았다. 첫째, 굳건한 몸체이다. 일시적이 아닌 원래 자리에 있던 것처럼 깊고 무게 있게 뿌리내린 단단함이다. 창을 내고 벽을 잘라낸 벽을 회전시켜 사람들이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 덩어리, 가족처럼. 둘째, 주변과 관계를 맺고 당당하게 전체 풍경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너는 너고 나는 구조물이다, 정류장이다라며 각자의 존재를 인정하며 풍경 속에 함께하는 것이다. 셋째, 근접성을 높여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각기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딴청을 하는 것이 아니라자로 꺽인 구조에서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안부를 묻지 않을 없으니 기분을 나누는 것이다. 적절한 관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버스만이 아니라 기다림을 기다리는 공간이며 동시에 작은 무대이다. 

하지만 무주 버스정류장의 원형은 사라지고 없다.


무주보건의료원

무주의료복지단지무주읍내 동쪽 남대천변 당산강변로 아래로 농토가 펼쳐져 있고 남쪽 한풍루로에 면해 6층높이의 무주보건의료원이 우뚝(?) 있다. 시공 도중 오랜 기간 방치된 건물이 변신한 건축물이다. 지방재정으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규모를 가진 시설이다. 이와 연계하여 무주군민에게 좋은 의료복지를 제공하기 위하여 맞닿은 대지에 종합복지관과 노인전문요양원이 들어선다. 노인전문요양원은 개별 건물형태를 갖추고 시작하여 주변 농토를 매입해 단독주택형(마을형) 요양시설을 구축해 복지단지를 완성하고 인근에 추모의 집을 끝으로 정점을 찍을 계획이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의료적 인권을 보장받고 최소한의 보살핌을 받을 인간적인 지원이 필요한 주민을 위한 사업이었다. 


누구에게나 열린 의료원, 누구나 함께 어우러져 활동할 있는 복지관, 우리 거실과 같은 요양시설,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밝은 납골당으로 이어지는 건축작업들이 이제는 잠시 머물러 있다. 


무주만이 아니라 나라의 모든 곳에서 주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삶을 보상받을 있기를 바란다.  무주에서 만이 아니라 생애에 건축가 정기용은 그러한 꿈을 우리에게 그려 보였다. 그는 건축물의 설계를 못하는 건축가, 이야기만 풍성한 건축가가 아니다. 공간의 질을 건축비에서 보장받지 않고 공간의 조직에서 사용자를 다른 이들과는 다른 눈으로 섬세하게 그대로 들여다보고 끊임없이 근원적인 질문을 함으로써 해답이 우리에게 있음을 알리고자 하였다. 그의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감응하길 기대해 본다.   



 김병옥 ()기용건축 건축사사무소 소장

사진 감응의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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