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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 | 특집 [문화저널 400호 특별기고]
35년 한결같은 문화저널의 외침, 현실이 되다
장세길 전북연구원 연구위원(2022-01-11 13:29:00)



35 한결같은 문화저널의 외침, 

현실이 되다


  장세길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문화저널의 추억

1996, 먹고사는 고민 끝에 선택했던주택관리사공부. 자격증 시험을 앞둔 가을의 어느 , 학생운동 후배의 눈물에 넘어가 자격증 시험을 접고 총학생회장 선거를 도왔고, 이듬해 총학생회에서 1 동안 일했다. 학점 펑크가 많아 취업은 둘째치고 졸업도 막막하던 1998 어느 , 총학생회에서 일하면서 알았던 후배가 직장을 제안했다. 문화저널이었다. 문화저널에서 먼저 일하던 후배 소개로 생애 처음 취직 면접을 봤고, 어찌 영문인지 하나 제대로 써본 없는, 그것도 고졸인 내가 문화저널 기자로 취직했다. 


전시회를 번도 가본 적이 없고, 영화나 겨우 보던 내가문화 취재했으니, 답답한 하루하루였다. 취재해서 글을 가면 편집장은 답답한 표정과 함께 기사를 가져오라며 직접 글을 고쳤다. 직장의 설움, 예나 지금이나 다를 없다. 문화저널을 소개해 후배를 탓하며, 하루에도 번씩 그만둘까를 고민했다. 그러던 내가 4년이라는 시간을 문화저널에서 일했다. 


문화저널에서 일하며 새천년과 함께 30대를 맞이했고, 10 끝에 대학을 졸업했고, 결혼도 했다. 문화저널에서 접한 문화 전문가 되려고 문화인류학 대학원에 들어갔고, 문화저널 경력 덕에 어공(전주시청) 됐다. 문화인류학 박사과정을 거쳐 현재 전북연구원에서 지역문화를 연구하게 됐고, 문화저널에서 접했던 지역문화 현장과 지역 문화계 사람들 덕에 지역문화정책 연구자로 자리 잡았다. 


인생 첫차인타우너 타고 문화행사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람을 만나 들었던 이야기, 백제기행에서 배웠던 지역의 수많은 역사와 문화, 여러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깨달았던 지역문화의 현실. 지금 내가 지역문화 현장이 어떻고 정책은 어떠해야 한다고 말하는 밑돈은 문화저널에서 나왔다는 이야기이다. 문화저널은 사회생활 출발점이자 삶의 변곡점이었다. 


문화정책의 흐름

문화를예술이나 여가의 창조적 활동정도로 생각하고, 문화정책 연구자로서 문화저널 400 시간 동안에 정책 방향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살펴봤다. 현장 목소리가 정책을 바꾸기도 하고, 정책이 현장을 선도하기도 하므로 정부별 문화정책을 짚어보는 것도 지난 시간과 앞으로 시간을 들여다보는 도움을 준다. 



문화는 미학을 강조하는 본질적 가치와 미학을 활용하여 다른 효과를 발생하는 도구적 가치가 있다고 한다. 문민정부 이전까지 우리나라 문화정책은 본질적 가치를 강조했다. 시기에 우리나라에서팔길이 원칙 등장했다. 정부는 문화 제도를 개선하고 예술의 창작환경을 조성한다며 문화의 본질적 가치를 강조했으나, 민족주의 성격이 강한 시기의 문화정책은 문화의 다양한 속성을 무시한 저항적 문화운동을 잠재우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려는 수단으로 문화를 활용했다. 대중문화는 정치적으로 탄압했고, 민족문화를 내세워 정권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문화재 보호와 순수예술을 진흥했다. 진정한 지역문화 진흥은 민간에서 이뤄졌다. 민주화운동과 더불어 활발했던 문화운동이 정부가 외면했던 지역문화를 지켰다. 

문민정부에 들어서면서 정치적 수단이었던 문화가 제자리를 찾았다.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문화권을 내세우며 문화 격차 해소, 문화복지 정책 등이 등장했다. 그런데 문민정부에서 박근혜 정부까지 문화의 경제적 기능이 강조됐다.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본격화됐다. 세계화 속에서 국가경쟁력 확보가 정부의 핵심 목표였는데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문화가 주목받았다. 어느 순간 문화 뒤에 산업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관광상품으로 의례를 봤고, 모든 문화행사는 경제적 효과를 측정했다. 


IMF 외환위기에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국가발전 동인으로 문화를 내세우며 문화산업정책을 본격화했다. 문화계가 간절히 원했던 전체 예산 대비 문화예산 1% 달성했는데, 영상산업이 가장 배경이었다. 참여정부는창의성 화두로 삼아 문화콘텐츠산업과 한류의 기반을 다졌다. 이명박 정부도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범국가적으로 콘텐츠 산업을 육성했다. 박근혜 정부는문화의 융성보다문화를 통한 융성 집중하며 문화의 경제적 가치를 핵심으로 삼았다. 


이렇듯 문민정부에서 박근혜 정부까지는 문화의 경제적 효과를 중심에 , 문화를 상품화하는 다각적인 변화가 나타난 시기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정책은 문화를 경제적 발전 수단으로만 활용했다며 비판받았다. 문화의 본질적 가치가 훼손됐다는 지적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비판을 수용하면서 한편으로 문화의 사회적 가치에 집중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따른 성장 위주 정책을 반성하면서 혁신적 포용국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공존을 강조하는 문화다양성의 가치에 집중했다. 사회적 배제를 해소하는 사회적 포용의 수단으로서 문화의 역할에 주목한 것이다. 문화의 본질적 특성인 소통과 사회적 연대를 통해 현대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정부에서 불거졌던 문화계의 불공정성, 경제적 수단으로 전락한 문제를 해소하고 문화의 본질적 가치로 사회를 혁신한다는 의지를문화비전 2030, 사람이 있는 문화 담았다. 


「예술인복지법」에 이어, 문화의 본질적 가치를 강화하려는 정책 방향에 맞춰 2021 8 31일에 「예술인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정치적 경제적 수단으로 예술이 아니라, 예술과 예술인 자체로 가치가 있음을 법이 보장하는 것이다. 현재 지역문화 정책에서 가장 뜨거운문화도시 조성사업역시 경제적 효과가 아닌 지역문화의 발굴과 진흥을 통한 문화적 도시발전에 집중한다는 점도 이러한 정책의 변화를 반영한다고 있다. 물론 여전히 지역 문화계는 힘들고 예술인은 고달프며 수단으로서 문화와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지만, 늦게나마 정책이 방향을 바꾸고 있어 다행이다.



다시, 문화의 본질로

문화저널의 35 시간, 지역문화는 달라진 없다.” 틀린 말이 아니다. 문화정책 방향만 봐도 있다.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문화를 활용하였고, 문화 기반이 부실한 경제적인 효과를 강조하였으니 산업만 남고 문화는 사라지는 문제가 불거졌다. 창조산업을 선도하였던 영국에서조차 문화가 경제적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과 함께 문화의 본질적 가치에 다시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화의 심미적 기능을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친환경적 삶의 동인(動因)으로서 문화, 현대사회의 위험에 대한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으로서 문화가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화저널은 정부가 정치 수단으로 왜곡하던 시기에 동학농민혁명 역사 바로 세우기에 앞장섰고, 지역예술인을 발굴하였고, 역사와 문화 현장을 누볐다. 잡지를 넘어 민간문화단체로 정부 정책에 저항하면서 지역문화 흐름을 이끌었다. 그런 노력이 지금 전라북도에서 다양한 문화단체가 활동하는 주춧돌이 됐다. 이렇듯 35 동안 문화저널은 언제나 문화의 본질을 강조했다. 사회변화를 이끄는 문화의 힘을 믿었고, 정치적 경제적 도구화를 경계했다. 문화저널의 외침을 시대에 뒤떨어진 주장이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문화저널이 틀리지 않았음을 지난 문화정책 흐름이 말해준다. 문화저널 역사에 내가 함께했다는 자랑스럽다. 



장세길 | 전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부 연구위원 (1998 2 부터 2002 2월까지 문화저널에서 기자와 기획팀장으로 일했다. 전주시청에서 3 동안 일했으며, 전북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화저널에서 일한 덕에 현장을 아는 문화정책연구자로 평가받으며, 전북연구원에서 11년째 지역문화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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