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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8 | 기획 [정읍의 선비문화]
선비의 얼로 충만한 이 도시의 미래
신동하, 성륜지(2022-08-10 10:22:15)

기획 | 도시의 유산 | 정읍의 선비문화

선비의 얼로 충만한

이 도시의 미래






정읍은 선비문화의 중심이다. 고운 최치원 선생은 통일신라시대 정읍 태 인에 태수로 부임하며 유상대를 만들고 유상곡수를 즐겼으며, 최초의 가 사 문학인 상춘곡 또한 정읍에서 쓰였다. 무성서원과 태인고현동향약은 각각 국가지정문화재 사적과 보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정읍 에는 그 뒤를 잇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붓과 붓을 통해 이어지는 전통 과 현대. 오늘도 정읍은 선비의 얼로 충만하다. 


글 신동하•성륜지





벼슬보다 학문과 의리를 앞세운 호남 선비들


태산 선비문화의 중심 고운 최치원, 불우헌 정극인, 영천 신잠이 배향된 무성서원. 서원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건축물로만 구성된 간결하고도 단순한 모양과 배치가 검소하고 청빈한 선비의 모습을 닮았다. 


최치원은 이곳 태산에 태수로 있을 때 쌓은 공적이 워낙 많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공을 높게 사 살아있는 선비를 모신다는 의미의 <생사당>을 지어 그를 기렸다. 이후 생사당은 정극인이 세운 향학당 자리로 옮겨졌으며 정극인, 신잠, 송세림, 정언충, 김약묵, 김관 일곱 성현을 모신 태산사로 새 이름을 얻었다. 숙종22년에는 ‘무성(武城)’이라고 사액(賜額, 임금이 이름을 지어 편액을 내리는 일)되어 서원으로 개편되었으며, 이후 선현 배향과 지방교육의 일익을 담당하면서 <무성서원>으로 불리게 되었다. 


무성서원은 성리학을 공부하는 공간이었다. 독서와 학문에 뜻이 있다면 누구든 찾아와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성현의 글이나 성리의 학설만 읽을 수 있었다. 서원의 교육 목표와 방법 등이 적힌 『원규』에도 ‘나이와 귀천을 불문하고 독서와 학문에 뜻이 있는 사람은 모두 서원에 들어올 수 있다’고 적혀있지만 성리학 공부가 아닌 벼슬 공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을 다른 곳에서 공부하게 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1864년, 흥선대원군은 전국에 있는 서원에 철폐령을 내렸다. 그러나 무성서원은 전북에서는 유일하게 살아남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훼철되지 않은 47개의 서원 중 하나가 되었다. 태산선비문화사료관 안성열 관장은 “무성서원은 《계원필경》을 보관하는 곳이었는데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무성서원을 찾아와 최치원의 행적을 기리는 글을 남겼다”며 덕분에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도 피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태산풍류와 유교사상의 뿌리가 되다

고운 최치원


통일 신라 말기의 학자 최치원은 충효정신과 부국강병의 의지와 유교적 덕목을 중시했다. 마음에 집착이 끓을 때는 불교적 인생관을 깊이 생각했으며 궁극적 가치는 무위자연의 도에서 찾았다. 유•불•선의 삼교를 생활에서도 일치시킨 것이다. 최치원의 유교적 정치사상은 태산 지역에 유교가 뿌리를 내리게 된 시발점이다.


안성열 관장은 최치원이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읊었다는 유상곡수 놀이를 통해 한시문학과 시가문학이 자연스럽게 파생했다고 말했다. 피향정은 최치원이 연못가를 거닐며 풍월을 읊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본래 피향정 앞에는 상연지와 하연지 등 두 개의 연못이 있어 연꽃이 활짝 피어나는 여름이면 이 근처가 향기로 가득 찼다. 안타깝게도 상연지는 일제강점기에 메워져 민가가 들어섰지만, 함벽루가 있는 하연지는 그대로 남아 지금도 연꽃이 아름답게 피어난다. 덕분에  8월에는 이곳에서 연꽃 문화축제가 열린다. 피향정에는 이곳을 거쳐 간 시인과 선비들이 선현을 그리워하며 읊었던 시를 기록한 현판이 걸려 있다. 그 중 석천 이몽룡이 고운 최치원과 영천 신잠을 그리워하며 남긴 시가 있다. 



하연지 함벽루


원량신매토(元亮新埋土)     원량이 새로이 땅에 묻히고

고운이상천(孤雲已上天)     고운은 옛날에 하늘에 올랐네.

공여지수재(空餘池水在)     텅 빈 연못에 물만 남아 있어

백로적추연(白露滴秋蓮)     흰 이슬만 가을 연잎에 맺히는구나.




공평하고 화목한 공동체를 꿈꾸다   

불우헌 정극인


향약은 향촌의 자치규약이다. 그러나 조선에서의 향약은 양반의 지배구조를 강화하고 향촌을 통제하는 도구로 사용됐다. 정극인의 주도로 만들어진 고현동향약은 주민들에 의해 자치적으로 실시된 순수 민간 향약이다. 무성서원이 다른 서원과 다르게 민가 안에 위치해 마을민과 함께 하는 것도 가장 먼저 지방자치를 실시했다는 증거이다. 고현동향약의 이념은 시간이 흘러 전라도에 53개 집강소를 설치하고 자치행정을 실시한 동학이 된다. 


안성열 관장은 “정극인이 태산에 와보니 아이들이 금수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을 보고 교육의 필요성을 느껴 현 무성서원 위치에 가숙(家塾)을 열어 학당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향학당”이라고 소개했다. 그곳에서 향리의 젊은이들을 모아 학문을 가르치는 일에 공을 들였던 정극인은 1472년 그 공로를 인정받아 3품산관(三品散官)을 받는다. 정극인의 《불우헌가》와 《불우헌곡》은 그에 대한 답가다. 봄 풍경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자연의 품에서 부귀공명을 버리고 안빈낙도 생활을 하겠다는 낙천적인 내용을 담은 그의 《상춘곡》은 조선 최초의 가사 작품이자 은일 가사로도 첫 작품이다.




인의정치를 실현하다 

영천 신잠


영천 신잠은 시와 글씨, 그림에 능해 삼절이라 불렸다. 신숙주의 증손자인 신잠의 집안은 대대로 문과급제 했으며 시문과 서예에 뛰어난 재주를 가진 이들이 많았다. 신잠은 23세 나이로 진사시에 장원급제하였으나 기묘사화, 신사무옥에 얽혀 17년 동안 귀양살이했다. 아내와 외동아들을 잃고 어머니까지 세상을 떠나자 아차산 아래서 장사를 지내고 3년 동안 묘막살이를 했다. 그렇게 20여 년을 죽은 듯이 살다가 53세 되던 해 현감이라는 벼슬을 받았다. 20년 만에 백성들을 다스릴 수 있게 된 신잠은 인의정치를 몸소 실천하며 7년간 고을민에게 아낌없이 베풀었다. 


안성열 관장의 설명에 의하면 교육을 통해 가장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영천 신잠은 사부학당을 만들어 태인 지역에 학문을 장려했다고 한다. 신잠은 태인동헌을 세우고 그 동편에 방을 더 들여 거문고를 튕기며 마을 사람들을 즐겁게 할 정도로 목민관으로서 스스로 도덕정치를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태인동헌을 지은 목수는 1,000냥에 동헌을 지으려는 신잠을 설득해 3,000냥에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였고, 태인동헌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건물이 되었다. 신잠 현감은 관리들에게는 엄격한 호랑이, 백성들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정치를 펼쳐 그가 떠나자 마을 사람들은 아버지를 잃은 것처럼 슬퍼하며 생사당을 짓고 신잠 부부상과 동자, 시녀 호랑이상을 성황당에 모시고 정성껏 제사를 올렸다.




선비의 족적을 따르는 사람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와는 달리, 선비의 걸음은 천천하다. 절의의 중심인 무성서원을 중심으로 정읍이 여전히 선비의 고장임을 입증하고 있다. 선현의 학덕을 본받고 경서를 읽으며 정신을 수양하는 이들의 가치는 계속해서 이어져야 할 것이 틀림없다.




세계문화유산이 되다 

무성서원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와는 달리, 선비의 걸음은 천천하다. 절의의 중심인 무성서원을 중심으로 정읍이 여전히 선비의 고장임을 입증하고 있다. 선현의 학덕을 본받고 경서를 읽으며 정신을 수양하는 이들의 가치는 계속해서 이어져야 할 것이 틀림없다.

조선 말, 흥선대원군은 서원을 철폐한다. 그 과정에서 서원들이 사라지거나 다시 지어지며, 스스로 지녔던 가치와 목표를 상실한다. 그 혼란 속에서도 선비 정신을 꿋꿋하게 지킨 곳이 우리 고장에 있다. 바로 정읍 칠보면에 위치한 ‘무성서원’이다. 


무성서원은 성리학 개념이 한국의 여건에 맞추어 지역화되는 역사적 과정을 잘 보여준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9년 영주의 소수서원, 안동의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경주의 옥산서원, 달성의 도동서원, 함양의 남계서원, 장성의 필암서원, 논산의 돈암서원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무성서원이 처음으로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라간 것이 2011년이니, 꼬박 9년 만이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기준과 절차를 밟아야만 한다. 유네스코가 제시하는 등재기준으로는 천재의 창의성이 담긴 걸작, 인간가치의 교류 및 시대적 변천, 문화전통이나 문명의 독보적 증거, 자연 친화적 생활양식, 지질학 및 지리학적 주요사례 등이 있다. 그 자체로 완전하면서도 타 민족도 공감할만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필요한 것이다. 





무성서원은 2015년 안타깝게도 첫 번째 예비 심사에서 낙방하고 만다. 유네스코로부터 세계 유산적 가치를 명확히 하고 유산해설에 전문성을 더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전북도와 정읍시는 유네스코의 세부지적사항을 보완하는 한편, 주민협의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보편적 가치 증명을 위한 자료 문서화하며 노력했다. 그 결과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최치원 사상에서 풍류를 찾다 

모현회


무성서원 모현회는 서원의 기능 중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강학의 기능을 강화할 목적으로 발족하였다. 이들은 무성서원에서 다양한 문화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우선, 풍류방에서 피어나는 풍류와 도라는 제목으로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강연은 전주시립 국악단장 팀의 연주로 시작되어 최치원과 정극인 등 무성서원이 배향한 인물들에 대한 내용으로 진행된다. 지난 5월에는 최재용 전 정읍 부시장이 강연대에 올라 ‘고운과 둘러보는 마을 여행’에 대해 이야기했다. ‘무성서원, 예에서 놀다’라는 이름으로 서원스테이가 운영되기도 했다. 서원스테이는 학생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1박 2일 동안 무성서원에서 머무는 체험행사다. 프로그램을 신청한 사람들은 상춘곡을 감상하고 해설을 들으며 상춘길을 걷거나 사자소학과 다례를 배우며 직접 선비가 되어볼 수 있다.


모현회는 강학당도 운영하고 있다. 전인교육을 목표로 하던 서원 정신을 이어가기 위함이다. 강학당에서는 이선수 전북 무형문화재 제8호 보유자가 정가를 가르치고, 대한민국 서예대전의 초대작가인 서예가 김부식이 서예를 가르친다. 과거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문화재가 새로운 현대적 문화공간으로 탈바꿈된 것이다. 


모현회에 소속된 무성서원 세계문화유산활용사업단의 안성덕 단장은 “현재 활동비의 50%를 문화재청에서 15%를 전라북도에서, 35%를 정읍시에서 지원받고 있다. 아직 코로나 상황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예년과 같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무성서원을 발전시키고 싶다”고 전했다.



선비들의 얼을 알리다 

태산선비문화보존회


태산선비문화보존회는 2001년부터 매년 봄 칠보면에서 태산선비문화제를 연다. 문화제는 고현동향약 재현과 상춘곡 암송대회, 상춘곡 노래 부르기 등의 선비 문화 체험 행사와 전통놀이, 바둑 체험, 가훈 써주기 등의 다채로운 부대 행사로 구성된다. 


행사에는 칠보면의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주민들은 스승 앞에서 자신이 배운 내용을 암송 및 낭독하는 강회상읍례와 고운 최치원 선생의 향사를 재현하며 선조들에게 예를 갖추기도 하고, 고현동향약에 바탕을 둔 전통혼례도 진행되기도 한다. 전통혼례를 신청한 지역주민은 가족들과 지인들의 축하 속에서 정식으로 혼인을 하게 된다.


태산선비문화보존회는 2001년부터 매년 봄 칠보면에서 태산선비문화제를 연다. 문화제는 고현동향약 재현과 상춘곡 암송대회, 상춘곡 노래 부르기 등의 선비 문화 체험 행사와 전통놀이, 바둑 체험, 가훈 써주기 등의 다채로운 부대 행사로 구성된다. 행사에는 칠보면의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주민들은 스승 앞에서 자신이 배운 내용을 암송 및 낭독하는 강회상읍례와 고운 최치원 선생의 향사를 재현하며 선조들에게 예를 갖추기도 하고, 고현동향약에 바탕을 둔 전통혼례도 진행되기도 한다. 전통혼례를 신청한 지역주민은 가족들과 지인들의 축하 속에서 정식으로 혼인을 하게 된다.


예로부터 정읍 지역은 인쇄 출판문화가 발달했다. 특히, 조선 후기에는 글을 쓸 수 있는 지식인들과 탁월한 목재, 그리고 그것을 다룰 수 있는 기술이 하나 되어 방각본 제작의 중심이 되었다. 문화제에서 진행되는 ‘나무탁본 찍기’는 이를 계승한 것이다. 


보존회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잠시 중단되었던 문화제를 10월에 다시 열고자 준비하고 있다. 태산선비문화제는 일상에서는 접하기 힘든 조선시대 태산선비들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사라지고 있는 ‘함께’라는 가치를 접하고 배울 수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




향교에서 진행되는 인문학의 향연 

전북시인협회


근대교육기관이 들어오고 잠시 쓰임을 잃었던 향교는 ‘인문학당’으로 탈바꿈하며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지나친 자본주의에 지친 사람들이 인문학적 가치에 귀 기울이고자 다시 향교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대의 선비임을 자처하는 전북시인협회(회장 김현조)는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고부 향교와 태인 향교에서 인문학 강연과 선비체험 행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에는 ‘고부향교와 태인향교에서 배우는 공정함과 민주주의’가 진행되고 있다. 선비 정신에 의거하여 ‘공정함과 민주주의’를 체험하는 행사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이다. 5월에는 ‘선비 걸음걸이’를 주제로 고부향교 답사와 선비 체험학습을 했다. 행사에는 시인 20여 명이 참석하여 ‘공자사상과 한국의 유교’에 관한 설명을 듣고,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걸으며 선조들의 선비정신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협회는 앞으로도 여섯차례의 강연을 예정하고 있다.


김현조 회장은 “전북은 정여립의 공화주의 사상이 실행되고 실학 이론이 집대성되었던 곳이다. 더불어 최초의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한 동학농민혁명의 고장이기도 하다”며, “전통 유교 교육 기관인 향교와 공정함과 민주주의 가치를 접목하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선비문화의 가치 빛낼 동력 찾아야


지역신문에 따르면 한때 정읍에서는 산재해 있는 선비 문화재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피향정 주변에 전통 공원을 조성하여 칠보, 태인, 산내면을 ‘인문 정신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한 것. 정읍시는 2016년 2월 25일 진행된 주민설명회에서 86억여 원을 들여 피향정 주변의 경관을 다시 조성하고 지금은 사라진 상연지를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주민들은 이를 통해 정읍이 관광도시로서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시장이 바뀌며 사업은 유야무야 되었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약 33평 규모의 야외무대가 설치될 예정이었던 피향정의 바로 앞에 황량한 주차장이 들어서 버리기도 했다. 피향정의 관광 해설을 담당하는 주민은 지역 신문을 통해 “피향정을 찾은 탐방객들이 피향정의 전경을 찍기 위해 촬영장소를 찾지만, 정면에서 함벽정을 찍으려면 주차장이 가로막고 있어 뷰가 아름답지 않다”면서 안타까움을 전했다. 주민 편의만을 고려한 문화재청과 정읍시의 판단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관광의 트렌드가 바뀌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봄이면 봄꽃을 보러, 가을이면 단풍을 보러 움직이지 않는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정읍시는 정읍시 문화관광 홈페이지에 ‘향기를 담다 정읍에 가다’라는 이름으로 스토리텔링을 제시하고 있지만, 관광지를 권역별로 묶어놓은 것에 그치고 있다. 태산선비문화권의 곳곳에 흩어져 있는 선비 문화재들이 하나로 엮일 때, 정읍만이 가진 가치들이 비로소 더 큰 빛을 발할 수 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정읍의 시민들은 스스로 선비문화의 계승자임을 밝히고 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선비문화체험관을 짓고 모임을 만들며 정읍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더불어 새로 취임한 이학수 정읍시장이 정읍의 유산에 특히 관심이 있다는 점도 호재이다. 이 시장은 예비후보 때부터 “정읍만의 문화자산을 특성화한 고유브랜드 역사•문화관광자원을 벨트화하겠다”고 주장해왔다. 취임 후에는 자신이 임기 동안 이룩할 핵심사업으로 ‘정읍 관광문화재단 설립’을 꼽기도 하고, ‘무성서원 유교 수련원 건립 사업’을 철저하게 검토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읍의 선비 문화가 더 큰 주목을 받아 더 큰 가치를 담을 수 있도록 새로 들어선 8기 자치단체장의 공약이 제대로 실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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