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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 | 기획 [창간 기획]
전주는 어떻게 책의 도시가 되었는가 - 2
전주의 특화 도서관, 새로운 독서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신동하, 성륜지 기자(2022-11-11 22:07:23)



전주의 특화 도서관,

새로운 독서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특화 도서관은 전주의 자랑이 되었다. 2019년 처음 개관하여 대한민국 공간문화 대상 대통령상과 생활 SOC 우수사례 공모전 국무총리상을 받은 꽃심도서관을 시작으로 서학동에 개관하여 예술인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있는 서학예술마을 도서관까지 전주의 도서관들은 각자 개성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방문객들을 맞는다. 단순히 지식과 정보습득을 위한 시설에 그치지 않고 휴식 기능이 강조된 문화 시설로 탈바꿈한 것이다. 


최근 전주는 전국 최초로 ‘도서관 여행’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크게 세 종류. 평일에 운영되는 ‘기관 프로그램’, ‘인플루언서와 함께하는 도서관 여행’, 관광객이 가장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도서관 여행’이다.


전주의 도서관은 공공도서관 운영 우수 사례로 꼽힌다.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365개의 기관에서 4,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했다. 지난 8월과 9월에는 각각 사천시의회와 단양군의회가 도서관 투어를 진행했다. 사천시는 현재 반룡공원 내에 시립도서관의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공원의 주변 풍광과 어우러지는 도서관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앞서 만들어진 ‘연화정 도서관’ 등을 방문했다. 단양군의 경우 ‘꽃심 도서관’과 ‘책기둥 도서관’을 찾아 도서관 행정을 공유했다. 


특별한 도서관 여행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책여행 프로그램도 매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인플루언서와 여러 도서관을 둘러보고 그와 관련된 특화 도서관에서 강연을 듣는 ‘인플루언서와 함께하는 책여행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지난 9월에는 시집 <희지의 세계>와 <구관조 씻기기>의 황인찬 시인이 함께했다. 학산숲속시집도서관에서 ‘멀리 있는 시, 다가오는 시’를 주제로 한 문학 이야기에는 시민들이 함께 해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전주의 도서관들은 ‘전주국제영화제’, ‘전주독서대전’과 같이 지역에 큰 행사가 열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시기에는 협업하여 여행을 운영하기도 한다. 


매주 토요일 운영되는 ‘도서관 여행’은 온라인 사전예약자를 대상으로 5개의 특화도서관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오전 10시에 출발하여 오후 5시에 해산하는 구석구석 하루코스와 오전 9시 20분에 출발하여 오후 1시 경에 해산하는 쉬엄쉬엄 반일코스로 운영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참여자들의 만족도 역시 95% 이상으로 인기가 높다. 


책의 도시, 인문 도시 전주의 든든한 기반이 된 전주 시내의 다양한 특화도서관들을 찾았다.




꽃심이 책기둥 되어


12개의 시립도서관과 100개가 넘는 작은도서관들 중에서도 ‘전주’를 대표하는 도서관이 있다. 바로 전주시청 1층에 위치한 ‘책기둥 도서관’과 전주 중앙 도서관인 ‘꽃심 도서관’이 그것이다. 둘은 모두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의 책방의 큐레이션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도서관에는 음료와 음식물을 반입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두 도서관의 로비에는 중증 장애인 창업형 일자리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책기둥 도서관’의 경우 도서관과 카페가 별다른 구분없이 오픈되어 있어 도서관 자체가 친근한 동네 북카페를 연상시킨다. ‘꽃심 도서관’은 고급스러운 화이트 톤 인터리어에 규모도 더 커 고급스러운 대형 카페같다. 둘 모두 1층에서는 편하게 음료를 즐길 수 있으며 2층에서는 음료를 텀블러에 담아 마실 수 있다. 꽃심의 경우 보증금 천원을 내면 텀블러를 대여해준다.


둘은 모두 전주에 있는 여러 동네 책방들과 협업해 큐레이션을 진행한다. 둘의 동네 책방 큐레이션은 규모와 방식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책기둥 도서관은 9개의 책방이 매달 한 주제를 정하여 그에 따른 여러 책을 전시한다. 올해 10월의 주제는 페미니즘과 양성평등이었고, 전주에서 활동하는 9개의 책방은 그에 대한 책 여러 권을 함께 정했다. 꽃심의 경우 5개의 책방이 매달 번갈아가며 주제를 정하고 책을 추천한다. 10월은 살림책방이 ‘어느 멋진 날에’를 주제로 큐레이션에 참여했다.


두 도서관은 딱딱하고 불편했던 관공서의 이미지를 벗어나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바뀌는 중이다. 주말이면 나들이 나온 가족들로 북적이는 이곳들은 어린이들에게는 놀이터가 어른들에게는 쉼터가 되었다. 닮은 듯 다른 둘은 각자만이 가진 개성도 뚜렷하다. 



꽃심 도서관





꽃심 도서관은 대동, 풍류, 올곧음, 창신을 아우르는 전주의 정신을 담은 중앙도서관이다. 전주의 모토이기도 한 ‘꽃심’은 새로운 문화와 세상을 열어가는 강인한 힘이라는 뜻이다.  도서관은 지난 2019년 새단장을 했다. ‘개방창의도서관’을 주제로 벽과 문 그리고 열람실을 없애고 좌석마다 콘센트와 스탠드를 설치해 개인 작업을 가능하게 한 것. ‘책의 숲’을 콘셉트로 하여 솔방울, 반딧불이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조명을 두었으며, 십진 분류법 대신 이용객들이 많이 찾는 책을 앞쪽에 배치했다. 건축 디자인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공간문화 대상 대통령상과 생활 SOC 우수사례 공모전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1층은 영유아를 위한 공간이다. 라운드 모서리와 낮은 높이의 선반으로 꾸며졌으며, 아늑한 분위기의 수유실도 마련돼 다른 도서관에서는 볼 수 없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영유아기 때부터 부모와 함께 독서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생애 첫 도서관 이야기’ 프로그램도 여기서 진행된다. 


꽃심에는 트윈세대를 위한 비밀공간이 있다. 우주로 1216이 그것이다. 트윈세대라고 불리는 12세부터 16세까지의 청소년들은 전 연령 중 도서관 이용률이 가장 낮다. 유아실에 가기에는 큰 것 같고, 2층을 이용하기에는 성인들 사이에 있으니 눈치 보이고 불편하기 때문. 꽃심 도서관은 책과 가까워야 할 시기에 책과 멀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우주로 1216을 기획했다. 우주로는 ‘우리가 주인이 되는 공간’으로 부모님과 어른들은 절대 입장할 수 없다. 지켜봐 주고 필요한 것을 구해주는 제3의 어른 지구인만 출입이 가능하다. 청소년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한는 우주로는 입장하면 가장 먼저 우주인을 반기는 ‘톡톡존’, 다양한 도구와 손이 만나 뭐든지 만들어내는 ‘슥슥존’, 휴식을 취하며 나를 알아갈 수 있는 ‘곰곰존’, 신나게 뛰어노는 ‘쿵쿵존’ 네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우주인의 손을 거친 우주로 1216은 무궁한 가능성과 희망을 품은 청소년들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전국 유일무이한 공간이다.



책기둥 도서관





꽃심 도서관이 전주의 중앙 도서관으로서 큰 규모와 특별한 서가를 자랑했다면 책기둥도서관은 인문도시 전주의 심볼이 되었다. 시청 1층에는 책으로 가득한 네 개의 기둥이 세워졌다. 


시청을 단단하게 지탱하고 있는 이 기둥들은 책이 시민들의 삶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길 바라는 소망을 담고 있다. 각각의 기둥 서가에는 하나의 독서 생태계를 구성하는 시민, 출판사, 서점, 도서관과 관련된 책들이 큐레이션되었다. 도서대출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기둥은 ‘시민 서가’. 전주독서대전에서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책’을 포함해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 독서동아리, 도서관 사서가 추천하는 책, 시민들의 기증도서로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읽고 싶은 책, 널리 알려진 책이 비치되어 있다.


출판사 서가는 국내 출판사들의 추천도서가 중심이다. 문학과 지성사, 창작과 비평, 문학동네, 민음사와 같은 대형 출판사부터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책 만드는 기쁨을 간직한 독립출판사들까지 장르와 규모를 가리지 않고 참여했다. 월드서가에서는 세계의 도서관과 서점을 여행하듯 책을 읽을 수 있다. 인류 최초의 도서관이었던 고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프랑스국립도서관, 북경 중국국가도서관과 도쿄 책방, 피렌체 골목의 작은 서점까지 다양한 곳의 책을 만날 수 있다.


전주서가는 12개의 시립도서관 특화도서로 채워졌다. 전주의 시립도서관은 각자 특화된 주제로 꾸며진다. 삼천도서관은 음식 특화도서, 효자도서관은 힐링 특화도서, 인후도서관은 영화 특화도서, 완산도서관은 다문화 특화도서를 취급한다. 이 서가에서는 각 도서관들의 책들을 찍어 먹을 수 있다. 100권의 고전을 5년 동안 함께 읽는 독서운동 ‘고전 100권 함께읽기’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생일서가는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코너다. 1년 365일 각 날짜에 태어난 작가 또는 주인공이 나오는 책을 추천해 시민들이 자신의 생일에 맞는 도서롤 찾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생일서가 옆에는 ‘시 항아리’가 놓여있어 직접 시를 추천하거나 다른 시민들이 추천한 시를 가져갈 수 있다. 엘리베이터 옆 공간은 ‘갤러리 서가’다. 현재 가을을 맞이해 단풍의 빨강, 주황, 노랑색 표지의 책들로 꾸며졌다.






전주의 숲속 도서관들


도서관은 숲을 방문한 여행객들을 품는 작은 쉼터가 되었다. 학산숲속시집도서관과 건지산숲속작은도서관은 마치 쌍둥이 형제처럼 닮은 듯 다르다. 이름처럼 도심에서 떨어진 숲 속에 자리한 둘은 모두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건축되었고, 도서관의 한 면이 큰 통창으로 이루어져 자연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의 경우 맏내 호수가 한 눈에 보이는 레이크 뷰를, 건지산숲속작은도서관은 보기만 해도 눈이 시원해지는 마운틴 뷰를 자랑한다. 창 밖 풍경만큼 그 안을 채우고 있는 것들도 사뭇 다른 매력을 풍긴다. 



학산숲속시집도서관





숲속에 작은 집이 있다. 통창 너머 큰 나무들과 호수, 산새소리가 어우러져 긴장을 풀고 힐링 할 수 있는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이다. 1년 넘게 전주살이를 하고 있는 김사인 시인은 ‘이 곳을 보고 탄성을 지르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층에 자리한 ‘고르다’ 섹션은 시집 도서관의 메인 공간. 원하는 시집을 ‘골라’ 읽을 수 있는 곳이다. 창비, 민음사, 문학동네와 같은 대형 출판사부터 아침달, 걷는 사람, 시인동네처럼 작지만 내실있는 시 전문 출판사들까지 다양한 시리즈가 준비돼 있다. 그 앞으로는 마음에 드는 시집이 생기면 바로 앉아 읽을 수 있도록 계단식의 가변형 좌석이 배치되었다. 여러 시 특화프로그램이 이곳에서 열린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서가에는 ‘만나다’ 섹션이 마련되었다. 지난해부터 전주살기를 시작한 김사인 시인의 ‘어린 당나귀 곁에서’, 지역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안도현 시인의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와 같은 국내 유명 시인들의 친필 사인본이 전시되었다. 어떤 시인들은 사인을 하며 도서관에 대한 짧은 감상을 적어두기도 했다. 이를 구경하는 것도 또 다른 묘미. 


계단 끝 다락에 있는 섹션은 ‘선하다’. ‘선하다’는 시와 시각 예술이 결합된 책들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다양한 잡지가 큐레이션 되었다. 신아출판사에서 매월 출간되는 월간 ‘시’에는 많은 시인들의 시가 사진과 함께 수록된다. 계간 ‘Position’은 시와 평론이 함께 실리는 잡지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 지역 출신인 황규관 시인의 신작 ‘다시 4월’도 찾아볼 수 있었다.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디카시. 사진에 짧은 글을 추가하는 형태의 디카시는 최근 중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하며 하나의 장르로서 발돋움하고 있다. 그 담론의 시작을 함께한 ‘계간 디카詩’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선하다’는 도서관을 찾는 어린 손님들을 위한 코너이기도 하다. 알록달록한 시그림책과 동시집도 함께 있다. 김용택 시인과 함민복 시인의 동시를 그림으로 표현한 시그림책 ‘지구의 일’과 ‘흔들리다’, 문신 시인의 동시집 ‘바람이 눈을 빛내고 있어’가 책장 한쪽에 꽂혀있다. 





건지산숲속시집도서관





학산숲속시집 도서관이 ‘짧은 시’를 통해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제공했다면, 건지산숲속작은도서관은 ‘숲’을 통해 자연과 친해지는 공간이다. 도서관 밖에 마련된 산책로와 벤치에는 도토리를 주우러 온 아이들이 본래의 목적을 잊은 채 놀고 있고, 그들의 보호자들은 그들을 지켜보며 수다를 떨기에 여념이 없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볕을 쬐며 읽는 사람도 있다. 도서관 내부에는 소담한 서가가 마련되어 있다. 자연을 주제로 한 책들이 연령층에 관계없이 큐레이팅 되었다. 가족단위 손님들이 자주 찾기 때문이다. 


특히 작은 코너들이 눈에 띈다. 숲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생물들을 소개하는 ‘숲속에 가면’ 코너 옆에는 나무와 관련된 코너가 있다. 역사·건축·과학·문학 등 장르를 망라하여 나무를 고찰한 에세이 ‘나무의 시간’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그림책으로 각색한 어린이를 위한 ‘월든’이 나란히 서있다. 숲을 걸으며 체험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코너 ‘수풀사이’, 집에서 가꾸는 작은 숲인 정원을 다룬 ‘들숲날숲’ 코너도 있다. 


이곳은 산 중턱에 있는 도서관인 만큼 나이가 지긋한 분들도 자주 방문한다. 큰 글씨 도서와 독서대, 돋보기는 이들을 위한 배려다. 도서관은 인후동 전주체련공원 뒤 산책로에 위치해있다. 볕 좋은 가을 가족들과 함께 건지산 둘레길을 걸으며 들러보자. 아이들은 자연체험의 기회를 어른들은 인문학적 사색의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여행자를 위한 도서관들


‘첫마중길 여행자도서관’과 ‘다가여행자도서관’은 많은 여행객들을 위한 공간이다. 두 여행자도서관에서 여행을 꿈꾸는 사람,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 책으로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은 서로 교류하며 꿈을 키워나갈 수 있다. 두 공간은 외관도 공간 구성도 생판 남처럼 다르다. 관광지가 가깝고 숙소가 많아 여행객들이 가장 오랜 시간 머무르는 구도심 속 ‘다가여행자도서관’이 여행을 되돌아보고 준비하는 다락방이 되었다면, 여행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첫마중길 여행자도서관은 여행자들이 남는 시간동안 잠시 들렀다 가는 정류장이 되었다. 



다가여행자도서관





구 다가치안센터 건물을 리모델링해 개관한 다가여행자도서관은 웨딩의거리와 차이나타운이 만나는 길목에 위치해있다. 도서관의 트레이드 마크인 ‘별빛책장’은 밝게 빛나 여행자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북극성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어졌다. 이곳은 여행가이드북과 에세이로 채워져 여행객들을 환대한다.


지하 ‘다가독방’은 방해받지 않고 여행을 꿈꾸는 공간이다. 한두명 겨우 들어갈만큼 작은 공간으로 구석에서 사색에 잠기기 좋다. ‘여행자가 여행자에게’라고 쓰여 있는 벽은 다음 여행자들에게 남긴 엽서들로 가득 차있다. ‘다가오면’은 1층에서 가장 먼저 여행자를 맞이하는 공간이다. 음식, 숙소, 자연, 시선 등 다양한 주제로 여행 도서를 비치한 ‘색다른 서가’와 미니북, 팝업북, 터널북 등 이색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정원과 수영장을 콘셉트로 한 ‘책정원’과 ‘책풍덩’은 여행자들의 인증샷 명소. 2층 ‘머물다가’는 여행의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공간이며, ‘잠깐만 여행’ 서가에는 , <아는동네>, 등 여행 잡지를 볼 수 있고 ‘여행자의 마음 오늘 어때요?’는 설렘, 새로움, 여유로움, 그리움, 아쉬움 키워드에 맞는 여행 관련 글을 랜덤으로 만날 수 있다. 3층 ‘노올다가’는 답답한 마음과 머리를 환기하는 옥상정원이다.


여행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이용률도 높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여행객들을 만날 수도 있는 소통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첫마중길 여행자도서관





전주역 앞 첫마중길, 빨간 컨테이너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컨테이너 두 동이 연결되어 있어 기차를 연상시키는 이곳은 첫마중길 여행자도서관이다. 


여행자를 위한 도서관 열차의 첫번째 칸은 ‘여행자라운지’다. 매월 한가지 브랜드를 소개하는 광고 없는 월간지 , , 잡지가 있는 ‘가볍지만 트렌디하게 Magazine’, 커버를 다르게 출간한 리커버북 등 한정판 도서가 진열된 ‘익숙하지만 특별하게 Limited Edition’, 지역 작가의 도서와 전주 풍경•문화•역사 등을 다룬 전주 도서로 채워진 ‘와봤지만 새롭게 Travel Book’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있다. 도서관 열차 두번째 칸은 예술 쉼터 ‘아트북 갤러리’다. 쉽게 구할 수 없는 절판본 부터 사진, 미술, 패션, 팝업북, 영화, 일러스트까지 7개 주제로 아트북이 전시되어 있다. 아트북 전문 출판사 Phaidon(파이돈)에서 출간한 의 그래픽 디자인 카드를 전시하는 ‘한 칸 미술관’과 ‘이달의 큐레이션, 디자인을 담다’라는 주제의 ‘전시서가’도 볼 수 있다. 무게만 38kg에 달하는 초대형 아트북 데이비드 호크니의 <비거북>과 구약성서 에스더의 내용과 푸림축제(유대인 축제) 내용을 다룬 전체 길이 7m <에스더 스크롤>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아트북을 보기 위한 전주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야외 계단으로 올라가면 도심 속 휴식 공간인 옥상 정원이 있다. 인조잔디와 테이블, 의자를 비치해 사색을 즐길 수도 있고 첫마중길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옥상정원은 노을 맛집이다.


첫마중길 여행자도서관은 문화가 있는 날마다 아트북 큐레이션과 지역예술가와 함께 하는 예술 체험을 진행한다. 사전예약을 통해 듣고, 보고, 그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여행 작가와 함께 하는 세계 여행 강연, 사진작가와 함께하는 여행사진 교육, 디지털 드로잉 교육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여 한발짝 더 여행과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든다. 







 공간 속의 도서관들


공간은 일종의 그릇이다. 그릇 속에 커피를 담으면 잔이 되고 꽃을 담으면 화병이 되는 것처럼 공간 속에도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그 공간의 특징과 개성이 살아난다. 책의 도시 전주에선 공원에도 마을에도 전시장에도 심지어 자원봉사자센터에도 도서관이 담겼다. 공간 속의 도서관들, 그곳에 담긴 새로운 꿈과 가치들을 들여다본다. 전주의 중심이 되는 한옥마을 일원에는 ‘한옥마을여행자도서관’, ‘동문길헌책도서관’, ‘동학혁명도서관’이, 아중 호수 공원에는 전국에서 가장 긴 도서관인 ‘아중호수도서관’이 연내 개관을 앞두고 있다.



연화정도서관


전주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관광명소로 손꼽히는 덕진공원에는 덕진호수의 물결을 고스란히 품은 도서관이 생겼다. 한옥으로 지어진 연화정 도서관이 그것이다. 기존 연화정의 건물을 재건축하여 만들어진 도서관은 도서열람실과 복합 문화 공간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서가는 ‘한국과 전주의 문화’를 특화한 도서관인 만큼 한국적 미세계를 대표하는 ‘점, 선, 면, 여백’의 네 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열람실을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벽면서가는 ‘점(찍다)’ 섹션이다. 한국과 전주의 아름다움을 담은 문학책을 소개한다. 특히 한국의 대표작가와 문학상 수상집 등을 함께 배치했다. 지역의 아름다움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대작으로 평가받는 최명희의 ‘혼불’부터 지리산의 빨치산 이야기를 담은 조정래의 ‘아리랑’ 전권을 읽을 수 있다. 그 앞에 자리하고 있는 호랑이상은 전주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인 김종연 목조각장의 작품. 현대적 가구 속에서도 빛나는 전통을 만날 수 있다. 그 옆으로는 ‘면(채우다)’ 코너가 펼쳐진다. 세계를 점점히 메꾸어 가는 한류에 대해 다룬다. 일반적으로 ‘한류’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BTS를 필두로한 K-Pop 아이돌 그룹을 떠올린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흐름이 있다. 바로 ‘문학’이다. 이곳에서는 ‘한강’, ‘김영하’, ‘김애란’처럼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의 책이 나란히 꽂혀있다.


‘여백’은 한국 수묵화의 특징으로부터 착안된 섹션으로 한국의 정서를 표현한 아트북들로 구성되었다. 전주를 소개하는 다양한 잡지들과 우리 고유의 정서를 표현한 사진집, 디자인 서적 도록 등이 있다. 전통 음악과 관련된 책들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선(잇다)’ 코너는 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는 선의 특성을 본따 앞으로 이어질 세계의 여러 나라들과 앞으로도 이어져야 할 전통문화유산들을 다룬다. 10월은 이탈리아 문화주간을 맞이하여 이탈리아 여행과 관련된 도서들이 큐레이션됐다. 내년 8월에는 덕진 호수에 만개한 연꽃 위로 펼쳐진 노을을 보며 책을 읽는 게 좋겠다.



서학예술마을도서관


서학예술마을 안에는 서학동의 예술자원을 활용한 도서관이 들어섰다. 이곳에는 사진 및 디자인,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예술 서적과 아트북이 비치되었다. ‘물들다’ 섹션에는 매달 지역 작가의 기획전이 진행되며, 한켠에 미술작업실을 마련하여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


도서관 1층은 ‘빛들다’ 섹션으로 사진과 디자인 책들이 전시되었다. 초현실주의 거징인 만레이의 아트북부터 웃음의 사진작가 휼턴 게티의 에세이 ‘스마일’, 누더기 옷을 걸친 아프간 소녀의 사진을 통해 아프간의 참상을 알린 사진 기자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집까지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특별한 디자인 서적들도 마련되었다. 안나 잭슨, 토마스 머레이가 쓴 ‘TEXTILES OF JAPAN’은 일본의 섬유 디자인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타투이스트 에드 하디의 도안들을 모아놓은 ‘Ed Hardy Deeper Than Skin’이나 예술가들의 포스터 480장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소개하는 ‘The poster : 200 Years of Art and History’, 샤넬의 역사와 문화, 디자인 프로세스를 소개하는 ‘Chanel : The Making of a Collection’도 한 쪽 벽면을 채우고 있다.


도서관의 2층에는 ‘깃들다’와 ‘스며들다’ 섹션이 마련되었다. ‘깃들다’는 서학동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책과 도록이 큐레이션 되었다. 도서관이 위치한 서학동은 지역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갤러리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서학동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김지연 관장과 이일순 서양화가의 도록, 마찬가지로 근처에 작업실을 둔 황연주 작가의 전시 도록, 서학동에서 카페 ‘포엠’과 동명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김헌수 시인의 펜드로잉 시화집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스며들다’는 예술을 통해 힐링하는 섹션이다. 음악이 심신을 편안하게 만드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에 가장 중심에 배치되었으며, 턴테이블과 CD플레이어 그리고 헤드폰이 마련되어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음반들을 들어볼 수 있다.



이팝나무그림책도서관


카세트 테이프를 생산하던 폐공장을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개조한 ‘팔복예술공장’ 안에는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이 생겼다. ‘이팝나무그림책도서관’이 그것이다. 늦봄에는 이팝나무가 활짝 피는 사진 명소로도 유명하다. 이름은 근처에 있는 이팝나무 가로수길에 영감을 얻어 지어졌다. 


도서관은 지난 20년 10월 ‘The Pop-up Books, 팝업북의 역사를 만나다’로 개관을 알렸고 현재는 기획전시 ‘새, 나무에 앉다’가 한창이다. 자연 속 새와 나무를 즐겨 그리는 이승원 작가와 김선남작가의 그림책들 속 원화들로 구성된 전시는 두 작가의 그림을 통해 자연과 사람을 잇는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계속되며 그 일환으로 색연필로 직접 새를 그려보는 상설 프로그램과 참여 작가 강연, 예술 놀이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도서관 아래 예술놀이터에서는 아동들을 위한 행사도 이루어진다. 지난 10월에는 전주마을동심박람회와 단막극 페스티벌이 열렸다. 



자원봉사자도서관


2019년 9월 전주시자원봉사센터에는 자원봉사자를 위한 작은도서관이 개관했다. 설립 20주년을 기념하여 자원봉사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고자 만들어진 것. 도서관은 봉사 관련 단행본과 도서로 구성된 ‘함께 나눔’, 유·아동 도서와 만화로 채워진 ‘서로 보듬’, 종교·사회·예술·문학 등 주제별 도서로 채워진 ‘모두 채움’ 섹션이 큐레이션 되었으며, 천여개의 다양한 책들을 보유하고 있어 인근 주민들의 이용률이 높다. 


도서관은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전주시 올해의 책 <햇빛전쟁>에 등장하는 인물에게 편지를 써오면 DIY 장난감으로 교환해주는 독후활동 프로그램은 이곳에서 진행되었다. 주제어를 골라 시를 써서 제출하면 키링DIY로 주는 프로그램과 그림책을 성인 취미활동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그림책과 오일파스텔’도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 책 속의 한 줄로 캘리그라피 달력 만들기 등 다양한 독서문화 활동도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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