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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11 | 연재
아리랑(진도)
심인택 전주우석대 국악과 교수(2003-12-24 11:05:01)

아리랑(진도)

갯바람이 귀바퀴를 싸늘히 스치는 겨울낮 양지바른 잔솔밭에 지게를 세우고 나무 한 짐을 해 논 다음 지게 끝에 매단 누릉지 한 주먹을 깨물어 먹으며 작대기로 되지도 않는 장단을 뚜드리며 흥얼대던 이제는 옛스런 정경을 눈에 그리면서 진도 뿐 아니라 어디에서라도 볼 수 있었던 이 겨울다움은 먼 얘기가 되었지만 진도 아리랑을 보면서 흠뻑 겨울 사랑방의 노래를 새겨두고자 한다.
그간 세 차례 걸쳐 전라남북도의 아리랑을 보아 왔지만 진도 아리랑 만큼 인간사의 회노애락과 남녀간의 사랑이야기 등 무궁무진한 노래 가락은 없을 것이다. 이 노랫말을 통하여 우리민족의 문학성과 그 이면을 그리는 솜씨는 실로 말이나 음악으로 표현하기는 너무 어렵다고 느껴진다. 사설 하나하나에서 느끼는 정겨움은 화롯가에 앉아서 할머니의 옛날 얘기를 듣는 듯 하며 할아버지 곰방대에서 나는 담배의 짙은 내음과 솔가지를 태우는 아궁이의 솔냄새가 우리를 찾게 해주는 좋은 노래이나 이 좋은 노랫말을 쉽게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멀어져만 가는 세월이 야속하다 해야할까.
진도 아리랑을 통하여 지나간 세월의 향수를 느껴보고자 한다.

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싶어 지느냐
날두고 가시는님 가고싶어 가느냐
섭오야 밝은달은 내사랑 같고
그몸의 어둔밤은 내간장 녹이네

(후렴)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
리가 났네
아아리랑 웅웅웅 아라리가 났네

떳다 보아라 공산은 두견이로다
울고 간다 각새소리

산천의 초목은 달달이 변해도
우리둘이 맺은맘은 변치를 말자

말은 가자고 네굽은 치는데
님은 붙들고 아니를 놓네

세월아 봄철아 오고가지를 말어라
장안의 호걸이 다 늙는다

놀기 좋기는 세장고 복판이고
장안의 호걸이 다 늙는다

십오야 밝은달은 구름속에 놀고요
명기명창 화중선이는 장고바람에 논다

너보고 날바라 내가 너따라 살꺼냐
눈으로 못보는 정에 너따라 살제

물걷는 소리는 오돔방 톰방
날오라는 손길은 깐당 깐당

보고도 못먹는 것은 그림의 떡이고
보고도 못하는 것은 남의 님이로구나

아리랑 아들나서 나라에 바치고
서리랑 딸을나서 남의 집에 주어라

삼산은 반락 청천해요
이수중분 백로주로구나

저기가는 저처녀 엎으러나 져라
일세나 준댄께 보두나마 보자

남의집 서방님은 가방을 드는데
우리집 낭군님은 개똥망태만 든다

남이야 남편은 자전거를 타는데
우리야 남편은 논두럭을 타누나

칠산바다에 어선이 뜨고
월출산봉에 달이솟아 온다

신작로 복판에 솟때는 사람아
정떨어 진대는 멀로 때느냐

산천에 맹감은 수풀속에서 놀고
유자는 얽어도 한량손에서 논다

원수야 악마구야 이옷쓸 사람아
생사람 죽는줄은 어찌그리 모르냐

아첨에 우는새는 배가 고파서 울고요

저녁에 우는새는 님이 그리워 운다

산천에 머루는 용고래 망고래 하는데

언제 나는 님을 만나 흥고래 망고래 할꺼나

물동이 여다가 산뚝에 놓고
건네산 보면서 한숨을 한다.

물속에 노는고기 잡힐듯해도 못잡고
저처녀 마음도 알듯말듯 못잡겠네.

서방님 오시까바이 째벗고 자다가
문풍지 바람에 설사가 났네

저건너 저가시나 앞가슴 보아라
엉쿨없는 수박이 두통이나 열렸네

임은 죽어서 극락세계로 가고
나눈 죽어서 나미아비타불

목포야 유달산 새장구 소리
고무공장 큰애기 발맞춰 간다

임떠난 방에는 사진짝만 남고
연락선 떠난데 물결만 노네

저건너 가는총각 날보지 말어라
우리엄니 보며는 눈맞었다 한다

신작로 복판에 아카시 나무는
전방집 큰애기 사진찍기 좋네

바람은 손없어도 나무가질 혼드는데
이내몸은 손툴이어도 가는님 못잡네

원수의 삼팔선은 왜끙켜 졌나
도레미탕 콩밥에 환장을 하것다

임보고 싶으면 사진을 보고요
말하고 싶거든 전화만 치자

국화는 피어서 서릿발에 울고요
가시내 자라서 임의손에 운다

허리통 가늘고 등자른 큰얘기
뒷동산 좁은길로 나만따라 오너라

외강목 접처구리 남끝동 달고
뒷머리 느진느진 날죽여 낸다.

오늘죽을지 내일죽을지 모르는 세상
이웃방 가시나네 담이나 넘자

까마귀 검으면 속조차 검냐
겉몸이 늙으면 마음조차 늙냐

아리랑 타령은 누가야 냈길래
건방진 큰얘기 바람만 피우느냐

저건너 창천밭에 콩밭을 갈아
구덕두덕이 동부를 심고

동부따는 처큰아가
앞돌아라 이내보자

뒤돌아라 어허머리를 보자
뒤돌으면 무얼하고

앞돌으면 무얼할래
머리끝에 들은댕기

춘추냐재단이냐 공단이다
석자세치만 끊어주며는

우리성애 시집갈때
한산섬에 달을자네

총각때 떠다주신 진갑사 댕기
손때도 안가셔서 날받이가 왔네

물레야자세야 빙빙빙 돌아라
하루종일 스르릉 잘도돌아간다

물레를 보고서 다랭이를 보며는
안나던 심정이 저절로 난다

청천하늘에 별도나 많고
홍도야가슴엔 수심도 많네

그런다할적에 말어나볼것이
심심자연이 백발이로구나

간다네간다네 나는 간다네
임올따라서 나는가네

명년춘삼월이 돌아오면
꽃이피며는 또다시 잎피네

인생은 한번가면 못돌아오니
또다시 지금가면 어려우리라

이아래 강물이 내술이라면
팔도야 잡놈이 모두 내친구로구나

울넘에 담넘에 망보는 잡놈
마음만 있으면 날따라 오너라

저건너 저머시마 눈매를 봐라
아니본듯 아니본듯 꼭 나만보네

님이 날만치 사랑을 한다면
가시밭 천리라도 맨발로 가노라

일년초 고랑까시 낙사릇 만듯
어린가장 품에안고 잠잔듯 만듯

나락이개 보릿이개는 농부가 끊고
이삼사월 진달래는 한량이 끊네

바람이 불어서 옆걸은 쳤냐
새크네기 너를 볼라고 옆걸은 쳤제

세월이 흐르기는 시냇물 같고
인생이 늙기는 바람결 같네

허리통 늘어지고 가느쪽쪽한 크넥아
앞동산 좁은길로 나만찾아 오너라

석달열흘 가뭄이 들어도
가시나 궁둥이는 생수가 난다

산천에 동백나무는 별만보며는 반짝
우리집 저 잡것은 나만보면 빵끗

가는님 허리를 아드득 잡고
하룻밤만 자고 가라고 사정을 하네

오다가 가다가 만나는 님아
손목이 끊어져도 못놓겠네

씨엄씨 모르게 고추장먹고
뒷단장 넘어서 대운동 한다

뺑가오비게 뺑가오이불 둘이덥고 잠자도

얼마나 정이 들어서 뺑가옷이 남았네

임이 얼마나 임다움사
한비게 둘이비고 동돌라 눌까

저건너 저머스마 뒷꼼말 보아라
가마타고 장가기 영틀렸네

저건너 저가시나 속곳밑 보아라
대목장 볼라고 흥당목 젓네

떠다논 냉수도 변할수가 있는데
여자의 이내마음 아니 변할쏘냐

날다려 갈때는 사정도 많드니
날다려다 놓고는 잔말도 많해

씨엄씨 잡년아 잠깊이 들어라
느그아들 렵렵합사 내가 밤모시래를 돌이

훗치락 훗치락 무슨 소리냐 했더니
이웃집 크네기 목욕하는 소리

아리랑가 지랄인가 용천인가
사대육천 매듸가 아리살살 녹네

아리랑 아들나서 전장에 보내고
사리랑 딸나서 놈 좋은일 시킨다.

갈라믄 가고 말라븐 말제
집세기 신고서 시집을 갈까.

큰얘기 볼라고 울타리 단장넘다
옥수수대에다 똥구멍을 찌었네

씨엄씨 줄라고 멘테를 %더니
껴놓고 봉께 방망이를 %네

야산중틱에 진달래 꽃은
한송이만 피어도 모두따라 핀다

등잔에 춧불은 간드라지는데
갈손님 가고요 잘손님은 잡시다

높다가 가면은 친구가 되고요
자다가 가면은 정든님이 된다네

연자색 물색은 나날이 변해도
너와나와 먹은마음 변치를 말자

알뜰히 살뜰히 정들여 놓고
어느잡놈 따라서 만주봉천 갔느냐

만경창파에 두둥실 푼배야
어기차 어여뒤여라 노를 저어라

대학중학아 불이나 나거라
공부못한 우리아들 심화가 난다

어리포 경비선 장병싣고 떠난다더라
따라는 못갈망정 전송조차 못할까

우리야 오빠는 군인엘 갔어요
나라를 위하여 독자라도 갔어요

강로야 강로야 육로나 되거라
내발로 걸어서 내고향 갈란다

선생님 선생님 날곱게 보세요
우리가 학생이라면 노학생이라요

내가 살기는 조도면에 살아도
마음하나 두기는 진도군에 있다.

낼 날좋으면 홍어잡이를 갈란다
높은산 올라가서 어둡도록 보아라

창리야 지서앞에 전보대가 서고
국화꽃만 피어도 소집장 온다

백년연애는 못걸라도
삼십분연애만 걸어주게

어동나무 열매는 동실동실
큰애기 젖통은 몽실몽실

물은 쓰면 돌만남고
임은 가면 나혼자 남는다

치어다 보니 만학천봉
구버보니 백사지로다

임이 죽어서 극락을 가면
이내몸도 따라가지 지장보살

다려가오 날 다려가오
우리님 뒤따라서 나는가네

저넘어 계집애 눈매좀 보소
속눈만 뜨고서 발발 떠네

십오야 밝은달 구릅속에 놀고
이십안짝 큰얘기 내품안에 논다.

신작로 복판에 하이야가 놀고
하이야 복판에 신랑신부가 논다

신랑신부 좋으라고 비단이불 생겼고
총각처녀 좋으라고 연애가 생겼다.

놀다가세 놀다나 가세
저달이 떳다 지도록 놀다나 가세

만나니 반가우나 이별올을어이해
이별을 하라거든 왜 만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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