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88.11 | 연재
조선통사 (상)
하우봉 전북대 교수(2003-12-24 11:16:44)

최근 통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됨과 함께 북한에 대해 보다 정확히 알고자 하는 욕구도 증대하고 있다. 북한관계서적이 출판되자마자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을 볼 때 그 만큼 우리국민이 북한의 정보에 목말라 있었음을 반증해 준다 하겠다. 또한 이것은 그 동안의 정부측의 일방적인 정보제공과 반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의구심을 나타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기왕에 소개된 북한관계서적이 대부분 북한을 여행한 인사들의 기행문이 대부분이고 그 내용도 저자의 주관적인 감상에 따른 큰 오차를 보여 북한의 실상을 아는데 충분하지는 못하였다. 이에 비해 올해 가을로 들어서면서 출판된 [조선통사] [근대조선역사] [조선철학사 연구] 등의 서적은 북한의 공식적 기관에서 편찬된 것이고 그 내용도 현재 북한 학계의 수준을 대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기왕의 기행문류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들이다. 그 중에서도 [조선통사]는 북한의 한국사에 대한 대표적인 개설서이다.
이 책은 1952년 설치된 사회과학산하 역사연구소에서 편찬된 것으로 최초의 간행본은 1958년에 나왔다. 그후 시대구분 논쟁과 사관에 대한 논쟁을 거치면서 1962년에는 그러한 성과를 반영한 개정판이 간행되었다. 이어1960년대 후반부터 김일성 주의사상이 강조되고 1972년부터 김일성 우상화정책이 확립되면서 북한의 역사학은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사관에서 벗어나 이른바 ‘주체사관’에 입각하여 다시 재해석되었다. 이에 따라 [조선통사〕도 다시 수정되게 되어 1977년에는 수정본이 간행되었다.
여기서 소개하는 책은 바로 이 1977년판 [조선통사]의 상권이다. 이와 같이 이 책은 ‘북한의 국정교과서라 할 수 있는 것으로 현재 북한의 공식적인 한국사 이해내지 사관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 밖에 북한에서 편찬된 한국사관계 서적으로 1980년에서부터 1983년 사이에 완간된 33권의 [조선천사]가 있기는 하지만 단행본의 개설서로서는 역시 [조선통사]가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해방 이후 남한과 북한은 각각 상이한 체제와 이념, 그리고 그에 따른 정치적 지향에 의해 상이한 입장에서 역사를 해석해 왔다. 그래서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기본적인 사관은 말할 것도 없고 구체적 사실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도 이질화가 심화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남한과 북한에서의 지금까지의 한국사 이해는 어떻게 보면 반쪽만의 역사 내지 반쪽의 시각에 의한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통일한 민족사에 대한 해석이 극단적으로 다르기까지 하는 현재 사학계의 상황은 남북한 이질화의 가장 심각한 분야 중의 하나이다. 통일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과제가 민족공동체로서의 동질감과 상호신뢰의 회복이라 할 때 그것의 전제조건은 우선 상호간의 정확한 인식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현재의 북한을 이해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서적으로서 역사전공자 뿐만 아니라 일반 교양인들도 한번은 읽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또 사람에 따라서는 이 책을 통해 한국사에 대한 또 다른 시야와 보다 폭넓은 인식을 제공받을 수도 있올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소개 내지 평하는 사람으로서 필자는 현재의 북한 역사 3학계의 방향과 수준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짧은 글에서 그것 외 구체적인 근거를 서술할 여유도 없거니와 독자들에게 선입관을 주게 될 지도 모를 서명자의 인식을 미리 제시하지는 않으려 한다. 단지 [조선통사]는 우리 나라에서의 역사서술과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만큼 일반독자들에게는 생소한 내용과 개념이 적지 않을 것이므로 간단하나마 이해를 돕기 위해 그 상이점과 특징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관면에서 보면, 우선 당연하겠지만 철저한 계급투쟁사관에 입각하여 인민과 지배계급의 대립 투쟁관계로 서술하고 있다. 그와 함께 전근대에 있어서 인민들의 지배계급에 대한 항쟁으로서의 농민봉기가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예컨대, 1467년의 ‘이시애의 난’같은 경우도 ‘함경도 농민전쟁’이란 제목 하에 대서 특필하고 있다. 한편 계급사관과 함께 1960년대 후반 이래에는 ‘주체사관’이 강조되면서 민족이란개념이 중시되기 시작하였다. 물론 현재 북한에서 말하는 ‘민족’은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민족과는 다소 개념이 다르고, 민족은 계급에 비해 전략적인 개념에 지나지 않지만 다른 공산권 국가에 비하면 유독 강조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조선통사]에는 대대적인 면에서의 계급투쟁과 함께 대외 투쟁사가 아주 강조되어있다.
다음으로 시대구분에 있어서 상권에 나와 있는 부분만을 보면, 원시사회가‘원시공동체사회’로, 고조선에서 삼한에 이르는 시대가 ‘노예소유자사회’로, 삼국시대에서 조선왕조 말의 19세기중엽까지가 ‘봉건사회’로 되어 있다. 이러한 시대구분은 두말할 것도 없이 마르크스의 사회발전 5단계설을 우리 나라 역사에 적용한 결과이다. 이 구분은 한국사에서의 봉건사회의 출발을 5-6세기로 잡음으로써 한국을 매우 일찍 발전한 사회로 설명하였지만 한편으로 그 때부터 19세기 중엽까지의 1500여년간의 역사를 모두 봉건사회로 규정하는 무리를 범하고 있다. 즉 이 시기안의 역사변동과 사회발전에 대한 설명이 없음으로 인해-예컨데 고려나 조선의 건국이 가지는 사회변동의 의미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동-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일제 식민사학자의 정체성론으로 회귀하는 오류에 빠지고 었다. 문화활동에 대한 서술이 많다. 이 점이 주목 할 만하다.

내용상의 특정을 보면,
첫째,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중시하며 정통성을 부여하고 있다.
둘째, 대외관계에 있어서 사대관계를 비판함과 동시에 전투적 대결적 입장에서 대외투쟁사를 강조하고 있다. 그에 따라 신라의 삼국통일을 부정하고 신라가 그 과정에서 당나라의 군대를 끌어들여 백제와 고구려를 공격한 사실을 사대매국외교의 표본이라고 하면서 맹비판하는 대신 고구려 인민의 진보성과 상무성을 강조하였다.
셋째, 사상사에 있어 불교, 유교, 도교 등의 관념론적 사상을 비판하고 유물론과 무신론 사상을 진보적 사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당연히 종교는 미신이며 봉건통치배들이 인민을 지배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판되고 있다.
넷째, 문화사에 대한 서술이 강조되고 있다. 이 점은 1962년도판 [조선통사]이래의 특정이기도 한데, 한국의 개설서에는 잘 보이지 않는 인민들의

다음으로 서술상의 특정을 보면, 
첫째, 매 항목의 머리부분이나 본문사이에 김일성의 교시나 어록이 고딕체로 서술되어 있는 점이 우선 낯설게 느껴지는 점이다.
둘째, 이 점은 역사를 계급적 적개심을 고취하기 위한 선동자료의 일환으로 보는데서 기인하겠지만 역사적 용어나 어휘의 선택에 있어서 투쟁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이 많고, 형용사부사와 같은 수식어가 많은 점이 특징이다.
셋째, 철저하게 한글로 서술되어 있는 점이다 이,기,심 동 철학적인 용어도 한글로만 써 이해하기 어려운 때도 있지만, 한자로 되어 뜻이 어려운 내용은 한글로 바꾸어 쓰기도 하였다. 예컨데 몽유도원도는 〈꿈에 본 동산〉으로, 별주부전은 〈토끼전〉으로, 바꾸고 〈폭포는 돼지가 다 먹었지요〉, 〈산삼캐러 갔던 세 사람〉 둥 구전설화를 순 한글식으로 표기하면서 소개하기도 하였다. 이 점도 앞으로 남북학술교류가 되면 긍정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부분 중의하나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보면서 아쉽게 느껴지는 점 한 두 가지를 지적하고자한다. 우선, 근 현대사에 들어오면 정치적으로 예민한 부분도 적지 않아 현행법에 저촉될 염려 때문에 동시 출간을 못했는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조선통사〕의 상, 하권이 모두 간행되지 못한 점이 유감스럽다. 〔근대조선역사](일송정 간)가 출간되어 근대사 부분이 약간 보충되기는 하지만 체재 등이 본래 다른 책이며 이것 또한 현대사 부분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둘째로, 이 책에서는 원본에 있는 김일성의 교시를 모두 삭제했는데 원본의 내용을 바꾸지 말고 원문 그대로 싣는 것이 더 바람직한 태도이며, 또 북한 사학계의 실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