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88.11 | 특집
일주년 기념 특집호를 내면서
문화저널(2003-12-24 11:19:59)

이제 확고한 지향성을 견지하며 구체적인 작업들을 성실하게 해나갈 것이다.

문화는 한 시대를 공유하는 삶들의 총체적인 반영이며, 그 사회와 시대를 가름할 수 있는 “눈금”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의 주체도 문화 ·예술인이라 지칭되는 소수의 집단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고 또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대다수 민중이어야 하는 것이다. 매일 어느곳에선가 전시회가·열리고 노래가 불려지며, 무대의 막이 오르지만, 그것들이 “우리의 살아가는 일상과는 너무 동떨어진 생경한 것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것은 우리의 문화가 아직도 우리의 구체적인 삶으로부터 우러나오지 않고 있으며, 그것들이 무대와 객석만큼이나 괴리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사회가 전반적으로 불투명한 국면에 처해있을 때 이 고장 최초의 조그만 ‘문화정보지’로 출발한“전북문화저널”이 이제 일주년을 맞이하였다. 창간 당시, 우리 “전북문화저널”이 “문화에 대한 따뜻한 인식과 사랑’올 바탕으로 “모든 사람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화, 더불어 숨쉴 수 있는 문화”를 적극 매개함으로써, 이 땅의 건강한 문화적 풍토조성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취지를 표방한 것은 이 시대의 삶에 뿌리를 둔 문화행위의 보다 폭넓은 확산을 바라는 의도에서였다. 이러한 의지가 얼마나 현실로 드러나게 되었는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이러한 작업들이 막연히 문화활동을 “꾸려 나가고 있던”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자기점검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으며, 이러한 활동을 모르고 있었고 관심도 없었던 사람들에게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은 적지만 소중한 성과였다고 자부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을 해나가면서 확인하게 된 것은 우리의 문화적 상황이 우리처럼 막연한 의식을 가지고 활동을 하기에 너무도 뒤틀려있으며, 이처럼 뒤틀린 문화적 풍토가 사회의 전반적인 모순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의 작업이 일 반대중의 문화적 소외감을 극복하고 민족현실을 뚜렷하게 부각시키는 데에는 역부족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은 우리의 작업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독자 여러분께 독자투고 둥을 통하여 지적한 바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들을 소개하자면, 1) 확고한 지향성을 설정하고 있지 못하다 2) 우리 땅의 “황토와 진달래”를 얘기하기보다는 서구적 성향의 답습에 지나지 않았다.3) 그 내용과 필진에 있어 열려있지 못하고 폐쇄적이다 등이다. 우리는 독자들의 이같은 비판을 솔직히 시인한다. 먼저 우리가 내세웠던, 지역문화의 여러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다는 다양성이, 확고한 지향성과는 양립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 이를 논리적으로 극복하지 못했다. 그것이 때로는 문화주의적 성향으로 나타났으며, 개방적이지 못했다는 비판은 우리의 현실적 한계를 지적한 것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 “전북문화저널”은 이런 독자 여러분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우리 지역 내에 존재하는 여러 문화영역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장을 제공할 것이고 또 건강한 문화를 뿌리내리고자 하는 확고한 지향성을 견지하며 구체적인 작업들을 성실하게 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들은 우리의 구체적인 삶에 뿌리를 둔 민족적 민중문화의 건설과 맥을 같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문화활동들이 우리의 체위에 맞는 “문화의 옷”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다시 한번 독자여러분의 관심과 애정에 감사드리며 더 많은 질책과 격려를 기대한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