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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1 | 연재
진도아리랑
문화저널(2003-12-24 11:33:51)


 지난호에 이어서 진도아리랑을 엮고자 한다 대개의 경우 민요 7싸의 작자는 미상이다. 하여간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만은 사실이지만 작자를 분명히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민요는 더욱 더 정감이있고 서민의 생활과 생각이 배여있다. 전라도 지방의 아리랑을 연재하면서 농경사회에 있어 그들의 생명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펼쳐놓은 사설도 드물것이다. 생활 속의 문화는 바로 그들의 바램이요 소망이며 성취의 의욕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때 그시절의 아픔과 기쁨을 가락에 얹어 이사람 저사람 입에 오르내리며 생활의 음악으로 정착시킨 우리의 선조들과 그 생활의 음악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는 후손들을 생각하니 죄송한 마음이다. 그러나 지금 어디에선가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소리를 부지런히 만들고 익히고 있는 사람은 있을것을 기대하면서 모두 함께 우리의 노래가 즐거이 불려지기를 바라고 싶다.


(진도아리량)
남의 집 서방님은 전기기차를 타는데
우리집 서방님은 밭고량만 타누나 .
방안에 시계는 똑딱 똑딱
임하고 나하고는 속닥 속닥
아리랑 고개는 몇놈의 고개 .
가운데 고개고개로 날 넘겨주게 .
넘겨줄 맘은 꿈같아도
새색씨 등살에 못넘겨 주겠네
너를보고 나를 보아라 내가 널따라살가
눈으로 못보는 정으혹만 산다
잇발을 보고서 정들었더니
말머리 안고와서 정떨어진다
놈이야 남편은 메가네를 썼는데
우리야 남편은 쌍다핫이 났네
저건너 어리번쩍 우리님인줄 알았더
이 억달새 풀잎이 날속여 낸다.
아리롱 첨배는 강물로 가고
딸가닥 구쓰는 나를 댈러온다
내딸죽고 내사우야
울고나 갈길을 멋할라 왔든가
신식볍단 접저고리에 자진끝동 달고
어매죽자동초매는 장구바람에 논다
신작로 나자마자 임잃어 불고
자동차만 왔다가도 임생각 난다
실거든 두어라 너하나 뿐이냐
삼념에 산이있고 물넘에 물있네
무정한 자영개 날 실어다 놓고
당요강 시길줄은 왜그리도 몰라
너를보고 나를보아라 내가널따라 살가
눈에못본 연분으로 내가널따라 산다
저건너 저가시나 날 보지를말라
널보는 니눈쌀에 날너무라진다.
무스야 맹창은 그대로 살살녹고
영감님 말한자루에 내몸이 살살녹네
저건너 져머시마 날보지나 말어
니눈쌀 맞어서 나죽겼다
일본아 대판은 뭣할라고 생겨
우리야 임하고 생이별을 한다
신작로 난일도 내원통한데
지놈이 무어라고 날조른다
술장사 딸년아 술걸러내라
진법단 재게에 돈나간다
씨엄씨 선산에 봉황새 울고
시동새 니동새 떼갈보가 나간다
피마주 담배야 열지를 말어라
우리딸 삼현제가 떼갈보가 된다
갈보라 하는것이 씨가종자 있는가
놈사정 볼라다 내가 떼갈보 되었네
아라린가 지랄인가 정전인가
얼마나 조먼은 저지랄이란 말이냐
논두락에 개고리도 배압의 간장을 녹인데
신식이라 여자치고 남자 애간장을 못애
육칠월 장마에 남창기 댔는데
큰애기 수단에 요내발이 떤다
우리딸 새끼난줄 뻔하게 암시롱
냉감새 새끼냐고 말부침 한다
이다지 저다지 빼다지 안에
어여쁜 처녀가 잠못자게 뱅뱅뱅 돌아라
멋없는 모자는 보릿대 모자
솔나무 어아장에 벗없이 논다
가노란다 나돌아간다
저잡년 따라서 내가 돌아간다
앞강에 푼배야 잦놓고 가거라
발발에 물들면 나도타고 갈란다
일본대판 가신낭군 믿지를 말고
밤중에 오신낭군 괄세를 말라
만주야 봉천은 얼마나 조먼
꽃같은 각씨두고 만주봉천올 가는고
이아래 갱물아 육로나 되아라
육로로 걸어서 임찾아 갈란다
시대로 말하자면 전장아시대요
임으로 말하자면 믿어볼 수가 없네
가지많은 나무는 바람 갤 날 없고
자식많은 우리부모 속 편할날 없네
각시는 조그만 한것이 치맛자락은 길어서
신작로 몸지는 다 몰고 가네
간산놈아 간산놈아 참새같이 간산놈
네아무리 조잘거려도 염분없이 덴디
건달놈 주머니에 돈 떨어지고
술장시 술독에 술 떨어진다
공중에 뜬 구름은 쏘내기 줄랴고 댔는데
신작로 복판에 푼 처녀는
누구를 줄랴고 댔느냐
개수나무 달밤에 흰양산 받고
아장아장 걷는것이 갈보로 구나
갈메기는 어디가고 물드는 줄을 모르고
사공은 어딜가고 배 뜨는 줄을 모르냐
가시나 못 된것 경머리 뺏고
머시마 못 된것 뒷 몬말 뺏네
가날픈 종소리 적막을 깨고
은은한 풍경소리 이 내 맘을 울린다
각시각시 공각시는 서방품에 잠자고
우리같은 처녀들은 엄마품에 잠자네
나둡고 너눔고 이불올 덮고
둥잔에 저불올 어느누가 끌까
내가싱긴 호박녕쿨 담장올 감는데
서당선비 우리님은 언제와서 손줄까
노량저고리 코에다 바느장 달고
뒷머리 느진느진 뒤간장을 녹일레
높은나무 파실은 딸수가 있어도
임자있는 남의닝군 딸수가 없네
날좋게 보란 소리는 숨절마다 전해도
느그마당 누워있는 개만도 못봐
돈주머니나 있올때는 김선달하더니
돈주머니 떨어진께 이놈저놈 한다
물길러 간다고 건강쪼 말고
마당 가운데 샘파주게
물속에 잠긴달은 가까워도 못참고
이내맘에 있는사연 쩍어져도 못하네
몰톱이 안에서 내주는 숭유
보리푼물 같아도 맛만좋네
목단꽃 하나에 나비나비가 둘인데
서로서로 꽁자고 닥노를 한다
못사궐 친구는 큰애기 친구
씨집만 같다오면은 본동에 만퉁
물고밑에 꼭사리는 가뭄들라 걱정
우리동네 늙은총각 장가못갈가 근심
마당가운데 챔버당은 연기만 나는데
요내가슴이 타는데는 연기짐도 안나
무저리 밑에 까량진 윤선
백날이 되어도 아니나 나오네
물좋고 산좋은데 일본놈 살고
논좋고 밭좋은데 신작로 난다
못사궐 친구는 뱃놈의 친구
물만 들며는 떠나간다
며느리 줄라고 바늘을 샀더니
사놓고 본께는 짝대기를 샀네
백년올 살자고 백년초를 심었드니
백년초는 어딜가고 이별초만 남았네
빨래독 좋아서 빨래하러 갔더니
봇된놈 만나서 돌비게를 비였네
본각씨 마다하고 뒷담장 넘다
강냉이 둥컬에 똥구멍을 쟁었네
바다가 좋으면 배놓기가 좋고
여자가 이쁘면 일통나기가 쉽네
불싸로 간다고 생강쪼 말고
방성냥 열개만 사다가 주게
본서방 김치는 둥개둥개로 썰고
셋서방 김치는 입구자로 썰어라
백작에 걸린시계 열두시를 쳤는데
갈손님 가고요 잘손님 잡시다
쑤숫대밭 묵밭은 다지내 놓고
반반한 잔디밭에서 왜이리 졸라
석새배 잠방치매를 입었올 망정
니까짓 하이칼라는 눈밑에서 논다
솔방울도 딸라문 크고 좋은놈 따고
임이라고 정하거든 이별없이 정하세
산천에 멀구는 익올라 말라
큰얘기 젖통은 생길라 말라
산천에 맹감은 볼들라 말라
요내야 손길은 왔다가 갔다
수천리 밖에다 정들여 놓고
오라는 둥살에 나는 못 살겠네
씨엄씨 모르게 술둘러 먹고
이방저방 다니다 씨압씨 궁둥이를 밟았네
신작로 복판은 넓어야 좋고
큰애기 보지는 좁아야 좋네
삼당개 바닷물은 씻다가도 드는데
한번가신 우리님은 다시올줄 모르네
서방님인가 남방님인가 경성올 가더니
보기싫은 봉투지만 날이날마다 오네
산천에 풀잎은 푸러야 좋고
임하고 나하고는 젊어야 좋네
수천리 밖에다 정들여 놓고
임찾아 갈줄올 널그리 몰라
씨압씨 술값은 햇 닷냥인데
며느리술값은 열닷냥이로구나
서울서 내려온 꼬꾸량 나발
농업학교 학생들 발맞쳐 간다
샘물은 쓰며는 돌만남고
님은가면 나혼자 남는다
슬아적 동백은 이슬도 맞고
장단올 맞춰서 동백올 따세
산천에 멸구는 검어야 달고
큰애기 손길은 부드러워야 좋네
싫어요 싫어요 당신은 싫어요
연지분통 안사준께 당신은 싫어요
술장시 삼년에 주전자 꼭지만 남고
엿장시 삼년에 연못판만 남었네
씨엄씨 죽으라고 고사를 지낸께
친정엄매 죽었다고 기별이 왔네
사세월 동백꽃은 머물지 마라
큰얘기 중신은 될라말라
온다네 온다네 통일이 온다네
삼천리 강산에 평화통일이 온다네
육지가 되었네 육지가 되었네
우리 진도가 육지가 되었네
우리딸 짖통은 활량에 유자
팔도야 잡놈이 다쳐다본다
이아래 저집이 무슨집인가
문만 열면은 분내가 난다
어린가장 귀울때는 후사볼라고 키었는데
이세상 나고봉께 군인에를 가네
아잡씨 까잡씨 가발쳐 놓고
용천할 산으로 갯마중가세
열두살 먹은것이 기생이라고
팔묵만 잡으면 웬고개를 트네
임따라 갈때는 엄마생각 나드니
친정에 오고봉께 임의생각 이로다
오기는 왔다마는 저팔좀 보소
팔도강산 바가지는 다둘러뱃네
올과같은 풍년에도 못가는 시집올
황소팔아 씨집올 언제나 갈가
야답세 두번걸어 열두폭 치매
신작로 다쓸고 엄마중 간다
우리야 엄마아배 내말좀 듣게
아리랑 고개넘어로 날여워주게
양복쟁이 서방얻기를 내 원했더니
검은양복 구듯발로 나를차네
앞강에 푼배는 임을실러 온배요
뒷강에 푼배는 나를실러 온배요
원수야 경성은 무슨일로 길터져
저건너 저가시나 시집올 갈랑가 말랑가
몰래독 보둠고 가지게 쓰네
절구통 좋아서 절구질을 갔더니
눈치없는 저 머시마 연애하자 하너
자동차 기차야 날 실어다 놓고
내친정 보낼줄올 널그리 모르냐

 

이와같이 진도아리랑만 근 300수에 이르니 이 장대한 아리랑은 진실로 우리의 소리요 우리의 마음이며 더불어 우리의 생활인 것이다. 생활속에서 나온 소리이기에 내용도 힘차며 현실 풍자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진도아리랑뿐 아니라 정선아리랑 역시 수백수의 내용을 갖고 있으니 가히 아리랑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노래이다. 좋은 아리랑이 계속 만들어져서 우리의 생활에 더욱 풍요로움이 있기를 바라면서 끝으로 아리랑의 사설을 힘겹게 모은 김연갑씨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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