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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5 | 특집 [문화이슈]
문화의 나라를 꿈꾼다
2017 대선후보 문화예술정책 비교해보니
이재규(2017-05-19 14:32:24)



문화체육관광부 장차관이 줄줄이 감옥에 간 정황에서 2017 대선이 진행되는 것은 문화예술계의 현실을 말할 때 참으로 상징적인 풍경이라 할 것이다. 김종 차관은 권력의 풍향계를 좇아 최순실의 파이프 라인 역할을 하면서 주로 스포츠 분야의 예산 농단과 인사 전횡을 앞뒤로 책임졌다. 조윤선 장관의 구속사유인 블랙리스트 건은 청와대, 문체부가 전면에 나서 정권에 비판적인 예술인들을 여러 국책지원사업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명단을 작성하고 실행한 것인데 예술가의 개별적 정치 성향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권력이 예술가를 자의적으로 분류하고 차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자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이렇게 조기 대선을 부른 원인 중 하나로 문화예술체육 이슈가 크게 작용했지만 정작 문화예술 분야에 대해 주요 정당의 관심과 준비는 그렇게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4.25 현재 아직 공약자료집을 내지 않은 곳도 있고, 선관위가 공개한 후보별 10대 공약에도 문화예술을 항목으로 다루고 있는 후보는 안철수, 심상정에 그친다. 물론 후보의 언급이나 각 후보캠프에서 내놓은 정책발표 문건은 있기에 어느 정도 입장을 유추해보는 정도는 가능하겠다.
선거 시기를 맞아 이해관계가 첨예한 직능에서는 집단적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서 위세를 과시하며 후보자에게 특정한 약속을 강박하거나 회원 유권자운동을 조직하여 압력을 높이지만 문화예술계는 그런 정책 로비활동도 취약하다. 출판, 영화, 예술인단체 등에서 각 정당 정책관계자를 초청한 일회성 정책좌담회 등을 열었지만 외교안보/노동 등의 쟁점에 밀려 소홀하게 취급되기 일쑤이고 선거운동이 종반에 접어드는 4.26에 이르러서야 여러 문화단체가 집단으로 참여한 문화정책 공개토론회가 열릴 정도로 문화계 쪽의 대응도 기민하지 못하다. 문화가 근본적인 힘을 갖지만 정치적 선도력은 약하고, 조직적인 대응력을 보여주기 보다는 개별화되기 쉬운 예술가들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지만 아쉬운 대목이다. 참여정부 시기에 민관 협력형의 문화예술 장기비전을 담은 <창의한국>이 나온 적이 있는데 차기 정부에서는 예술창작자들과 향유자들의 다양한 논의를 모아가며 그보다 훨씬 진전된 시선과 정책방향들이 세워지고 적극 시도되기를 바란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라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적 접근에서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은 모두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문화창작 환경을 위한 입법과 제도 보완에 동의한다. 관련기관 독립성 강화-문화관련 기관장 인사에서 문화예술인들의 추천(문재인), 문화예술인 옴부즈만위원회 시행(안철수), 블랙리스트 방지법과 지원사업 공정성 강화(심상정) 등의 접근과 다르게 유승민은 정부와 시행기관 거리두기 등을 제시하고 홍준표는 아예 좌파단체 지원불가는 당연한 것이라고 못을 박는다. 지난 정부에서 관료와 권력과 가까운 일부 인사가 문화계의 지원 예산 배분권을 틀어쥐고 문화계를 농락해온 것이 사실이다. 문화부처의 과도한 권한을 축소하고 잘못된 일에 관여해온 관련자들을 과감하게 정리하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문화예술계에서 크다. 각종 지원사업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공무원의 위법행위를 예방하고 잘못된 일처리는 엄단하는 처벌 강화책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문체부와 문화예술위원회의 중앙중심적 구조, 재원의 일방 분배를 정면 지적하고 전면 개혁과 정부정책에서 '문화영향평가'를 전면화하자는 심상정의 제안은 진취적이다.


문화예술인 노동기본권 보장과 예술인 복지

예술가는 가난하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여기는 풍토에서 자기 권리를 제대로 찾지 못해온 예술계 종사자들의 권리보호를 위한 문화예술인 표준계약서 도입, 문화예술 노동자로서 기본권 보장, 산재보험 지원 확대와 고용보험 도입, 공공부문 문화예술인 고용 안정 등을 들고 나온 심상정의 공약이 구체적이다. 심상정은 공모 중심의 예술인 지원 정책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찾아서 지원'의 다양한 사례를 강조하기도 했다. 문재인 역시 표준계약서 도입을 통한 공정한 작업대가 보장에 더하여 예술인복지기금 조성, 예술창작 주거 인프라 구축 등을 예술인 창작을 위한 권리 강화 정책으로 꼽았다. 안철수 공약집에도 문화예술인 창작환경에 대한 적극적 약속이 나온다. 안캠프의 정책 중에서는 문화재 관리, 문화다양성에 대한 언급이 눈에 띈다.
문화영역에서도 대기업 컨텐츠 공급자의 횡포가 심하다. 1인 창작과 중소 제작사를 키우는 투융자의 확대, 문화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독과점에 대한 적절한 규제도 예술인의 창작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개인의 창조성을 맘껏 발휘하게 하는 예술교육이 중요하다

창작자에 대한 지원과 자율 보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문화예술의 토양 자체를 살찌우는 것이다. "학교에서 예체능교육시간을 늘려서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와 참여의 폭을 넓히겠다. 지역사회 중심의 평생문화예술교육과 지역 예술단체와 문화시설을 연계해서 청소년 문화예술 교육의 장을 넓히겠다."(문재인)는 구상은 곧바로 예술인 강사의 일자리와 처우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 심상정도 적극 동의하며 문화예술교육사 정규직화를 들고 나온다. 문화예술교육으로 키워지는 아이들의 창의성과 상상력이 4차 산업혁명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점은 너무도 분명하다. 이 부분은 교육과정 개혁과 맞물려서 매우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체육도 예술의 한 분야이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에 주목하는 엘리트체육도 잘 살려가되 건강과 자기표현, 더 많이 가고, 보고, 느끼게 하는 기반이 되는 활동인 생활체육분야에 더 많은 자원이 투자되어야 한다. 인기몰이식 메가 스포츠 이벤트 유치를 경계하면서 다양한 생활체육시설 확충과 체육활동 지표 관리를 제시(안철수)하는 것이 주목된다. 문재인은 걸어서 10분 안에 만나는 체육시설, 공공형 스포츠 클럽 확대 등 저소득층, 취약층의 체육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 보완을 약속했다. 체육인을 위한 일자리 만들기, 남북체육교류도 차기 정부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대목이다.
정유라 문제로 숨은 문제가 드러난 체육특기자 제도의 투명성 확보, 개혁대상으로 거론되는 체육단체 자율성 확보(문재인)는 엘리트 체육 육성의 어두운 그늘을 걷어치우는 문제의식이다. 유승민은 체육청을 설립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임기 중 체육 관련 예산을 최소 두 배 이상 높이겠다는 공약을 했다.


문화강국이야말로 21세기 한국의 비전이다.

문화의 시대라 하지만 말일 뿐 문화향유의 격차가 엄연한 데 이를 현실적으로 줄여가는 정책들은 매우 중요하다. 소득, 지역, 연령에 따른 문화소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문화기반시설 지역 간 불평등을 <문화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접근하며 지역문화진흥법, 문화기본법 제정을 약속하고 문화예산을 2%대로 올리겠다는 것(문재인)은 잘 잡은 방향이다. 문화기본권이란 개념 아래 지표를 관리하며 문화권이 포함된 지역사회복지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안철수)는 주장도 좋다. 안캠프는 문화벤처와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문화산업 공정성장생태계에 대한 문제의식도 담았다. 심상정은 문화시설이 핵심적인 컨텐츠로 작동하는 도시재생사업에서 '상가임대차영향평가'를 도입하고 지역문화시설의 공공성 및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빠뜨리지 않았다. 
"품격있는 문화예술의 힘으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주장은 누가 집권하건간에 차기 정부의 국정 비전 중 핵심요소로 자리잡아야 한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다른 후보가 제안한 정책 중에서도 문화강국을 키워가는데 필요한 구상이라면 적극적으로 수용하여야 한다. 군비보다 문화! 예술로 평화! 이런 대전환이 이뤄질 차기 정부의 등장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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