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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6 | 특집 [6월 민주항쟁을 기억하다]
민주주의의 새날을 연 6월민주항쟁과 촛불혁명
서우영(2017-06-30 15:30:50)



 역사적인 선거가 끝이 났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촛불혁명은 낡고 부패한 정권과 수구 기득권 세력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정부를 만들어 냈다. 촛불혁명은 한 외신에서 평한 것처럼 서구의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고 국수주의가 부활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위대한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의 승리를 쟁취하고 전 세계에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진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2017년 5월 정권교체로 일단락 된 한국의 촛불혁명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세계의 지성들이 찬사를 보낸 민주주의의 희망이 되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세계의 시민들에게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꿈을 안긴 순간이었다. 

 1987년 1월 박종철 열사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군사독재정권의 폭력에 대한 전면적인 저항이 시작되었다. 학생들의 시위는 전국에 걸쳐 지속 되었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재야의 원로들이 시위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전두환 정권의 4.13 호헌조치가 발표되자 대한민국 전역에 '호헌철폐, 독재타도, 대통령직선제 쟁취'의 구호가 퍼지기 시작했고, 이한열 열사의 죽음은 6월10일 수백만의 국민들이 항쟁에 동참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학생들이 중심이었던 시위는 넥타이 부대로 불려진 일반시민들이 동참하는 항쟁이 되었고 명동성당에서 거리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전국적인 항쟁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 치열했던 항쟁은 1987년 6월29일 대통령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선언이 발표되자 거짓말처럼 일시에 사라지고 말았다. 뒤이어 일어난 노동자들의 전국적인 7-8월 파업투쟁이 가지는 의미도 컸지만 사회체제 전체를 흔들었던 6월민주항쟁은 6.29선언으로 끝이었다.. 

 역사는 필연과 우연의 결합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87년 6월항쟁은 80년5월광주 라는 우리 현대사의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웠던 투쟁의 역사로부터 출발한다. 독재정권의 절대폭력과 정치적 민주주의의 열망을 상징하고 있는 5월광주는 80년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모든이들의 투쟁의 동력이었고 역사의 부채였다. 6월항쟁은 이렇게 내재된 의식과 운동이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죽음을 계기로 폭발한 항쟁이었고, 독재정권으로부터 정치적 민주주의를 되찾는 목표(직선제개헌)를 명확히 하고 있었다. 6.29선언 이후 항쟁이 멈춘 이유도, 국가권력기관과 제도에 대한 어떠한 개혁도 없이 심지어 개헌조차도 구 정치세력에 맡겨버린 이유도, 양김의 분열로 노태우 정권이 재등장 하는걸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정치제도의 개선 수준에 머물렀던 6월민주항쟁의 한계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항쟁이 쟁취한 승리의  역사는 진정한 의미의 한국민주주의 운동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전과 다르게 6월항쟁이후 인권, 평화, 정의, 통일,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수많은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들이 조직되었고, 다양한 영역에서 민주적인 제도와 질서들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2016년 초겨울부터 전국에 타올랐던 촛불은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쌓여온 적폐가 최순실 사태로 폭발한 혁명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인과관계로 이번 촛불혁명을 다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6월항쟁과 확연히 다르게 촛불은 탄핵이 가결될 때, 헌재의 결정이 났을 때 멈추지 않았고,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를 이루어 낸 뒤 국민참여를 통한 개헌까지 요구하고 있다. 지난겨울 박근혜 퇴진과 구속을 외치면서 곳곳에서 터져 나온 시민들의 목소리에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요구와 주장들이 함께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18세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국민참정권 확대, 선출직공무원 소환제, 최저임금 1만원, 모든 차별을 반대한다, 비정규직 철폐, 국정교과서 반대, 한일위안부협정 무효, 사드반대 등' 일상의 경제적 요구와 정치적 권리, 외교,안보,평화를 다루는 국가적 의제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국민들의 요구가 터져 나왔다. 한편에서는 시민의회, 만민공동회 등의 국민정치조직에 대한 제안들이 계속되었고 너나 할 것 없이 국민주권시대, 주권자 국민 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국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은 세월호 이후 확실히 달라졌다. 결국 국민들의 성장한 정치의식과 국가에 대한 분노는 부패한 권력과 부정을 심판하였다. 그리고 한걸음 더나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앞으로 직접민주주의의 제도화로 국민주권의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촛불혁명은 단순히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고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차원을 넘어섰다.. 촛불은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의 모순이 가져다 준 경제적불평등, 공정, 정의와 동떨어진 사회적불평등의 심화, 가속화 되는 중산층의 몰락, 조물주 위에 건물주로 표현되는 부동산문제, 정치적 권리의 제약과 각종 악법과 제도, 대결구도로 일관한 남북관계의 위기 등등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위기상황에서 국민들이 생존을 위해 선택한 최후의 방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촛불은 대한민국의 대개혁이 이루어 질 때까지 지속될 것이며, 87년 이후 지속되어온 보수.진보구도를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어 낼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새장이 열린 것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을 향해 국민이 나서고 있다. 세대간, 지역 간 대립과 이념적 갈등구조는 퇴출되고 있으며 불평등과 혐오,차별 없는 세상. 성장과 개발지상주의 대신 지속가능한 공존. 경쟁이 아닌 협력. 전쟁이 아닌 평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총체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정치개혁을 통한 민주주의의 제도화, 경제 불평등 구조의 개선, 복지제도의 선진화 등 당면한 개혁과제들이 우선 실현되어야 가능하다. 지금의 정치지형에서는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참여가 그 일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힘이 될 것이다. 87년 이후 유일하게 입법부와 행정부를 동시에 장악한 정권이었던 참여정부의 모습을 기억해보면 지금의 국회는 절망적이기 때문이다. 이제 광장에 모였던 촛불들이 일상의 현장에서,지역에서 소통하고, 협의하는 시민운동으로 정착되어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의 굳건한 기반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주권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운동으로, 전국의 시군구에서 지역에 기반한 시민운동체가 결성되고 그 조직간 수평적 연대를 통한 소통이 이루어지면, 개혁에 대한 수구 기득권세력의 저항에 맞서면서 대립과 갈등이 아닌 협력의 정치를 압박하는 국민의 힘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6월민주항쟁 30년이 되는 해에 1,000만 촛불혁명이 일어났다. 사회 환경과 정치적인 여건이 너무 다르고 그 성과 또한 큰 차이가 있지만 수백만 시민들이 거리로, 광장으로 나와 민주주의를 외치고 승리한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4.19혁명에서부터 오늘까지 60년이 채 안되는 시간동안 3번의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혹자는 한국은 항상 미완의 혁명만 일어나는 국가라고 말한다. 식민지배와 분단이라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면서 농경사회에서 산업화사회, 정보화사회, 4차산업혁명 시대까지를 한 세대가 다 겪고있는 나라, 짧은시간 동안 끊임없이 피를 흘리면서 민주주의를 쟁취해온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 역사가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역사가 될지, 의미 없는 역사가 될지는 오늘 촛불혁명이 만들어 낸 위대한 승리를 어떻게 지켜내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오직 깨어있는 시민의 힘, 조직화된 주권자국민의 힘만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장하고 민주주의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능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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